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450조원, SK 247조원, 현대차 63조원 등 ‘兆’ 단위 곳간 연 재계
높은 비중의 국내 투자…윤석열 정부의 ‘친기업’ 행보에 화답

지난 25일 진행된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그룹 총수가 모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5일 진행된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그룹 총수가 모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 조 바이든 美 대통령의 방한 이후 재계가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어느 한곳만이 아닌 삼성부터 시작해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등 5대그룹을 포함한 한화, 포스코, 두산, 현대중공업까지 내로라하는 그룹들이 곳간을 열었다.

특히 각 기업이 발표한 투자는 국내에도 그 무게가 실려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보이는 ‘친기업 행보’에 기업들이 투자로 호응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먼저 삼성은 향후 5년간 450조원, 그중 국내에만 전체 투자의 80%인 360조원을 투자할 것이라 밝혔다. 이는 지난 5년 대비 120조원 증가한 금액이며, 국내는 110조원 이상이 증가했다.

삼성은 이러한 투자를 통해 반도체·바이오 등 2대 첨단 산업 미래 먹거리와, 신성장 IT 위주의 성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더해 일자리 창출과 대·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산업 생태계 육성도 중점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을 주도하고 ▲바이오를 통해서는 ‘제 2의 반도체 신화’를 구현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에서는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삼성 측은 “삼성의 핵심사업 및 신성장 IT는 기업과 산업 생태계가 상호작용을 통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라며, “사업의 성공이 연관산업 발전과 국민소득 증대로 이어져 국가 경제 발전을 이끌어가는 ‘선순환 구조’ 구축을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SK그룹 또한 미래 먹거리 발굴에 무게를 뒀다. 이른바 ‘BBC 산업’이라 불리는 반도체(Chip),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산업군의 핵심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SK그룹은 향후 5년간 247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구체적으로 SK그룹은 2026년까지 ▲반도체와 소재 142조2000억원 ▲전기차 배터리 등 그린 비즈니스 67조4000억원 ▲디지털 24조9000억원 ▲바이오 및 기타 12조7000억원을 투자한다. 전체 투자금의 90%가 BBC에 집중될 만큼 이번 투자는 핵심성장동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SK 측은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성장과 혁신의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투자와 인재 채용이 뒷받침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사는 신기술·신사업,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오는 2025년까지 4년 동안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한다. 여기에 자동차 부품, 철강, 건설 등 그룹사까지 합해지면 전체 국내 중장기 투자액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미래 성장의 핵심축인 전동화 및 친환경 사업 고도화에 주력한다. 이 분야에 현대차·기아·모비스는 총 16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이와 함께 로보틱스,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기술 개발 및 신사업의 체계적인 추진에는 8조9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한 선행연구, 차량성능 등 내연기관 차량의 상품성과 고객 서비스 향상 등에도 38조원이 투입되며, 동시에 장비 및 설비 증설과 생산라인 효율화 등 안정적 생산을 위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생산과 판매의 경쟁력 우위를 유지한다. 기반시설 및 보완투자 등 시설투자도 병행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래 신사업·신기술과 전동화 투자는 물론 기존 사업에 대한 지속 국내 투자로 차별화된 제품과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대전환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은 향후 5년간 국내에서만 106조원을 투자하고 5만명의 인재를 직접 채용하는 중장기 계획을 확정했다. 국내 투자는 R&D, 최첨단 고부가 생산시설 확충,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입되며, 특히 투자액 중 48조원을 R&D에 투입하기로 했다.

국내투자의 약 40%인 43조원은 미래성장 분야에 투자하는 한편, 스마트가전, TV, 화학 등 기존 주력사업에도 과감한 투자를 집행한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21조원은 배터리와 배터리소재, 전장, 차세대 디스플레이, AI, 바이오 등 분야의 R&D에 집중한다.

LG 관계자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고객가치 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업의 소임을 적극 실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롯데그룹은 신성장 테마인 헬스 앤 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부문을 포함해 화학·식품·인프라 등 핵심 산업군에 5년간 총 37조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한화는 미래 산업 분야인 에너지, 탄소중립, 방산·우주항공 등 국내 산업에 20조원 투자 등 총 37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현대중공업그룹 또한 친환경·디지털 대전환을 강조하며 향후 5년간 총 21조원을 투자할 것이라 밝혔다.

두산은 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호응해 향후 5년 간 소형모듈원자로(SMR)를 비롯한, 가스터빈, 수소터빈, 수소연료전지 등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5조원을 투자한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반도체, 배터리와 함께 한미 경제안보동맹의 한 축으로 부상한 SMR 개발에 힘을 기울일 예정이다.

포스코그룹은 친환경 철강생산 기반 마련에 20조원, 배터리 소재 및 수소에 5조3000억원, 친환경 인프라에 5조원, 벤처투자 및 신기술 확보에 2조7000억원 등 총 53조원을 투자한다. 그 중 국내에만 총 3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들 모두 수조원부터 많게는 수백조원까지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부터 시작해 바이오·배터리·차세대 원전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무게를 뒀는데, 향후 5년의 계획도 함께 밝힌 만큼, 글로벌 시장 지위 선점을 위한 경쟁력 강화가 그 목표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투자에서도 눈에 띄는 점은 각 기업이 국내 투자에 그 비중을 크게 뒀다는 점이다. 이전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을 외쳤다면, 현 정부는 이와 상반되는 ‘투자 주도 성장’을 꺼내들었기에, 기업들의 시선이 국내로 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2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주도적인 우리의 돌파구는 역시 투자 주도의 성장, 이것을 반드시 이뤄야한다는 생각을 한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모든 정부 부처에 ‘규제개혁 TF’ 구성을 지시할 정도로,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른바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국내에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5일 진행된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그룹 총수가 모두 참석한 것만 봐도 현 정부의 기조가 기업에 우호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해당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기업인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게다가 앞서 윤 정부는 반도체, 배터리 등을 국가 첨단전략산업으로 정하고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것에 주력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R&D 부문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범부처 민관합동 회의체를 중심으로 전략로드맵을 논의하고, 전략기술 육성을 위해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는 것에 무게를 두었기에, 각 그룹사들이 이에 호응해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정부의 외침에 기업이 화답을 한만큼, 실제로 규제 개혁 및 완화를 통해 기업들에게 좋은 ‘투자 환경’을 만들어줘야 기업과 정부의 선순환이 이뤄지며,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힘이 실릴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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