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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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가계부채 1800조원 시대, 총량을 규제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억제 기조와 금융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다. 한은은 올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한 바 있기 때문에 대출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일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가 이미 5%를 넘어선 상황에서 ‘6%대 금리’는 시간문제다.

그런데 예·적금 금리는 지금까지도 1%대다. 4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상품 금리는 1.1~1.5% 수준이다. 가계대출 총량 억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8월과 비교해서 겨우 0.15%p 밖에 오르지 않았다. 같은 기간 주담대 금리가 1%p 정도 오른 것과 비교하면 은행들이 ‘돈 장사’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실제로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8월 기준 2.1%p로, 2010년 10월 2.22%p 이후 10년 10개월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시중은행들은 역대 최대 실적을 공시했는데, 그 배경은 저원가성 예금 증대와 대출 증가로 인한 이자이익 확대 등이다. 즉, 낮은 이자로 돈을 끌어와 높은 이자로 대출해줘 돈을 벌었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찔끔 주고 많이 받아간다’는 비난과 함께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달라는 청원이 등장했고, 12일 오전 기준 1만3523명이 동의했다.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는 것은 결국 금융당국의 규제 때문이다. 8월 취임한 금융당국 수장들은 1800조원대에 이르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정하고, 마치 군사작전 펼치듯 기습적으로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 때문에 대출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니 대출금리는 높이고 예·적금 금리는 낮게 유지하는 방식으로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려 드는 것이다. 그 결과는 약 11년만의 예대금리차 최대, 은행들의 역대 최대 수익이다. 금융소비자 등골만 빠진다.

그런데 금융당국은 금리인상 여부는 시장에서 결정할 일이라면서 ‘나 몰라라’ 하고 있다. 11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방은행장들과의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격에 정부 당국이 과도하게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상당한 제약이 있다”며 “금리 추이는 이미 저희가 아주 신중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올해 5~6%보다 더 낮은 4~5%로 잡았다. 대출을 더 조이겠다는 것이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집값에, 임대차법 시행 2년차인 내년에는 전·월세 급등이 불 보듯 뻔하다. 시장 상황을 무시한 규제로 금융소비자들이 어려움에 처하게 됐는데, ‘시장이 할 일’이라면서 구경만 하고 있으면 어쩌라는 건가?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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