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을 기점으로 대외활동 ‘ON’
바이든 대통령 평택캠퍼스 안내, 팻 겔싱어 인텔 CEO 회동 등
文 정부와 반대되는 행보…尹 정부의 ‘친 기업’ 기조 영향?
재계, 내달 예정된 ‘선밸리 콘퍼런스’ 참여 관측

지난달 31일 진행된 삼성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진행된 삼성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시장의 위기감이 고조됨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외 행보가 가속화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그 빈도가 잦아지고 있는데, 이는 새 정부의 기조가 ‘친 대기업’ 색깔을 띄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 윤석열 정부 출범부터 ‘광폭 행보’…정부의 ‘대기업 기조’ 영향?

최근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는 ‘광폭적’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를 방문한 것이 공식적인 마지막 일정이었을 정도로, 잠행을 이어왔다. 지난해 8월 가석방 이후 합병 의혹 재판 등 일정이 그의 발목을 잡았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경재계에서는 문 전 정부 막바지에 이 부회장의 사면 및 복권도 정부 측에 청원한 바 있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 및 공급망 재편 등 여러 글로벌 시장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을 위시한 경제인들의 사면복권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이유였다. 결국 문 전 정부에서는 이러한 사면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렇듯 전(前) 정부에서는 각종 규제 등 ‘반 대기업’적인 기조가 이어졌다면, 이번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러한 기조가 정반대로 바뀌며 이 부회장이 대외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앞선 정부에서는 대기업집단(지주회사)·금산분리·상법·중대재해법 등에서의 기업 규제로 인해 경재계가 한목소리로 규제 완화를 토로한 바 있다.

규제 완화를 외치는 재계의 목소리는 여전하지만 윤 정부 들어서는 이를 받아들이는 기조가 달라졌다. 윤 대통령이 직접 정부와 기업의 전폭적인 협력을 논할 정도다. 이에 삼성을 포함한 SK와 현대자동차, LG, 롯데, 한화, 포스코, 두산 등 다수의 대기업이 약 1000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투자 릴레이를 이어가며 화답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 취임식부터 6년만의 호암상 시상식 참석까지…내달 ‘선밸리 콘퍼런스’ 참석 관측

이 부회장은 삼성의 ‘450조원 투자’ 발표에 앞서 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며 본격적인 대외 행보를 알렸다. 지난달 10일 취임식 및 외빈 초청 만찬에 참석했던 이 부회장은 이어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맞아 직접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 한미 정상을 안내했다.

다음날인 21일에는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했으며, 한미 정상회담 이후 25일에는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이하 중기대회)’에도 자리했다. 이날 중기대회에는 이 부회장을 포함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총수 대다수가 참석해 현 정부를 대하는 재계의 태도를 대변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팻 겔싱어 인텔 CEO를 만나 양사가 반도체 전 분야에서 협력할 것을 논의하기도 했으며, 31일에는 6년만에 삼성 호암상 시상식을 직접 챙겼다.

특히 호암상 시상식의 경우 2016년 참석 이후 이 부회장은 물론 총수 일가 누구도 참석하지 않았기에, 더욱 이목을 끌었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삼성그룹 창업자 호암 이병철 회장을 비롯한 선대의 ‘인재제일’ 철학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우호적으로 바뀐 정부의 기업 기조와는 별개로, 최근 이 부회장의 행보가 글로벌 시장 위기 심화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위기, 미·중 간의 무역분쟁 심화는 여러 기업들의 위기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삼성으로서도 반도체에서 메모리와 파운드리, 팹리스 등 모든 분야에서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를 받고 있다. 메모리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의 공세가 매섭고, 파운드리 분야는 대만의 TSMC와의 격차를 좁히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퀄컴과 엔비디아 등과 경쟁하는 팹리스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팻 겔싱어 CEO와의 회동을 통한 양사 반도체 협력 방안 논의가 업계의 주목을 받은 이유다. 앞서 진행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와 만남을 갖기도 했다.

한편, 재계에 따르면 최근까지의 행보에 따라 이 부회장이 매년 7월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진행되는 ‘앨런&코 콘퍼런스’에도 참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전세계 미디어·IT 업계 거물 모임인 해당 행사에서 이 부회장이 반도체와 관련한 M&A 논의를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명을 따 ‘선밸리 콘퍼런스’라고도 불리는 해당 행사는 미국 투자은행 앨런&컴퍼니가 1983년부터 주최해온 국제 비즈니스 회의다. 콘퍼런스에는 애플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아마존 등 대기업 CEO와 거대 투자자들이 참석한다. 이 부회장은 2002년부터 콘퍼런스에 참석해왔으나, 국정농단 사태 이후에는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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