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건축 기적 만든 쌍용건설 회장 “올 싱가포르서만 6천억 수주 목표”

▲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호텔

[파이낸셜투데이] 지면에서 최고 52도 기울어진 ‘21세기 건축의 기적’. 자유의 여신상 (뉴욕), 에펠탑 (파리), 타워 브리지 (런던), 오페라하우스 (시드니)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세계적인 랜드마크가 하나 더 추가됐다.

두 장의 카드가 서로 기대어 서 있는 모양의 3개 건물과 지상 200m높이에서 이를 연결하는 거대한 배 모양의 스카이 파크가 올라선 독특한 디자인의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Marina Bay Sands Hotel) 호텔이 착공 2년여 만에 우리 기술에 의해 완성돼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23일 현지에서 개최된 마리나 베이 샌즈 복합 리조트(Marina Bay Sands IR : Integrated Resort) 그랜드 오픈 행사에는 호텔 시공사인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과 발주처인 미국의 세계적인 카지노, 호텔, 리조트 전문개발업체인 샌즈(Sands) 그룹 셀던 아델슨 회장 등 관계자와 오준 주싱가포르 대사, 싱가포르 퀙릉벵 홍릉그룹 회장 등 현지 유력인사 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취재 기자단만 12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호텔

쌍용건설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호텔 그랜드 오픈

최고 경사 52˚ 21세기 현대 건축의 기적…‘건설 한국’ 기술력 과시
총 2561객실…200m 높이에 들어선 축구장 2배 스카이 파크 눈길

23일 오픈행사에서 셀던 아델슨 회장은 “그 동안 전세계에서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디자인의 랜드마크가 드디어 완성됐다”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아델슨 회장은 “샌즈그룹은 라스베거스, 마카오 등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싱가포르에서 보다 획기적이고 독창적인 외관으로 찾는 이들에게 흥겨움을 더해 줄 수 있는 새로운 복합 리조트 개발을 추진해 왔다”며, “그 성과를 오늘 여러분들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그랜드오프닝에 앞서 지난 4월27일 소프트오프닝 만찬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은 “이번 공사가 성공적으로 끝난 것은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김석준 회장과 쌍용건설 임직원들이 혼연일체로 힘을 합쳐 공사를 수행했기 때문”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만찬에서 아델슨 회장은 김석준 회장에게 성공적으로 공사를 수행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며 “한국에서 유사한 사업을 한다면 쌍용건설이 꼭 우리의 파트너로 와주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 두 장의 카드가 서로 기대어 서있는 모양에서 착안해 설계된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호텔에 대해 설계자 스스로 “실제로 건설되는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저에게도 경이로운 경험”이라고 말했다.

□ 현존 최고 난이도

마리나 베이 샌즈 복합 리조트의 설계자인 모세 샤프디(Moshe Safdie)는 “마리나 베이 샌즈 복합 리조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디자인은 바로 호텔”이라며, “두 장의 카드가 서로 기대어 서있는 모양에서 착안해 설계된 이 호텔이 실제로 건설되는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저에게도 경이로운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출신 건축가이며 까다로운 건축물 설계로 유명한 모세 샤프디는 “세계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건물을 만들겠다”며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을 설계했다.

샤프디는 “모든 이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지구촌의 새로운 아이콘이 완성되는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며, 특히 “단 27개월 만에 성공적으로 공사를 수행한 한국의 쌍용건설에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지하 3층 지상 55층 3개 동 총 2561객실의 이 호텔은 지상에서 최고 52도 기울어져 올라가는 동측 건물이 지상 70m(23층)에서 서측 건물과 연결된 후 55층까지 올라가는 들 입 (入)자형 구조로 인해 현존하거나 설계, 시공 중인 건축물 중 최고 난이도로 평가받아 왔다.

쌍용건설은 세계 최초로 포스트 텐션(Post-Tension)과 특수 가설 구조물(Temporary Bracing) 설치 공법 등을 사용함으로써 피사의 사탑 (5.5˚) 보다 약 10배 더 기울어진 호텔의 디자인을 완벽하게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수영장 3개와 전망대, 정원, 산책로, 레스토랑, 스파Spa)등이 조성된 길이 343m, 폭 38m의 스카이 파크Sky Park) 에펠탑(320m)보다 20m 이상 길고, 면적은 축구장 약 2배 크기(1만2408㎡)에 달하며 무게는 6만 톤이 넘는다.

특히 9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망대는 보잉747 여객기 전장과 맞먹는 약 70m가량이 지지대 없이 지상 200m에 돌출된 외팔 보(cantilever) 구조를 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스카이 파크 시공을 위해 길이 38~75m, 무게 200~700톤의 철골 구조물 총 7000톤을 지상에서 조립해 200m위로 끌어 올리는 유압 잭을 이용한 해비 리프팅(Heavy Lifting) 공법을 통해 사용했다.

또한 기울어지고 갈라진 하층부 건물에 전해지는 약 6만톤에 달하는 스카이 파크의 막대한 하중은 트랜스퍼 트러스(Transfer Truss) 공법을 통해 해결했다.

