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서연 기자
사진=김서연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이 4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지난 2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달부터 국정감사로 건설사 줄소환이 예정돼 있어 건설업계는 시름에 빠진 모습이다.

건설사들도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안전관리 제도를 강화하고 예산을 늘리는 등, 자체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입장이지만 각종 인재(人災)가 끊임없이 터지며 유명무실한 일이 됐다.

매년 비슷한 사고의 반복이다. 피해 규모와 건설사만 달라질 뿐 이유는 똑같다. 납기 기한을 지키느라, 효율성이 떨어져서, 관련 법규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등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안전불감증’이다.

이는 내달 열리는 국정감사에서도 건설사들을 압박하는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토교통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건설사들의 건설현장 안전사고 문제가 핵심 이슈로 거론될 예정이다. 이는 건설사들의 ‘안전불감증’에 칼날을 들이대겠다는 선전포고다.

실제로 국내 10대 건설사 원·하청 업체의 산재 발생 건수는 2017년 812건에서 지난해 1705건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862건의 산재가 발생했다. 산재사망사고 대다수가 작업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후진국형 인재라는 점도 뒷맛이 씁쓸하다.

올해 들어 사망사고를 가장 많이 낸 건설사는 HDC현대산업개발로 9명의 사상자를 냈다. 그다음으로는 현대건설과 태영건설에서 각각 5명, 4명의 사고사망자가 발생했다. 특히 두 건설사는 3년 연속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해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을 받았다.

올해까지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돼 비교적 낮은 처벌을 받았지만, 내년부터 사망과 같은 중대한 산업재해는 중대재해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중대재해법은 중대한 인명 피해를 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경영책임자(사업주)에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이는 근로자의 안전권 확보를 위해 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 산재사고를 줄이겠다는 강경책이지만 업계에서는 ‘경영책임자를 범법자로 만든다’, ‘건설산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법률이다’라는 목소리가 높다.

국정감사와 중대재해법 모두 기업 옥죄기라는 건설업계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왔던 방법으로는 산재를 줄이는 데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좀 더 원론적으로 파고 들어가 보면 국감에 증인으로 불려가는 것도, 중대재해법의 처벌을 받는 것도 건설현장에서 ‘중대한 산업재해’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모든 안전사고를 100% 예방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인력으로 막을 수 없는 천재지변이라면 몰라도, 최소한 사람 때문에 일어난 ‘인재’는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매년 비슷하게 발생하는 사고, 매년 국감 시즌마다 언제 불려갈까 살얼음판을 걷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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