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현대차, 해외 경영 강화 위해 총수 해외로
이재용 부회장, 미국 이어 중동까지…글로벌 네트워크 복원
최태원 회장, TPD 참석…환경 문제 강조
정의선 회장, 신차 출시 계획 점검 등 미국행

(좌측부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SK그룹
(좌측부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SK그룹

‘위드코로나’를 통해 다시금 기지개를 펴던 글로벌 시장이 새로운 우려 변이인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위축될 기미가 보이자 총수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재계에 따르면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3인의 총수는 각각 중동과 미국으로 출장을 떠나며 글로벌 현장 경영에 박차를 가했다.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 환경에서 협력 관계를 다시금 다지며 향후 새로운 먹거리를 시장에서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같은 날 밤 중동 출국길에 올랐다. 해당 출장은 지난달 24일 약 열흘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지 12일 만이었다. 앞서 진행한 미국 출장과 마찬가지로 이번 출장에서 이 부회장은 그간 단절됐던 글로벌 협력을 강화하고 신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여러 활동을 전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동 주요국들은 석유 생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양한 신사업 개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 이에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뿐 아니라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 등의 해외 사업과 연관된 협력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앞서 2일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사우디아라비아 국가혁신 전략에 맞춰 에너지·도시·인프라 개발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한바 있다.

최태원 회장의 미국행에서는 ‘반도체 사업확장’에 더해 환경문제 등 ESG 경영을 강조하는 소식이 들려왔다. 최 회장은 지난 5일 미국을 방문해 최종현학술원 주최 포럼인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 참석했다.

최 회장은 “ESG를 기반으로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이 협력해야만 글로벌 공급망 문제나 환경문제 등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며, 기후 위기 등 글로벌 문제해결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최 회장은 SK그룹이 미국에서 향후 4년간 40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 탄소저감에 기여할 것이라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WSJ, BBC 등과 외신 인터뷰를 가지며 “가장 큰 리스크는 기후변화”라며 에너지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급된 반도체 투자와 관련해서는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한 전제조건을 검토하고 있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지난달 말부터 미국 출장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의 미국 출장은 잦은 편으로 알려진 것만 올해 5번째다. 출장을 통해 미국 시장의 동향을 파악하고 미래 모빌리티 사업 등 내년도 판매 전략을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이번 출장으로 미래 모빌리티 신사업 방향성을 구상하고,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생산차질이 있음에도 양호한 실적을 거둔 현지 법인 임직원들을 격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반도체 수급이 원활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내년부터 미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신차 출시계획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 회장은 “미국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계획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이 204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고 전기차만 판매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이를 위해 미국 등 서구 시장을 돌며 전기차 시장 파악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삼성과 SK는 최근 2022년 인사를 통해 미국 시장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장단 인사에서 반도체(DS) 미주총괄 수장에 강인엽 사장을 배치했다. 삼성전자가 사장급을 미주 총괄에 앉힌 것은 처음으로, 삼성전자 측은 “미주총괄 담당사장으로서 시스템반도체 기술력과 글로벌 비즈니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반도체 신기술 발굴 및 신시장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SK 측에서도 마찬가지로 SK하이닉스가 ‘인사이드 아메리카(Inside America)’ 전략을 실행해 나갈 ‘미주사업’ 조직을 신설했다. 이석희 CEO가 이 조직의 장을 겸직하며, 미주사업 산하에는 ‘미주R&D’ 조직이 함께 만들어진다. SK하이닉스 측은 “미주 신설조직을 통해 낸드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세계 유수의 ICT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만들어 간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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