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믿고 기다렸던 사람들은 뒤통수를 맞았고, 믿지 않고 산 사람들은 그들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정부의 이번 3기 신도시 사전청약에 대한 한 줄 평이다. 주변 시세의 80%는 불을 끄지 못했다. 오히려 기름을 부었다.

문재인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공급’이 최선이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면 가격이 하락하고, 이에 따라 공급량이 감소하면 반대로 수요량이 증가하면서 균형가격을 회복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다.

이 원칙은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지난 2월 재배면적 감소와 겨울 한파 피해가 겹치면서 일어난 대파 가격 파동이 대표적이다. 대파 가격은 봄 대파가 나오기 시작한 4월 이후부터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2019년 11월에는 원종계 수입량을 의도적으로 줄이는 담합으로 가격 회복을 노렸던 판매사업자들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받은 일도 있었다.

하지만 주택은 수요와 공급 원칙의 예외에 해당한다. 지금껏 그래왔다. 누군가는 진짜 필요해서 주택을 구입하고, 누군가는 돈을 벌기 위해 주택을 구입한다. 파는 목적도, 사는 목적도 제각각이기에 공급만 많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문재인정부가 지금까지 수도권에서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물량은 총 181만호다. 그럼에도 집값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올랐다.

주택공급 발표가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려면 실수요자들이 집을 사지 않고 분양을 기다려야 한다. 181만호가 실제 시장에 공급되는 것은 몇년 후이지만 실수요자들이 이를 기다리는 동안 수요가 줄어 집값이 내려가는 것이다.

문제는 ‘불신’이었다. 문재인정부가 지금껏 내놓은 26차례의 부동산정책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집값은 더 올랐고, 이를 학습한 사람들은 기다리지 않았다. ‘영끌’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로 무리한 대출까지 받으면서 집을 샀다.

3기 신도시 공급 계획 발표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정부는 분양가에 대한 확실한 약속을 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기다렸고, 누군가는 폭등한 가격에 집을 샀다.

지난 5일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 분양가가 공개됐다.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이라지만,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곳도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인천계양에선 59㎡가 3억5000만~3억7000만원선, 74㎡가 4억4000만~4억6000만원 선에서 공급된다. 인천 계양구 박촌동 한화꿈에그린 전용 59㎡는 지난달 7억3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계양구 오류동 신동아 전용 59㎡는 지난달 26일 2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미 오를대로 올라버린 집값의 80%는 정부를 믿고 기다렸던 실수요자들의 등을 긁어주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집값은 더 올랐다. 3기 신도시 계획을 처음 발표한 2018년 9월 4억8810만원이던 수도권 평균 아파트값은 지난달 7억1184만원으로 46% 올랐다.

신도시는 집값 상승 억제를 위해 구도심에서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의 외곽지역에 만드는 계획적·인공적 도시다. 3기 신도시는 공공택지이기 때문에 민간 업체가 개발하는 택지보다 공급가격도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올라버린 주변 시세를 기준으로 분양가를 산정한다면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다. 확 낮추지 않으면 또 한 번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문재인정부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기다리면 내려갈 것”이라며 무주택자들에게 한 약속을 지킬 마지막 기회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