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전경.  사진=연합뉴스
산업은행 전경. 사진=연합뉴스

KDB산업은행(산은)이 추진하고 있는 대우건설 매각을 둘러싸고 ‘졸속·특혜매각’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산은이 KDB인베스트먼트(KDBI) 조사에 나선 것은 물론, 금융위원회까지 나서며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졸속·특혜매각’ 의혹 해소에 납득할만한 결과를 내놓느냐가 산은이 해결할 숙제다. 매각을 바라보는 대우건설 노조는 현재 격양된 상태다. 국회 국정감사 요구, 감사원 감사 청구, 청와대 탄원서 제출 등 연일 산은을 압박하고 있다. 노조는 KDBI가 산은의 자회사인 데다, 매각 주간사도 산은 내 M&A실이라는 점에서 산은이 KDBI 조사에 대해 불신하는 모습이다.

대우건설 한 관계자는 “‘고양이에 생선을 맡긴 격’으로 별게 나올 게 없다”며 조사 결과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대우건설 매각은 이번이 3번째다. KDBI는 지난 5일 재입찰 논란 끝에 중흥건설을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번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비판 대상이 됐던 산은은 KDBI를 내세우며 올해가 적기다 보고 추진했지만 ‘졸속·특혜매각’ 의혹이 불거지며 또다시 비판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여태껏 대우건설 매각을 지켜봤던 노조는 산은의 일련의 행태에 애증을 넘어 싸늘하기까지 하다. 이동걸 산은 회장을 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국가기간산업 건설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한 건설사 중 하나인 대우건설은 이번 매각을 둘러싼 특혜 의혹까지 불거지며 흠집이 난 상태다.

혈세를 투입해서 관리하던 대우건설이 매각 이후 예전의 잘나가던 시절의 모습을 되찾는 게 대우건설 조합원들의 바람이다. 이에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매각이 진행되길 원했다. 그러나 국책은행인 산은이 제대로 된 매각 방향을 잡아주지 못해 작금의 사태에 직면한 것이란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노조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잘못되면 국책은행인 산은이 국가기간산업을 살려야 하는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이번 매각은 길게 보고 추진하는 게 아닌 (산은의) 성과를 위한 매각”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번 매각에 노조가 짚은 문제점은 3가지로 지적된다. 우선 매각 공고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대현 KDBI 사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원매자자들이 개별협상(프라이빗 딜)이 일어나게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혀 연말까지 기다려달라고 하면 매각에 실기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입찰공고 없이 바로 제안서를 제출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의 생각은 달랐다. “프라이빗 매각은 공개입찰 방식의 매각이 아니라는 것을 시인한 것”이라며 통상 일반 매각과 다른점을 꼬집었다.

또 매각 주간사에 산은M&A실이 들어온 것도 산은이 직접 매각에 관여하는 구조로 보고 불공정한 매각이란 주장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정에서 가격을 조정해서 깎은 사례가 한 번도 없었는데 선례를 남긴 것 자체가 이상하다며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이같은 문제점 때문에 노조가 국회 국정감사 요구, 감사원 감사 청구, 청와대 탄원서 제출에 나선 이유다.

‘졸속·특혜매각’ 의혹을 풀어야 할 공은 산은으로 넘어갔다. 산은이 이번에 제대로 된 조사로 한 점 의혹도 없이 해소해 자회사인 KDBI ‘제 식구 감싸기’로 오히려 또 다른 논란을 자초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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