일일 최대 출역 인원은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중국, 방글라데시, 인도, 말레이시아, 태국, 미얀마 등 10 여 개국 6천명에 이르며 언어, 생활습관이 다른 다국적 근로자들이 2교대로 24시간 공사를 수행했음에도 1,000만 시간 무재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이 호텔의 경사구조 시공 공법이 해외 프로젝트 적용 기술 최초로 국토해양부 건설신기술 (제608호)에 지정됐다. 이에 따라 국내 관공사 입찰시 기술점수를 부여 받고 유사 프로젝트에 사용될 경우 기술료(해당 공사금액의 약 15%)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현장소장인 쌍용건설 안국진 상무는 “세계 유수의 건설사들도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건물이라고 우려했던 프로젝트”라며 “특히, 적정 공사 기간 48개월의 고난도 공사를 불과 27개월 만에 수행함으로써 기술력과 시공능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이 호텔은 싱가포르가 차세대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국책 사업으로 추진 중인 도심형 복합 리조트인 마리나 베이 샌즈 복합 리조트의 메인 프로젝트로 공사금액이 미화 6억 8600만 달러 (약 9천억원)에 달하는 대한민국 해외 건설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건축 프로젝트로 쌍용건설이 지난 2007년 9월에 수주했다.

▲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호텔

“올해 싱가포르에서 6000억 따낸다”

쌍용건설은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공사 완공으로 싱가포르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쌍용건설은 지난 1980년 세계 최고층 호텔로 기네스북에 오른 73층 높이의 ‘스위스호텔 더 스탬포드’로 싱가포르 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싱가포르의 상징인 ‘래플즈 시티’와 최고급 럭셔리 호텔인 ‘싱가포르 W호텔’, 최고급 주거단지 ‘오션 프론트 콘도미니엄’, 리콴유 전 수상의 집무실이 위치한 ‘캐피탈 타워’, 아시아 최대 규모의 ‘탄톡셍 병원’ 등 현재까지 총 36건 약 5조1000억원(43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다.

또 싱가포르 건설청(BCA)이 수여하는 ‘싱가포르 건설대상’을 국내 건설사 가운데 최다인 11회 수상했다. 세계 3대 친환경 인증으로 평가받는 ‘싱가포르 BCA 그린마크’ 최상위 플래티넘 인증도 3회나 수여받았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고난도의 마리나 베이 샌즈 프로젝트에 참여한 쌍용건설은 입찰참가 14개사중 12개사가 탈락하거나 기술적 어려움으로 포기한 이 공사를 불과 27개월(적정공기 48개월)만에 수행하며 기술력과 시공능력을 입증했다.

쌍용건설은 올해 3조 원의 수주목표 가운데 1조2000억 원을 해외에서 수주할 계획이다. 이 중 절반인 6000억 원은 싱가포르에서 벌어들이기로 했다. 앞으로 다운타운 지하철 3호선, 노스사우스 고속도로, 주롱 종합병원 등 굵직한 공사들이 싱가포르에서 발주될 예정으로 수주 전망도 한층 밝아졌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인구 규모는 한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기준 건설시장 규모는 11조 원에 이른다”며 “쌍용건설이 특화한 고급건축 및 지하 토목공사 분야로 싱가포르 시장을 집중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기술의 승리”

“싱가포르 시장, 기술 없으면 입찰 자체가 안 돼”

▲ 김석준 회장
“그동안 잠을 못 이뤘다가 어제 처음으로 편히 잤다. 앞으로도 이런 건물은 당분간 나오기 힘들 것이다.”

지난 22일 마리나 베이 샌즈(MBS) 호텔의 그랜드 오픈을 기념해 기자들과 만난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쌍용건설이 2007년 9월 수주해 2년여 간의 공사를 마치고 문을 연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은 세계 최고 난이도의 건축물로 평가받았던 프로젝트다. 지상 70m에서 반대쪽 건물과 맞붙기까지 최고 52˚까지 기울어진 독특한 설계 탓이다.

이 때문에 입찰에 참가한 14개 업체중 쌍용건설과 프랑스의 개몬을 제외한 업체들은 입찰을 포기했다.

김 회장은 “싱가포르 건설시장은 기술이 없으면 입찰자체가 안되고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며 “위험이 컸지만 자신이 있었고 쌍용건설이 보유한 기술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쌍용건설은 이번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공사를 불과 27개월 만에 끝냈다. 적정공기(48개월)보다 21개월을 앞당긴 것이다.

김 회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던 비결은 첫째가 안전 담보, 둘째가 공기 단축이었다”며 “구조안전 전문업체나 강선 전문업체, 계측 전문가들을 아웃소싱해 입찰 경쟁업체보다 높은 가격을 써냈음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수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고급건축, 지하 토목처럼 쌍용건설이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여 성장동력을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과 같은 고급 건축물에 특화해 자동차의 포르쉐와 같은 명품 건설사로 거듭난다는 구상이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틈새시장은 브랜드 가치를 높여서 값이 비싸도 신뢰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가격경쟁력을 능히 극복할 수 있는 게 브랜드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가격경쟁으로 승부를 보려는 전략은 경계했다. 최근에 싱가포르에서 발주된 공사에서 다른 한국 업체가 쌍용건설이 써낸 가격의 95% 수준으로 저가수주를 했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지하매설물 등 어려운 공법이 포함돼 적자를 면하기 힘들 것”이라며 “대형공사에 대한 접근 방법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석준 회장은 쌍용그룹 김성곤 창업주인 둘째 아들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회장이 해병대에 자원입대해 3년간 복무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김 회장은 창업주보다 공격적인 기업가 정신을 가진 2세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재계에서는 쌍용이 한때 재계 4위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김 회장의 현장주의와 기업가정신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쌍용건설에게 싱가포르는 해외건설에서 최대 주력시장이다. 쌍용건설 채권단이 96년 본격적인 M&A를 앞두고 회사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스스로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았던 김 회장을 지난 3월 다시 대표이사로 선임한 이유도 해외시장 공략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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