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가이드라인 공개
암호화폐 관련 위법자 걸러내지 못한다는 우려 제기
FIU “지침에 전혀 문제없다”
법률전문가 “유권해석 다툼 여지 있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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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다음 달 25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의 시행을 앞두고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 매뉴얼’을 지난 17일 공개했다. 특금법은 가상화폐를 활용한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준허가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특금법 시행에 앞서 금융위가 공개한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 매뉴얼’에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갖춰야 할 기준이 적시돼 있다. 매뉴얼에 따르면, 구체적으로는 ‘금융관계법률 위반’으로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거나 그 집행이 끝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가 가상화폐거래소의 대표자·임직원으로 있을 시 이는 신고 불수리요건에 해당한다.

매뉴얼이 공개된 뒤 제기된 문제는 지금껏 가상화폐 범죄를 저지른 대부분 사업자는 금융법이 아닌 형법에 근거해 처벌받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껏 발생한 대부분 가상화폐 관련 범죄는 형법상 특경법, 사전자기록위작 등으로 기소됐다.

따라서 매뉴얼대로라면, 가상화폐 거래 사업자가 거래내용을 허위로 기재해 사전자기록으로 형법에 근거해 처벌받을 시 이는 금융법위반이 아니므로 신고 불수리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특금법 개정안이 정작 가상화폐 관련 범죄를 저지른 사업자를 가려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FIU, “암호화폐 관련 위법자, 사업자 신고 불가능”

해당 논란과 관련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메뉴얼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금법 제7조 제3항 제3호에 형법도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 이미 적시돼 있다는 것이다.

FIU 관계자는 “국회에서 2020년 3월 특금법 개정을 하면서 형사처분을 받은 가상자산사업자도 신고 불수리요건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해놨다”라고 밝혔다.

사진=가상자산사업자신고매뉴얼
사진=가상자산사업자신고매뉴얼

◆ 법률전문가 “'가상자산 사업자 허가 가이드라인'에 형법 불포함”

그러나 법률 전문가의 해석은 달랐다.

정수호 법무법인 르네상스 대표변호사는 “특금법 제7조 제3항 제3호에 언급된 법률(특정금융정보법, 범죄수익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 중에는 일반 형법이 포함돼 있지 않다”라며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 관련 법률을 통해 앞으로 구체화할 예정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직 특금법 시행령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공고돼 있는 입법예고안을 살펴보더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정 변호사는 “특금법 시행령, 금융회사지배구조법 등 관계 법령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가 처벌 이력이 있을 시 신고가 수리되지 않을 수 있는 '금융관계법령'으로는 48개 법률이 있으나 이에는 사전자기록위작죄가 포함된 일반 형법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권오훈 차앤권 법률사무소 변호사 역시 현재 특금법 개정안이 형법 위법자를 걸러내지 못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권 변호사는 "현재 특금법 개정안으로 살펴보건대, 사전자기록위작 등의 위법혐의는 신고 불수리 사유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다만, 권 변호사에 따르면 사전자기록위작혐의의 경우 해당 범죄로 거둔 수익을 '은닉' 했느냐가 사업자 신고 처리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관건이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은 사전자기록위작으로 얻은 수익을 은닉 할 시 처벌해야 한다고 적시하는데 특금법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권 변호사는 "사전자기록위작만으로는 특금법 상 신고 불수리 사유는 아니고, 사전자기록위작으로 거둔 수익을 은닉해서 처벌받아야 신고 불수리 사유가 된다"라며 "이 부분에서 혼란이 있던 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정리하자면, FIU 입장과는 달리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 매뉴얼·입법예고안 어디에도 가상자산사업자의 형사 처분 이력을 토대로 신고 불수리가 가능하도록 명확하게 명시된 조문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예컨대 사전자기록위작죄로 기소된 전력이 있는 가상자산사업자의 사업자신고가 수리되지 않았을 경우, 해당 사업자는 특금법 시행령상 해당 범죄가 적시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FIU 측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정 변호사는 “법원은 해당 (사업자 등록)거부처분이 법적 근거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법하거나 그와 같은 하자가 중대, 명백한 경우 이를 취소하거나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판결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논란을 피하고자 금융당국은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정 변호사는 “금융정보분석원은 위법성 논란을 피하고자 사업자 신고 수리를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유를 제시할 수도 있고, 혹은 금융당국이 은행으로 하여금 형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사업자는 실명계좌 발급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우회적인 규제를 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라고 밝혔다.

가상화폐 관련 범죄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특경법, 사전자기록위작이 사업자 신고 불수리요건에 명확하게 기재돼 있지 않아 이에 불응하는 사업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은 지난해 8월부터 제기돼 온 상태다.

그러나 지난 17일 발표된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 매뉴얼’에는 해당 논란을 해결하려는 금융당국의 시도는 찾아볼 수 없다.

“사전자기록위작은 암호화폐 관련 범죄 중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범죄지만, 사업자신고 불수리 요건으로 정확하게 적시되지 않아 사업자가 신고 불수리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벌이면 사업자가 승소할 확률이 높다는 법률가의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본지 기자의 질문에 FIU 관계자는 “법률가가 법을 안 본 것으로 추측된다”라고만 짧게 답변했다.

한편, FIU 관계자는 “형법에 해당하는 범죄전력도 가이드라인에 고려해야 한다는 논란은 맞지 않다. 법에 있기 때문에, 당연하기에 (매뉴얼에) 쓰지 않은 부분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 매뉴얼'은 사업자 신고수리와 관련한 필요한 부분을 적시한다”라며 “법에 이미 개정돼서 확립된 부분까지는 가상자산사업자가 법률을 참고해 대응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했듯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 매뉴얼’은 가상자산사업자가 위반했을시 신고 불수리 요건에 해당하는 법률 요건을 나열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가상화폐 관련 위법자들이 가장 많이 기소된 형법에 대해서는 ‘너무 당연하기에 쓰지 않았다’라는 FIU의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파이낸셜투데이 조윤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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