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변인호 기자
사진=변인호 기자

국내 게임업계의 3강(强), 빅3, 3N으로 불리는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가 2분기 일제히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넥슨은 2분기 매출 5733억원(560억엔), 영업이익 1577억원(154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 42%가 감소했다. 넷마블은 매출 5772억원, 영업이익 1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8%, 80.2%가 줄었다. 매출 5385억원, 영업이익 1128억원을 기록한 엔씨는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6% 줄어든 수치다.

코로나19로 인한 신작 개발 지연, 올해 초 넥슨발 연봉 인상 경쟁, 6월과 8월 신작 출시를 앞둔 마케팅비 집행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국내 게임업계 3강 구도에도 균열이 가고 있다. 최근 상장한 크래프톤의 2분기 실적은 매출 4593억원, 영업이익은 1742억원으로, 영업이익 규모만 보면 넥슨보다 크다.

중견게임사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딘: 발할라 라이징’으로 2분기 매출(1295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카카오게임즈도 영업이익은 49% 감소한 81억원이었고, 펄어비스는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하면서 영업손실이 60억원으로 집계됐다. 컴투스는 2분기 역대 분기 최고 매출 1529억원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1.2% 감소한 110억원에 그쳤다.

물론 오른 게임사들도 있다. 그라비티는 2분기 실적이 2016년 흑자 전환 이후 5년 연속 자체 신기록을 경신했고, 위메이드나 데브시스터즈는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전년 대비 감소세가 이어졌다. 지난해 코로나19 특수로 실적과 주가가 상승했지만, 신작의 흥행에도 마케팅 비용과 인건비 증가 영향이 있었고, 신작이 부진한 경우도 있었다.

어닝 쇼크가 많았던 국내 게임업계의 2분기 실적에 올해 초 시작된 트럭 시위의 영향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 보인다. 게임사들의 설명대로 영업 비용의 증가 영향도 있었지만, 애정을 갖고 있던 게임에 정이 떨어진 게이머들의 목소리가 무시할 규모가 아니었다. 그동안 빠르게 몸집을 키운 국내 게임사는 모바일 게임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확률형 아이템 의존도가 점점 높아져 왔다.

게임사가 게임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게이머들의 소비가 필요하다. 게임사가 마련한 과금 구조에 맞춰 레벨을 올리고, 플레이를 편하게 하기 위해 패키지를 과금하거나 유료 재화를 사는 것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게임을 하기 위해’ 사야만 하는 것들이 생겨났다. 다른 사람들과 진도를 맞추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사야만 하는 것들이 생기고, 밸런스가 유료 재화로 구매하는 아이템과 재화에 맞춰지게 되면서 게이머들의 과금 피로도가 급격히 오른 것이다.

게이머들의 과금 피로도 호소는 수년 전부터 있었다. 확률형 아이템이 게임사의 주 수익원이 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과금을 유도하는 것보다 유료 재화로 구매하는 것들에 밸런스가 맞춰지면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게임 관련 통계 지표는 게임사들이 발표하는 실적, 앱 마켓의 매출 순위, 인기 순위와 더불어 PC방 점유율만 남았고, 동시 접속자 수나 순 이용자 수는 어느덧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 지표가 중요해지고, 매출 순위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며 다수의 게이머가 원하는 게임을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 사전예약자 수가 그대로 이용자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최근 동시 접속자 수, 순 이용자 수를 공개한 스마일게이트RPG의 ‘로스트아크’에 사람들이 몰리는 점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로스트아크는 K-게임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게이머들이 원한 소통 기준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노력을 하고 있고, 레벨링 디자인을 통해 자발적인 과금을 이끈다. 자발적 과금 유도는 돈을 쓰지 않고 천천히 게임을 해도 다른 콘텐츠를 즐기는 데 영향이 없지만, 게임을 하는 이용자 스스로가 입장 기준에 맞추기 위해 과금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안해도 되는데, 본인이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어서 과금하는 셈이다.

