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보험사들이 4% 금리를 제공하는 고금리 저축보험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이는 은행권 예금 금리가 3%대까지 오른 상황에서 금리 경쟁력을 갖춰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푸본현대생명은 4% 확정금리를 제공하는 저축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이어 이달에는 한화생명과 흥국생명, 동양생명이 각각 4%, 4.2%, 4.5% 확정금리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경쟁에 참여했다. 올해 초만 해도 생보사들의 저축성보험 상품의 금리는 연 1~2% 수준이었다.

저축보험은 매월 일정금액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만기 때 총 납부액과 이자가 더해진 환급금을 받는 상품이다. 목돈 마련을 위한 은행 정기 예·적금과 비슷하지만, 질병, 상해보장 등 보험의 특성이 추가된 것이 특징이다. 주로 은행을 통한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판매된다.

이들이 고금리 상품의 저축보험을 출시하는 것은 최근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3%대까지 오르면서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그간 보험사들은 내년 새 회계기준(IFRS17)과 지급여력제도(K-ICS)를 앞두고 저축보험 비중을 줄였었다.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방식은 기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되는데, 저축보험 보험료는 매출이 아닌 향후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부채로 집계된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저축보험 비중을 줄이고 매출로 인식되는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왔다.

저축보험의 금리 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가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 인상) 단행으로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만큼,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추가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밟을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준금리 0.25%p 인상의 전제조건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준의 최종금리에 대한 시장 기대가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얘기했듯 4% 수준 그 이상으로 상당폭 높아진 것”이라며 “(한은은) 4%에서 안정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기대가 많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당초 한은은 올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10월 정점에 이를 후 완만하게 하락할 것으로 보고, 국내 물가·성장 흐름이 한은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기준금리를 0.25%p씩 단계적으로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이었다.

문제는 저축보험 금리가 올라갈수록 이차역마진 우려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차역마진이란 보험 계약자에게 주겠다고 한 만큼의 이자를 투자 이익으로 보전하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지난 6월말 기준 생보업계 전체 운용자산이익률은 3.3%에 불과하다. 운용자산이익률은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받은 보험료로 투자해 낸 이익률을 말한다. 저축보험의 금리가 4%대인 만큼, 현시점에서 1%p가량의 이차역마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금리 상품 출시로 이차역마진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며 “다만, 보험사들도 이를 고려해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물량을 판매해 업계에서 우려는 적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지한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