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이하 한은) 총재가 더 이상 선제적으로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시기를 놓쳐 인플레이션이 더욱 확산된다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당분간’ 물가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한 만큼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총재는 10일 한은 창립 72주년을 맞아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은 창립 72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웃돌고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정상화 속도와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더 이상 우리가 선제적으로 완화 정도를 조정해 나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주요국보다 빠르게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려 물가 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고 평가해왔다. 하지만 최근 다른 나라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그 평가에 안주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다섯 차례에 걸려 기준금리를 1.25%p 인상했지만, 미국은 ‘빅스텝’ 단행으로 두 차례만에 0.75%p 올렸고,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도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7월과 9월에도 빅스텝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럽연합도 11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유럽중앙은행은 7월 기준금리를 0.25%p 올리고, 9월에도 기준금리를 올리되, 그 폭은 더 클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상으로 단기적으로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겠지만, 자칫 시기를 놓쳐 인플레이션이 더욱 확산된다면 그 피해는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글로벌 물가상승압력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중앙은행 본연의 역할이 다시금 중요해지고 있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의 경기둔화,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가속화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물가와 성장 간 상충관계가 더욱 커지면서 통화정책 운영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장과 물가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정책운용의 민첩성을 유지하면서도 경제상황 변화에 따른 유연성도 함께 높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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