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 지수 2300 전망…수출·내수주 균형 맞춰야

▲ 구재상 케이클라비스투자 대표

[파이낸셜투데이=조민경 기자] “미래에셋을 떠난 뒤 무엇이 달라졌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건 없어요. 미래에셋 시절에도 처음에는 작았지만 점차 키워 나간 거니까요.”

구 대표의 이름이 금융투자업계에서 차지하는 무게는 가볍지 않다. 그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함께 미래에셋그룹을 설립한 창립 멤버다.

2002년부터 10년간 미래에셋운용의 대표를 역임했다.

당시 90조원의 자금을 굴리며 한국 펀드시장에 큰 획을 그었다.

그는 2012년 6월 미래에셋운용을 떠나 케이클라 비스자문을 설립했다.

케이클라비스가 처음 내놓은 자문형랩 상품은 출시 1주일만에 1000억원이 몰려 구 대표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를 반영했다.

케이클라비스투자자문의 수익률은 괜찮은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문형랩 누적 수익률은 15.56%, 일임형 누적 수익률은 19.06%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을 각각 5.30%포인트, 15.00%포인트 웃도는 수준이다.

미래에셋 창업 공신 중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이 강했던 구 대표는 겸허했다.

구 대표는 “큰돈으로 운용하다가 작게 하려니 좀 더 일찍 창업했다면 좋았으리라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창업에 대한 설렘과 함께 불안감도 묻어났다.

구 대표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므로 초심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하면, 잘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코스피가 널뛰기를 하면서 여의도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지만 구 대표의 표정은 오히려 침착했다.

그는 “고객 자산을 관리하는 직업인데 장이 빠지면 아무래도 안 좋다. 아마 여의도 주식 운용하시는 분 중 잠 못 잔분들 많았겠지만 이런 시기에도 찾아보면 기회는 있다”고 말했다.

“내수 성장 잠재력 높아”

어느 업종에서 기회를 찾아야 할지를 묻자 구 대표는 내수주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연말연시 수많은 증권사가 글로벌 경기회복세를 고려해 경기민감주를 유망 종목으로 내세웠던 것과는 대조적이어서 눈길이 갔다.

구 대표는 “올해는 수출주와 내수주 사이에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몇 년간 한국 경제가 수출 위주로 성장했는데 이는 오히려 내수 쪽의 성장 잠재력이 더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정책 목표로 내세운 만큼 은행과 유통, 음식료와 같은 내수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 관련 성장성까지 고려한다면 더욱 효과적이라는 조언이다.

수출주에 투자할 때는 환율의 방향성부터 따져봐야 한다.

그는 “올해 상반기에는 내수주에 투자하는 것이 편안하겠고 하반기 들어 수출주에 투자할지는 엔화 약세가 추가로 진행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통 환율 리스크가 부각되면 전기전자(IT)와 자동차 업종의 투자심리가 큰 타격을 받지만 구 대표는 “엔화 약세가 눈에 보이는 업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계나 건설업종이라도 일본 업체와 경쟁하는 국내 기업이라면 엔저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구 대표는 위기를 기회로 보고 좋을 때에도 뒤를 돌아봐야 한다며 역발상을 강조했다.

한국 증시는 수출 제조업 기반과 내수 성장 잠재력을 갖추고 있어 여러 불안 요인을 지닌 다른 신흥국보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구 대표는 “지난해 연말에 쉬었던 매도 물량이 쏟아지고 있는 것 같다”며 “올해 전체로 봤을 때 코스피가 2200∼23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헤지펀드 운용·운용사 인수 기대

구 대표의 집중력과 신중함은 사업 계획에서도 드러났다. 목표는 분명했지만, 실행에 옮기는 데는 신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라이센스의 문제가 있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싶고 운용사 인수 기회가 있다면 이 또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인연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구 대표는 올해 당장은 상품의 판매망을 넓히고 수탁고를 늘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4월 현재 케이클라비스투자자문의 수탁고는 자문 형랩(3100억원)과 일임형(2300억원)을 합쳐 총 5400억원 수준이다.

한때 90조원을 굴렸던 ‘미스터 펀드맨’이지만 고객의 돈을 운용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고 구 대표는 털 어놨다.

“고객 돈을 받아 운용할 때 성과가 잘 나오면 좋지만 나쁘면 아픔을 주는 것 아닌가요. 최대한 실수를 줄여 안정적인 성과를 내도록 마음가짐을 단단히 해야 합니다. 우리 업이 그래서 어려운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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