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금등이와 대포 사례 두번 다신 없을 것”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사진=연합뉴스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사진=연합뉴스

호반그룹 퍼시픽리솜의 돌고래 방류가 급진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숙박시설을 짓기 위해 충분한 준비 없이 돌고래를 내쫒으려 한다는 것. 시민단체에서는 야생 방류에 실패할 경우의 후속 대책이 확실하게 마련된 뒤에 방류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퍼시픽리솜 전신인 제주 퍼시픽랜드는 20여년 간,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를 어민들을 통해 불법 매입해 돌고래쇼에 투입하다 기소돼 2013년 대법원에 의해 몰수형이 확정됐다. 이들이 불법포획한 돌고래는 11마리, 재판 도중 숨진 돌고래는 4마리다. 태산이·복순이·춘삼이·삼팔이는 국가에 의해 몰수됐다가 방류된 뒤 자유의 몸이 됐다. 금등이·대포도 방류됐지만 지난 5년 동안 아직도 행방을 알 수 없다. 사실상 방류에 실패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문제는 비봉이었다. 공소시효 이전에 잡혔다는 이유로 몰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비봉이는 2005년 4월 제주 한림읍 비양도 앞바다에서 혼획된 후 17년 동안 수족관에 갇혀 지냈다.

호반은 2017년 퍼시픽랜드를 인수하고 퍼시픽 리솜으로 개명해 돌고래쇼를 이어오다가 지난해 10월 사육 중이던 돌고래 ‘바다’가 폐사하자 남은 돌고래 비봉이·태지·아랑이를 야생으로 방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들의 거처에 대한 논의가 본격 시작됐다. 호반의 목적은 수족관 자리에 새로운 리조트를 세우는 것이었다. 바다조망이 가능한 호텔, 빌라, 휴양문화시설 등을 신축해서 복합리조트로 개발할 목적으로 퍼시픽랜드를 인수한 호반은 빠르게 수족관을 빼고 그 자리를 비워야 했다. 시선이 고울 수가 없었다.

당시 시민단체도 “돌고래 세 마리의 서식환경과 특성, 개체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 방류는 적합하지 않다”고 각각의 보호 계획은 제안하는 한편 “퍼시픽리솜이 경비 절감과 책임회피를 위해 돌고래들을 다른 사육시설로 이송하는 것만큼은 절대 있어서 안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바다쉼터(고래 생크추어리) 건설, 바다로의 방류 등을 시민단체와 논의하던 호반은 지난 4월 돌연 태지와 아랑이를 경남 거제의 돌고래 체험시설 거제씨월드로 무단 반출했다. 거제씨월드는 2014년 개장 이래 11마리의 돌고래와 벨루가가 폐사한 악명높은 ‘고래무덤’이다. 
거제씨월드는 퍼시픽리솜으로부터 태지와 아랑이를 반입한 사실을 감춘 채 기존 보유 중이던 돌고래 9마리에 대해서만 보고했다. 

야생생물법에 따라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큰돌고래의 경우 양도·양수 시 관할 환경청에 신고해야 한다. 태지와 아랑이는 일본에서 수입된 큰 돌고래다. 핫핑크돌핀스와 제주녹색당은 퍼시픽리솜과 거제씨월드를 해양생태계법과 야생생물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제주경찰청에 고발했다.

국내 수족관에 남아있는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는 해양방류를 위한 야생적응훈련을 하고 있다. 호반은 방사 비용을 전액 부담한다. 방사 이후 모니터링 비용은 해양수산부가 부담한다. 그러나 야생 방류에 실패할 경우 비봉이를 회수하고 수족관에 다시 옮기는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에 대해서는 관련 조항이 없다.

비봉이 방류 실패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2017년 방류된 금등이와 대포가 야생 적응 도중 행방불명되는 일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들이 적응에 실패해 죽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비봉이 방류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는 걸 알고 있다. 그 중에서는 방류가 잘못됐다는 입장과 방류를 하루빨리 해야한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면서 “전문가들 의견에 따라서 방류를 하려고 하며, 과거 금등이와 대포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에는 많은 회의를 걸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과거 금등이와 대포 때는 제주도 조천읍 지역에 방류를 했지만, 이번에 다시 조사하고 검토한 결과 자연돌고래들이 자주 출몰하는 곳이 제주 서남해쪽이었다. 그래서 비봉이를 서남해쪽에 방류할 것”이라며 “그리고 비봉이에게 GSP를 부착해 계속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또 “금등이와 대포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모든 훈련과정 비공개이며, 사람들과 접촉차단하고 있다. 그리고 방류시기도 정해지지 않았으며, 전문가들이 평가를 해서 가장 적절한 시기에 비공개로 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돌고래를 자연으로’라는 캠페인이 돌고래를 내쫓고, 인간의 욕심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비봉이의 방사 과정에 대한 충분한 소통과 투명하고 신중한 판단과 그리고 호반과 해양수산부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방류 협약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되고 있는 시점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오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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