로스트아크가 2주년 간담회 때 내건 ‘저희는 계속해서 게임을 만들겠습니다’라는 멘트가 많은 게이머의 심금을 울린 바 있다. 왜 한국 게이머들이 로스트아크의 ‘게임을 만들겠다’는 말에 감동했는지 게임사들은 깨달아야만 한다. 확률형 아이템에 환멸을 느끼는 한국 게이머들은 실력으로,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게임들을 찾아왔고, 올해 초 3N 등 많은 게임사 사옥 앞을 돌던 트럭들이 더는 참을 수 없다는 게이머들의 의지를 대변했다. 하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6월에 출시된 신작 게임들은 이런 행동들을 신경 썼다고 보기 어려운 과금 구조를 보였다. 8월에 출시될 예정인 신작 게임들에서도 과금 피로를 낮추지 못하고, 기존의 과금 구조를 답습한다면 결국 이용자 외연 확대로는 이어질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용자 외연 확대는 통상 게임들이 보이는 매출 하향 안정화 패턴의 하락세를 완만하게 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게임이 출시된 이후 소위 ‘찍먹’ 이용자를 잡기 위해서는 재미있는 콘텐츠로 잡아두는 것이 필요한데, 시간을 투자해 노력하는 것으로 격차를 좁힐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과금 의욕은 꺾이고, 이용자 이탈률은 상승하기 마련이다. 출시 직후 매출이 잘 나오는 것은 신작 출시 효과로 부르지만, 매출의 하향 안정화는 빠른 이용자 이탈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다. 게이머를 잡아두기 위해 대규모 업데이트도 진행하지만, 재미있는 게임에는 자연스럽게 이용자가 몰린다.

실제로 로스트아크는 지난 13일 7월 이후 순수 이용자 수 100만명, 동시 접속자 수 24만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이용자 간담회 ‘로아ON 미니’에서 금강선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 디렉터가 발표하기로는 이용자 이탈률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템 레벨 1370을 찍은 이후 마련된 콘텐츠들이 이용자의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1415 이후 군단장 레이드를 시작하게 되면서 상위 콘텐츠를 해보고 싶은 이용자들이 남은 것이다.

게임사가 자사의 게임에서 신규‧복귀 이벤트를 한다고 이용자들이 원하는 만큼 유입되는 것도 아니고, 유입된 이용자가 유지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님에도 로스트아크는 지표를 직접 발표할 만큼의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게임사들이 실적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이해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좋은 실적을 유지하고, 신작이 크게 흥행하지 못했어도 ‘역주행’을 노리기 위해서는 좋은 콘텐츠뿐 아니라 이용자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매출이 높고 실적이 좋은 게임은 주주에게 좋은 게임이다. 게이머들이 좋아하는 게임인지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라면 이용자 지표를 공개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하지만 공개하는 게임은 적다. 게임사들은 어닝 쇼크를 기록했는데, 왜 로스트아크는 대기열이 너무 길어서 직장인은 접속이 어려울 정도로 이용자가 몰렸는지 깊게 고민할 때다.

높은 확률형 아이템 의존의 문제점은 수차례 지적돼 왔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올해 초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게임사들이 공격적으로 신규 IP를 개발하지 않고, 글로벌 진출에 소극적 자세를 유지한다면 10년 뒤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넥슨이 시도하고 있는 신규 프로젝트 ‘프로젝트 얼리스테이지’는 긍정적으로 보인다. 게임사의 일정대로, 게임사의 입맛대로 게임을 출시하고 게이머들과 시장의 평가를 받는 대신에 개발이 완료되기 전 초기 버전을 게이머들에게 공개해 재미있는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그것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당연히 유지가 키포인트겠지만, 게임사를 향한 신뢰가 무너지고, K-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잃은 한국 게이머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이다. 이정헌 넥슨 대표가 말했듯이 게임사가 영화‧드라마 제작사에 투자하고, 웹툰‧웹소설을 만드는 등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도 좋지만, 게임을 만드는 회사인 만큼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은 게임사가 지켜야 할 첫 번째 원칙이다.

‘계속 게임을 만들겠습니다’라는 문장이 기본이 돼야 한다. 잘 팔리는 게임이 먼저가 아니다. 재미있는 게임, 게이머가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매출 순위나 PC방 점유율 순위 모두 이용자 수가 바탕이 돼야 가능한 것이다. 소수의 이용자에게 매출의 대부분을 의존하는 폭리소매 구조는 쉽게 무너진다. 게임이 재미있어야 돈을 쓰고, 재미있어야 계속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신작 출시 효과로 인한 실적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이다. 유지는 재미있는 게임에 몰린 이용자가 기반이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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