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 100조원대 깨진 삼성전자 모바일부문
갤럭시 어썸 언팩으로 ‘효도폰’ 낙인 있었던 A시리즈 무게…MZ세대도 주목
‘2인자’ 가전 부문, ‘비스포크’로 1인자 도약

삼성전자는 올해 초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미국 현지의 기록적인 한파로 인한 공장 셧다운 등 여러 악재를 겪고 있다.

美 정부를 등에 업고 선전포고를 한 인텔로 인해 TSMC 등과 함께 반도체 패권전쟁이 시작됐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공백으로 비상이 걸렸고, 주력 제품 중 하나인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 또 다른 주력 부문인 가전시장에서는 여전히 국내외에서 LG전자와 줄다리기를 하는 형국이다.

그야말로 삼성전자가 영위하는 사업부문이 ‘춘추전국시대’를 연상케 하는 것인데,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전략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기존의 사업 부문은 방어에 힘쓰면서, 부족했던 부분에 조금 더 무게를 두는 것이다.

◆ IM부문 매출 100조원 붕괴…‘A’시리즈로 ‘도약’

갤럭시A52. 사진=삼성전자
갤럭시A52. 사진=삼성전자

지난 9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IM부문의 실적은 영업이익이 11조4727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2002억원(23.7%)가 증가했으나, 매출은 99조5875억원으로 전년 대비 7조6787억원, 7.2%가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16년 이후 최근 5년간 실적 중 처음으로 연간 매출이 100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2016년에는 97조원대를 기록했는데, 당시 삼성전자에는 ‘갤럭시노트7’ 폭발 사태라는 악재가 터진 바 있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소비 위축도 한몫을 했으나, 막바지 4분기 아이폰12의 흥행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1~3분기까지는 아이폰12의 연기 등으로 美 현지에서도 점유율 1위를 탈환하는 등 선전했으나, 4분기 애플이 크게 치고 올라오며 격차를 좁힌 것이다. 2020년 전체로는 삼성전자가 19%의 점유율을 보이며 1위를 수성했으나, 전체 출하량에서는 감소한 모습(14%↓,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이었다. 반면 애플은 전년 대비 출하량이 3% 늘어났다. 4분기 점유율 1위도 역시 애플이었다.

삼성전자는 이에 올해 1월 출시한 갤럭시S21의 단가를 낮추는 등 ‘가성비’ 전략을 내세웠다. 지난 17일에는 ‘갤럭시 어썸 언팩’ 행사를 개최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언팩’은 지금까지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공개할 때만 열어온 바 있다.

이러한 전략은 충분히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스마트폰은 갤럭시S20 등 플래그십 모델이 아닌 갤럭시 A31이었다. 고사양 가성비에 강점을 둔 보급형 전략폰이, 고가의 5G 요금제와 제품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의 수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게다가 국내 라이벌 기업인 LG전자의 모바일 사업 부문 축소 소식도 호재다. 해당 빈자리를 A시리즈로 채워낼 수 있는 것이다.

◆ ‘B’ESPOKE, 가전 부문 1인자가 될 수 있을까?

삼성전자 비스포크.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비스포크.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소비자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맞춰 주는 콘셉트로 내세운 ‘비스포크(BESPOKE)’로 ‘국내 가전 2인자’ 자리를 탈피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지난해 가전부문(CE)의 영업이익이 3조5615억원을 달성한 점을 감안하면 마냥 2인자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여전히 국내에서는 경쟁사의 ‘가전은 LG’라는 이미지가 소비자 머릿속에 각인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전부문은 모바일부문과는 달리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반사이익을 얻었다. 지난해 삼성전자 CE부문 실적은 전년 대비 매출은 2조8505억원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조525억원 증가했다. TV와 그랑데 AI, 그리고 비스포크 등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확대가 실적 상승을 견인한 것인데, 올해 삼성전자는 ‘비스포크’를 통해 생활가전의 ‘모듈화’를 이룬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내 다양한 제품군에서 비스포크 홈 신제품을 17개 출시한다. 냉장고, 김치냉장고, 큐브냉장고, 정수기, 세탁기, 건조기, 에어드레서 2종, 신발관리기, 전자레인지 2종, 식기세척기, 에어컨 2종, 공기청정기 2종, 무선청소기 등이다.

이는 가전 하나하나를 홍보해 판매하기보다는 각 소비자의 ‘인테리어’를 판매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주방뿐만 아니라 거실과 집안 어디에서나 하나의 테마로 ‘비스포크’를 접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기존의 인테리어가 지겨워지든, 이사를 가든, 새롭게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니즈에 맞춰 공간을 꾸밀 수 있다.

삼성전자는 분야별 전문 업체들과 오픈 협업 시스템인 ‘팀 비스포크’를 구축하고 비스포크 생태계를 확대해 소비자들에게 차원이 다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팀 비스포크는 ▲디자인 파트너 ▲부품, 제조 분야의 테크 파트너 ▲제품에 다양한 서비스를 부가해 주는 콘텐츠 서비스 파트너 등으로 구성된다.

불과 출시 2년가량 밖에 되지 않았지만,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 ‘비스포크’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호재다. LG전자의 ‘스타일러’가 의류관리기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는 것처럼, 삼성전자의 ‘비스포크’가 가전 인테리어 브랜드로 소비자들의 뇌리에 각인될 수 있는 것이다.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은 “집은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 아닌 즐기고 일하고 공부하는 생활 그 자체가 되고 있다”며 “단순히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는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이 비스포크 홈을 통해 최적의 생활 환경을 조성하고 제품을 사용하는 내내 필요한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홈 솔루션’을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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