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공식적인 첫 출근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휴 기간에도 경영 현안 보고 받아…반도체·백신 직접 챙겨
삼성 준법감시위, 이 부회장 출소 후 첫 정기회의

지난 13일 가석방돼 서울구치소를 나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가석방돼 서울구치소를 나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출소 후 17일 첫 출근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향후 경영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그동안 각 업계의 우려를 샀던 반도체·백신 등에 대해 직접 ‘챙기기’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출근 이전 연휴 기간에도 각 사업 경영 현안 등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정부는 지난 13일 美 모더나 본사를 방문해 최근의 백신 차질 및 공급 안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정부 대표단은 모더나 측의 잦은 공급일정 번복에 대해 강한 유감과 항의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공급 불안정이 지속되는 경우 모더나에 대한 신뢰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와 모더나와의 장기적인 협력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맡고 있는 모더나 위탁생산 물량을 국내에 우선 공급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요청에 대해 모더나 측에서는 백신 물량 확대와 9월 조기공급을 위해 노력한다고 전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번 주까지 구체적인 물량과 공급일정을 통보해주기로 했다”라는 답변만을 전달했을 뿐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론’이 부각되는 이유다. 특히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모더나와 mRNA 백신위탁계약을 맺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국내 공급을 우선하는 방안에 대해서 협상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해당 물량을 국내로 돌릴 수만 있다면 수급 불안을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앞서 지난해 말 화이자 백신 조기확보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이번에도 기대를 받는 이유다. 재계에서는 조만간 이 부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본사를 찾을 것이라 관측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 부회장이 챙길 사안은 산적해있다. 삼성전자의 미국 내 반도체 투자부터 시작해 LG전자가 자리를 비운 스마트폰 시장, 급격하게 확장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 등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급격한 시장 변화에 대응해야한다.

특히 2030년까지 총 171조원을 투자하는 ‘반도체비전 2030’과, 아직 정해지지 않은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공장 투자 등을 하루 빨리 점검해야 한다는 평가다. 최근 이슈가 됐던 삼성SDI의 미국 내 배터리 공장 투자에 대해서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진행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위원회) 정기 회의에도 이목이 쏠렸다. 이번 위원회 회의는 이 부회장 출소 후 첫 정기회의다. 참석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 부회장은 차후에 참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위원회는 이날 정기회의에서 삼성의 지배구조에서 비롯되는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위원회 측은 “고려대 지배구조연구소가 수행한 ‘최고경영진의 준법 위반 리스크 유형화 및 이에 대한 평가지표, 점검 항목 설정’에 관한 연구용역의 최종보고서를 논의하고 승인했다”며, “이번 연구 보고서에는 준법위반리스크를 6가지 유형으로 정리하고 이에 대한 세부 점검 사항을 제시하였으며 이 가운데 지표화가 가능한 항목들을 평가지표로 제시했다”라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해당 보고서를 활용해 보다 더 실효적인 감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행보는 삼성의 준법 경영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함이라는 평가다. 가석방이 이뤄지긴 했으나, 이 부회장은 아직까지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벗어던지지는 못했다. 오는 19일에도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한 재판을 앞두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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