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진성 기자
사진=정진성 기자

“답은 정해져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인터넷상에서 ‘답정너’로 불리는 대화형태다.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싶어 대화의 물꼬를 텄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듣기를 원하는 대화를 일컫는 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소통’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불통’이다. 상대방이 원하는 대답을 내놓기 전에는 결코 제대로된 끝맺음이 되지 않는다.

요즘 현대자동차에서는 노사가 임금협상안을 사이에 둔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노조 측에서는 파업 쟁의권까지 확보한 상황. 다행히 사측의 교섭 재개 요청을 노조 측이 받아들여 파업 자체는 보류됐지만, 여전히 난항이다. 지난 14일부터 다시금 교섭 재개에 들어갔음에도 노조는 여전히 자신들의 요구안을 들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소통·협상·교섭’. 쌍방의 원활한 대화가 오가며 의견을 조율함을 뜻한다. 어느 한쪽이 ‘됐고!’를 시전하면 절대 제대로 된 결과는 도출될 수 없다. 지금 현대차 노조의 행보가 딱 이 모양새다. 사측에 자신들의 요구안을 제시하며 협상을 논하지만, 결국 노조 측의 요구를 들어주기만을 바라고 있다.

최근 자동차 업계는 시끌시끌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의 회복세로 자동차 수요가 늘고 있지만,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 공정에 들어가지 못한 차량도 부지기수고, 심지어 차량용 반도체와 관련된 부속품이 빠진 차량이 출시되기도 했다.

‘델타변이’로 인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위기감도 되살아나고 있다. 하루 확진자가 1600명을 넘어서자, 거리두기는 강화됐고 사측의 재택근무 및 근무 시간 조절도 다시금 시행되고 있다. 향후 하반기 실적에 다시금 먹구름이 낀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현대차라고 비켜가지 않는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사가 모두 뭉쳐 힘을 써도 모자랄 수도 있다. 최근까지 국내 및 해외 판매량, 실적이 좋았다고 해서 이후에도 무조건 좋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노조는 현재 기본급 9만9000원 상향, 순이익 30% 성과금 지급, 만 64세로의 정년 연장 등을 요구 중이다. 이에 사측에서는 적절한 수준의 대안을 제시했다. 기본급은 5만원 인상, 성과금 100%+300만원, 품질향상 격려금 200만원, 10만원 상당의 복지 포인트 지급 등이다.

하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하며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사측의 교섭 재개 요청으로 바로 전날인 14일 교섭이 진행됐지만 여전히 ‘불통’이다. 노조 측은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은 채 내부 소식지를 통해 “사측이 통 큰 결단만 하면 된다. 화끈하게 제시하라”라고 말했다. 위에서 설명한 ‘답정너’와 한치도 다르지 않다. 노조 측은 사측의 의견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답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은 내부 소식지 다른 곳에서도 발견된다. 노조 측은 “그동안 집행부는 단체교섭을 ‘굵고 짧게’ 속도감 있게 마무리하고 현대차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자고 사측을 압박해왔다”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는 장기 교섭에 좋지 않은 정세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머리를 맞대자고 했지만, 노조 측이 원하는 건 사측의 ‘머리 숙이기’이며, 코로나19 정세를 고려한다지만 자신들의 요구안을 들어주지 않을 시 파업을 불사한다고 한다. 결국 ‘소통’을 말하면서 ‘불통’으로 일관하는 것이다.

임직원의 의견을 대변하며, 좀더 나은 복지를 향해 나아가는 것은 좋다. 그런데 꼭 지금이어야할까? 여타 기업들이 코로나19에 함께 허리끈을 졸라매는 것과는 대비된다. 만일 꼭 필요한 일이더라도 조율을 할 수는 없을까?

‘답정너’인 친구와는 대화를 하기 힘들다. 하기 싫은 경우도 많다. 현대차 노조의 지금 행태가 그렇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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