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상속세...찬반양론 격화
정부,여당 "상속세 문제 없어"
징벌적 상속제도...손 볼 필요 있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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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유산에 대한 유족들의 상속세 납부 계획이 발표되며 그에 따른 논란이 불거졌다. 삼성 일가가 부담해야 할 상속세는 전체 재산 22조원 중 절반에 가까운 12조원이다. 이를 5년에 걸쳐 분납할 예정이다. 전례 없이 높은 상속세에 세율조정에 대한 찬반양론이 격화되고 있다. 상속세가 과도하게 책정된다는 의견과 기업이 마땅히 해야 할 의무라는 주장이 맞섰다.

상속세에 관한 관심이 커지자 세율이 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워 경기가 어려운 마당에 일자리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상속세를 책정한다며 기업에 많은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세금을 납부하면서 모은 자산인데 상속세를 책정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주장도 있어서 이를 합리적 수치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정부와 각계 전문가들은 상속세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 활동하며 부를 쌓은 기업이 마땅히 짊어져야 할 의무라고 말하며 상속세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측도 있다. 실제로 상속세를 부담하는 비율은 낮고, 상속세 자체도 전체 국고 중 2.8% 비율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부의 재분배를 위해 상속세 유지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 법령에 따르면 상속세법은 공정한 과세, 납세의무 이행 및 재정 조달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큰 자산이 가족을 통해 이어가는 대신 일정 부분 과세를 매겨 환원을 시키는 것이 상속세의 기본 원칙이다.

◆ 정부 여당 상속세 “문제 없어“

상속세 조정에 대해 정부와 여당 그리고 시민단체는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납세의 의무는 국가의 의무이며, 국고에 포함되는 상속세는 2.8%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상속세를 적용받는 피상속인은 극히 적다는 주장이다.

2020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상속세 신고현황에 피상속인 수는 34만5290명이다. 이 중 8357명에게만 상속세가 부과된다. 즉 전체 피상속인 중 2.4%만이 상속세를 부담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한국은 상속세를 자본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한다는 점에서 안전선이 마련돼있다는 분석이나온다. 30억 초과의 자산을 상속받을때 최고 세율 50%가 적용된다. 그 외에는 더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여기서도 이 세율이 모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기초공제와 인적공제 등 공제 혜택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균 실효세율은 20% 미만이라는 것이 골자다. 이런 세율을 고려했을 때 OECD 회원국 평균 상속세 26%에 비해 낮은 수치라는 것이다. 오히려 한국이 구간별 세율이 낮다는 분석이다.

중소기업을 위해 시행되는 정책도 마련돼 있다. 국세청에서 발간한 2021년도 중소·중견기업 관련 조세지원 자료에 따르면, 중소·중견기업이 가업상속을 할 때 최대 20년까지 분납기간을 연장해주는 제도와 함께 최대 500억원의 세금이 공제된다.

일부 학계 및 재계에선 부의 재분배를 위해서라도 상속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애초에 상속세의 취지가 일정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서라고 법령에 기재돼있다. 한국은 특히 자산 불평등이 심한 나라 중 하나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상속세가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OECD 국가와 비교해서 세율이 높다는 것은 성립할 수 없다. 나라마다 처한 사회 문화적, 정치적 상황이 모두 다르기에 수치로만 따져서는 형평성을 따질 순 없다는 해석도 찾을 수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속세 폐지는 불로소득의 전형이다”며 “상속세는 더 올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상속세는 높이거나 유지하는 것은 아무 문제 없다, 그러나 기업 운영과 관련된 건은 다르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미 기업상속제도라는 게 만들어져서 매출 5000억원까지의 기업은 상속할 수 있도록, 운영권 자체를 보존하도록 하는 세제 과정이 있다”고 부연했다.

◆ 징벌적 상속세는 조정할 필요 있어

이에 대해 재계 및 여론에서는 여전히 상속세가 무리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세율을 기록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OECD 36개국 중 13개국은 이미 상속세를 폐지하는 추세로 흘러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13개국 중 11개국은 상속세를 만들었다가 이후에 폐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복지에 중점을 두고 있는 스웨덴에서도 상속세를 폐지했다. 세율이 70%에 육박했으나 폐지한 이유는 이케아와 같은 주요 기업의 해외 이전 시도가 보였기 때문이다. 기업이 해외로 이전하는 것 보다, 이를 자국이 보호해주며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국가적 이득이라 판단한 것이다.

OECD 회원국 가운데 5개국(한국, 미국 등)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상속을 부의 대물림으로 보는 것이 아닌 경제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인식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상속세가 불러오는 부작용을 근거로 주장했다. 세율이 높아지면 기업이 경영에 힘을 쓰는 것이 아니라 경영권 방어에 힘을 쓴다고 말이다. 기업이 국내를 넘어 세계 경쟁추세에 들어섰지만, 상속세 부담 탓에 진출에 저해가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상속세를 버티지 못하고 기업을 매각한 사례가 있어,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 또한 존재한다. 2018년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 KUM이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 앱티브에 매각됐다. 연간 매출이 2200억원 정도 되는 기업이지만, 과도한 상속세 부담탓에 매각을 진행했다고 대표가 밝히기도 했다.

또한 중소기업 가업상속 공제를 받게 된다면, 사후의무요건을 수행해야 한다. 이는 상속 이후 자산의 20% 이상을 처분하면 안 되고, 근로자 수와 총 급여액이 유지되어야 한다. 사후의무요건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위반 기간에 따른 추징률을 곱해 상속세를 부과한다. 이 때문에, 가업상속 지원이 있어도, 조건이 부담스러워 혜택을 받지 않는 기업들이 대부분인 것이 실상이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상속세는 과거 탈세를 방지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현재 소득세, 법인세, 재산세 등 세금이 투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상속세를 없애는 논리가 커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속세를 아예 없애는 것보다는 줄이고, 분납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황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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