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진성 기자
사진=정진성 기자

‘미·중 패권다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넓게는 글로벌 경제, 가깝게는 국내 경제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다소 완화되면서 각 산업계가 기지개를 필까 했으나, 여러 변수가 시장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산업 전반에서는 ‘여름투쟁’, 이른바 ‘하투(夏鬪)’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달 초 산업계를 마비시켰던 화물연대 파업부터,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까지. 갖가지 과도한 노조의 요구에 산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7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파업은 산업계 전반에 큰 상처를 남겼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약 일주일간의 파업으로 인해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주요 업종에서 총 1조6000억원 상당의 생산, 출하, 수출 차질이 빚어졌다.

이는 파악된 직접적인 피해만이며, 파업으로 인한 물류차질이 산업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만큼,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산업부는 분석했다.

대우조선해양에서는 ‘불법점거’ 시위가 진행됐다. 이는 현재진행형으로, 향후 경찰 등 공권력이 투입될 가능성도 내비쳐지고 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하청지회는 지난달 2일부터 크레인 및 고소차 점거, 직원 폭행, 에어 호스 절단, 1도크 점거 등 무법행위까지 일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대우조선해양에서는 진수 지연으로 인해 하루 매출 손실이 260여억원, 고정비 손실 60여억원이 발생했다. 매출과 고정비 손실만해도 지난달 말까지 28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 7일 “더욱 심각한 것은 조선소의 심장인 도크가 폐쇄됨에 따라 선후 공정인 선행, 가공, 조립, 의장, 도장 등 전 공정의 생산량을 조정할 수밖에 없어 사내 직영 및 협력사 2만명, 사외 생산협력사 및 기자재 협력사에 소속된 8만명 등 총 10만여명의 생계 또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노조에서는 임금피크제 폐지, 순이익 30% 성과급 배분 등 ‘과도한’ 요구안을 들고나와 완성차 업계에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파업 직전까지 갔던 노사 갈등은 2주만에 교섭이 재개되며 잠시 완화된 모습이지만, 오는 13일까지의 교섭 이후 열릴 쟁대위에서 다시금 파업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이외에도 쿠팡, 현대제철 등 산업계 전반에서 ‘하투’가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파업’은 노동자들의 ‘노동3권’에 의해 보장되는 쟁의 행위다. 노동자의 권익을 개선하고, 좀 더 나은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권리’인 셈이다. 하지만 국내 노조의 파업은 과도한 요구와 함께 사업장을 점거해 생산을 막는 등 과격한 행위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의 경우에도 직원을 폭행하고 소화기를 분사하는 등 폭력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고 개선하기 위해 ‘제3자’를 해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같은 노조 안에서도 일부 이러한 행위, 파업이 환영받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화물연대는 국민의 불편함을, 완성차 노조는 미래 사업 경쟁력을, 조선 하청지회는 조선업계의 회복을 볼모로 잡았다. 적법한 절차가 아닌 무대포식 행위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하려하는 것이다.

이는 산업계는 물론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일이다. 노조의, 노조에 의한, 오로지 노조를 위한 '투쟁'. 그들만의 리그를 보는 국민 그 누가 이를 응원하고 지지하겠는가.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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