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지난 25일 전체 승진 179명…구광모 회장 취임 후 최대 규모
권봉석 사장, 부회장 승진…그룹 총 4명의 부회장
신임 상무 132명 발탁…“미래준비 도전”
삼성, SK, 현대차 등 이르면 내달 1일부터 임원 인사

사진=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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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이 2022년도 임원 인사를 마무리 지은 가운데, 향후 LG의 중장기 사업을 책임질 ‘젊은 피’를 대거 발탁하면서 혁신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그 변화 속에서도 부회장을 한명 늘리면서 안정까지도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5일 LG그룹은 계열사별 이사회를 통해 신규 임원 132명을 포함해 전체 179명이 승진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8년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취임 후 최대 규모로, 특히 신임 상무에 132명을 발탁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더불어 급진적으로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서 젊은 인재를 앞세워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신규 임원 중 40대는 82명으로 62%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신규 임원을 포함해 전체 임원 가운데 1970년대생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41%에서 올해 말 기준 52%로 절반을 넘어섰다.

LG 관계자는 “올해 양호한 성과를 기반으로 잠재력과 전문성을 갖춘 젊은 인재를 과감히 기용해 ‘고객가치’와 ‘미래준비’를 도전적으로 실행하고, 특히 상무층을 두텁게 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사업가를 육성하고 CEO 후보 풀을 넓히기 위한 포석이다”라고 이번 인사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VR과 AR, 5G, AI, 메타버스 등 다양한 4차산업혁명 기술에도 적합한 인재들이라는 평가다. 최연소 임원인 신정은 LG전자 상무는 1980년생으로 차량용 5G 텔레매틱스 선행개발을 통한 신규 수주 기여 성과를 인정받아 발탁 승진됐다.

실제로 이번 인사에서는 미래 준비를 위한 R&D 인재를 발탁 확대했다. LG전자 측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50세의 김병훈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 임명해, 기술 트렌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선행기술 개발과 개방형 혁신에 속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지난해 말 출범한 LG AI연구원의 배경훈 원장도 우수 인재 확보 및 초거대 AI 등 기술 혁신 성과를 인정받아 상무 승진 3년 만에 전무로 발탁 승진됐다.

다만 급진적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 임원을 대거 선임하면서도, 안정도 함께 택했다. LG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을, LG전자 CEO로 조주완 LG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 부사장을 각각 부회장과 사장으로 승진한 것이다.

LG 측에서는 일부 최고 경영진의 변화를 꾀하면서도 성과와 경륜을 고려해 대부분의 주력 계열사 CEO를 유임토록 하는 핀셋인사로 ‘안정과 혁신’을 동시에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즉 기존의 성과주의 기반의 인사는 유지하되, 그 안에서도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말이다.

실제로 권봉석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LG COO에 선임됨으로써, LG 내에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4명의 부회장이 자리하게 됐다.

권봉석 부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OLED TV 대세화를 앞당기고 가전사업 1등 지위를 확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전장사업 육성 등 선택과 집중, 사업 체질 개선을 통해 LG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했기에,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는 구 회장의 경영 철학에 부합하는 적임자로 꼽힌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 CEO에 오른 조주완 사장은 재직 기간인 34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시장을 경험하고 고객 인사이트를 축적해온 ‘글로벌 사업가’다. 또 시장과 고객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디지털전환을 기반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이끌어왔다.

LG전자 측에서는 급변하는 환경에 선제 대응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이끌 최적임자로 조주완 사장을 낙점했다고 설명했다.

LG의 미래 사업의 큰 축을 맡게 될 LG에너지솔루션에서는 R&D 역량 강화에 무게를 뒀다. 구체적으로 ▲R&D 역량 강화를 위해 현 배터리 연구소를 CTO(최고기술책임자)로 ▲품질 경쟁력 제고를 위해 품질센터를 CQO(최고품질책임자)로 각각 승격하고 ▲선제적 미래 준비를 위해 CTO산하에 차세대 전지 개발 전담 센터급 조직을 신설했다.

더불어 사업규모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지원 기능 및 ESG경영 강화를 위해 CEO 직속으로 경영지원센터를 신설하고, CRO(최고위기관리책임자) 겸 경영지원센터장에 현 이방수 LG CSR팀장 사장을 선임했다.

이번 인사는 구 회장이 최근 계열사 CEO들과 진행한 사장단워크샵과 사업보고회 등을 통해 “그 동안 흔들림 없이 추진해 온 고객가치 경영에 더욱 집중해 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질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변화를 주도할 실질적인 실행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인재를 적극 육성·확보해 미래준비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과 맥락을 함께 한다.

한편, LG가 ‘안정속 혁신’이라는 키워드로 인사를 마무리한 가운데, 삼성과 SK, 현대자동차 등 그룹의 연말 임원 인사에도 이목이 쏠린다. 언급한 그룹의 임원인사는 이르면 내달 1일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의 경우 5년 만에 대대적인 인사제도 개편에 나선 만큼 더 시선이 모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측은 공지를 통해 “중장기 인사제도 혁신 과제 중 하나로 평가·승격제도 개편안을 준비 중”이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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