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있는 상품 개발에 역량 집중…변화 두려워하지 말아야

▲ 김원규 우리투자증권 사장.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투데이=조민경 기자] “시장과 고객이 달라졌죠. 고객에게 경쟁력 있는 상품을 제시하고 높은 수익을 올려 신뢰를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김원규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다른 증권사보다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개발해 고객에게 제시하는 것을 생존전략의 최우선으로 꼽았다.

최근 증권사들은 대형사, 중소형사 구분없이 리테일(소매)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브로커리지(중개매매)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한 탓이다.

김 사장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증권사들이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식거래 중 온라인 거래가 90% 수준이 고 모바일 거래도 많다. 심지어 컨설팅이 필요한 펀드까지 모바일 가입이 가능할 정도”라며 시장의 변화 상황을 설명했다.

투자자 성향…“투자 보다 안정”

투자자들의 성향 자체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김 사장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기가 되면서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할 때 투자형보다는 안정형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며 “그런 흐름에 맞는 상품 개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한 고객들이 손해를 보고 실망한 경우가 많아 신뢰가 많이 떨어진 상태다. 이 때문에 이제 불특정 고객을 상대로 한 영업이 쉽지 않다.

그는 “이제 불특정 고객보다는 우리 자체 고객에게 수익률 높은 상품을 제시해 신뢰를 쌓고 로열티(충성도)를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산관리 면에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는 1억원 이상의 우량 고객 수가 고객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기도 하는데 우리투자증권은 삼성증권에 이어 2위 수준”이라며 “리테일 고객 자산이 85조∼90조원 정도”라고 소개했다.

김 사장은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 개발을 위해 ‘비즈니스 리포지셔닝 (business repositioning)’ 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비즈니스 리포지셔닝은 신규 수익원을 발굴하고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 자원을 재분배하는 것 이다.

상품 경쟁력을 강화해 차별화된 상품을 공급하고 자기자본을 활용한 사업을 확대해 자본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뜻한다.

김 사장은 투자은행(IB)이 할 수 있는 기업 신용 공여 업무를 활성화하고 중장기적으로 자기자본 투자(PI), 사모펀드(PEF) 참여 등도 확대할 계획이다.

또 고령화 등의 사회 구조적 변화로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으로 자금이 계속 유입되는 상황인 만큼 법인영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대구상고 재학 시절 증시와 인연
회사 매각 언급 자제…“분위기 차분”

 

사원에서 사장까지 ‘외길’

김 사장이 이처럼 시장 상황의 변화를 강조하며 세부적인 전략을 짤 수 있는 것은 증권사 사원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해 사장까지 오른 ‘역사’가 있어서다.

대형 증권사 중에 김 사장처럼 증권사 사원으로 시작해 사장에 오른 인물이 거의 없다.

그는 LG그룹 공채로 입사해 1985년 증권 분야에 지원했다. 당시만 해도 ‘상사(商社)’가 인기 있던 시절이고 증권사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김 사장이 증권사를 지원한 것은 나름대로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구상고 시절 삼보증권에서 증시 호가를 칠판에 적는 일을 잠시 했다.

또 대학에서는 지도교수가 증권학회 이사였는데 증권사 입문을 권유했다.

김 사장은 “당시는 자본시장 자율화 직전으로 증권사는 시작 단계였다. 마침 지도교수가 ‘10년 이상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으면 증권사에 한번 가보라’고 조언을 했다”고 소개했다.

당시만 해도 증권사 직원 중 나이 50을 넘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여직원은 결혼하면 그만두는 분위기였다.

지점에서는 지점장이 얼마나 큰 손님을 많이 확보하고 있느냐가 전체 직원의 성과를 결정하는 요소였다.

김 사장은 “이제 시대가 바뀌어 지점도 브로커리지뿐만 아니라 자산관리와 펀드, 채권, 주가연계증권(ELS) 등 팔아야 할 상품이 워낙 다양하고 지점장 혼자만이 아닌 직원 전체의 역량이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해외 진출에 대해서는 “꾸준히 추진하되 내실 있는 국가로 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홍콩에 ‘글로벌트레이딩센터’를 설립해 외국투자자에게는 원화채권을 공급하고 국내 기관과 프라이빗뱅킹(PB) 고객에게는 해외채권을 공급하는 거래를 주관하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는 합작법인을 두고 향후 동남아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할 계획이다.
김 시장은 우리투자증권의 매각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 사장은 “분위기는 차분한 편이다. 아직 매각 과정이 진행 중인만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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