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이하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5%에서 1.0%로 0.5%p 올리면서 통화정책 정상화를 공식화한 한은은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이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연내 추가 인상을 강하게 시사한 바 있다.

또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공급 병목 등 공급 측 요인에 의한 물가 상승으로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목표치 2%를 상회한 가운데,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르면서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3월부터 금리 인상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을 재촉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14일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0.75%에서 1.0%로 0.25%p 인상을 결정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현 기준금리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기간 누적된 금융불균형 해소를 위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시기에 대해서는 “금리 정상화 과정에서 성장세가 견조하고, 물가가 높아지고, 금융 불균형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 정상화시켜 나가는 상황이 된다면 원론적으로 생각해봐도 내년 1분기를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한은이 내년 1분기, 빠르면 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기조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도 나타난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한층 늘어난 경제주체들의 채무는 우리 경제의 취약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과잉 부채와 같은 우리 내부의 약한 고리는 대외 환경이 악화될 때 위험에 노출되기 마련”이라며 “지금과 같이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우리의 취약점을 냉정한 눈으로 미리 찾아서 적극 해소해 나가야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간 높아진 물가와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호작용해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은 없는지 잘 살펴봐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2.5% 상승해 한은의 목표치인 2%를 웃돌았다. 2011년 4.0% 이후 가장 큰 폭이다. 관련해서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 경제동향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이번 회복기는 과거 본 적 없는 공급 병목이 나타나면서 생산활동이 제약되고, 인플레이션이 확대된 점이 특징”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글로벌 공급 병목의 영향과 함께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수요측 물가 압력이 높아지면서 예상보다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물가가 심상치 않은 것도 이번 달 기준금리 인상 결정 전망의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5%로 4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연준이 올해부터 금리 인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한 가운데, 시장은 오는 3월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첫 금리 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각)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3월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확률은 한달 전 25.2%에서 56.5%로 배 이상 상승했다.

연준은 지난달 14~15일 FOMC 정례회의에서 11월부터 시작한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 규모를 기존 월 150억달러에서 300억달러로 확대하고, 내년 세 차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연준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체되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국채 8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 400억달러 등 120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입해왔다.

연준의 이같은 결정에 이 총재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은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우리도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도 “한때 미 연준이 금리 정상화를 하려면 아직 멀었는데, 한은이 빨리가면 되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움직일 수 있을 때 한발 움직인 것이 앞으로 통화정책에 영향을 줬다. 국내 상황에 맞게 속도를 끌고 갈 수 있는 여유를 찾은 측면이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이번 신년사에서도 “미 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높아진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해 금리 인상을 이미 시작했거나 예고하고 있다”며 “이같은 각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국제금융시장의 가격변수와 자본유출입의 변동성이 증폭될 수 있다”고 했다.

즉, 빨리 움직이면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를 국내 상황에 맞춰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미국과의 금리 차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 문제가 있기 때문에 1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논리다.

2월 24일에 금통위가 열리기는 하지만, 3월 9일 대선을 앞두고 있어 부담이 크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봤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채권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3월 대선과 5월 새 정부 출범 사이 경기 충격 발생 시 즉각적인 재정 정책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연간 3% 성장률 달성을 위한 통화정책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2022년 1월 기준금리는 펜데믹 이전 수준인 1.25%에 복귀한 후 상반기 말까지 동결을 통한 경제 성장세 지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에도 인상이 유력하다. 2022년 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1.25%로 인상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아울러, 내년 1분기를 기점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 신임 총재 임명 등과 같은 일련의 일정들을 감안할 때 한국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기준금리에 대한 프라이싱은 1.25% 이외에는 딱히 더 주목할 수치는 없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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