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사채 발행·단기차입 등 지난해 말 기준 자금 시재 약 16조
전년 대비 4조 증가…투자도 줄어
최근 있었던 HMM 인수설 해프닝
안정적인 경영을 위한 ‘비축’일까? M&A 위함일까?

포스코 본사. 사진=포스코
포스코 본사.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해 사업투자의 불확실성이 늘어나면서 곳간을 채우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감소하는 매출과 영업이익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아 철강산업이 부진하면서, 지난해 실적이 감소한 포스코 또한 현금을 늘리고 있다. 시급을 요하지 않는 투자는 줄이면서 재무건전성을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이어지는 안전사고에 대해 포스코가 ‘안전’에 대한 투자까지 줄이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포스코는 잇따른 안전사고 발생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생산보다 안전”이라며 신년부터 ‘안전’을 강조해왔던 것이 무색할 정도다.

지난해 12월 포스코는 향후 3년간 안전설비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투자금은 ▲노후·부식 대형 배관, 크레인, 컨베이어벨트 등 대형 설비의 전면 신예화 ▲구조물 안전화를 위한 콘크리트, 철골 구조물 신규 설치 및 보강 ▲안전통로, 방호울타리, 작업발판 등 안전시설물 일제 점검 및 개선 ▲안전교육 훈련 프로그램 강화 및 실제와 같은 교육 훈련 인프라 구축에 쓰일 예정이다.

현재 늘리고 있는 ‘현금’이 발빠르게 안전투자에 투입돼, 연이은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을지는 향후 행보를 주목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가 지향하는 ‘안정적인 경영’에는 분명 안전 측면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 ‘자금 시재’ 16조3645억원…최정우 회장 취임 후 6조원 가까이 늘어

지난해 말 연결 기준 포스코의 자금 시재는 16조3645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의 12조4634억원과 비교하면 약 4조원이나 증가한 수치다. 자금 시재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에 더해 단기매매증권, 유동성유가증권, 유동성만기채무증권을 더한 것으로, 회사의 유동성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포스코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57조7928억원, 영업이익 2조403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0.2%, 37.9% 감소한 수치로, 3분기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반등하는 모양새였으나, 2분기 저점 영향이 컸다. 2분기 포스코는 매출 13조7216억원, 영업이익 1677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이렇듯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감소했으나 오히려 유동성 부문은 늘어났다. 여기에 더해 부채비율과 차입금 규모 등도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포스코의 부채비율은 65.9%로 전년 대비 0.5%p 상승하는 것에 그쳤다. 2016년 이후 4년 만에 2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수익성은 악화됐지만 재무건전성 지표의 변화가 적은 것이다.

포스코 측은 2020년 연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순운전자본 감축 노력과 투자비 집행 최적화, 불용자산 매각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의 투자집행 계획 대비 투자금 지출을 줄인 것도 눈에 띈다. 포스코는 3년간 총 24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수립했으나, 2019년 2조8000억원, 2020년에는 4조7000억원을 투자하는 것에 그쳤다. 올해 투자 계획은 6조1000억원 수준으로 수립했다.

이는 최정우 회장의 경영 기조와 맞물려있다는 분석이다. 2018년 최정우 회장의 취임 이후 포스코의 자금 시재는 2018년 말 10조6780억원에서 올해 16조3650억원까지 약 6조원이 증가했다.

◆ ‘10년 전이 마지막’ 포스코의 M&A는?

크게 늘린 자금시재로 재무건전성과 유동성을 함께 확보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한다는 의도지만, 일각에서는 10년이 넘도록 멈춰있던 포스코의 M&A 시계를 다시 작동하기 위함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포스코의 마지막 M&A는 11년 전인 2010년으로, 당시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택)을 인수한 것이 가장 최근이다.

얼마 전 있었던 HMM 인수 소식이 해프닝으로 끝났음에도 업계 전체가 들썩였던 이유다. 포스코 측에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기사가 난 것으로, 산업은행으로부터 전혀 제안받은 적이 없고 내부적으로 검토하지도 않았다”라며, 컨퍼런스콜 당시 입장을 명확히 한 바 있다.

하지만 M&A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향후 포스코는 성장전략으로 꼽히는 수소·2차전지 소재사업 등 신성장분야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약 4조원을 더채운 자금 시재로 경영 안정성에 더해 미래 사업 투자까지도 고려하는 것이다.

정대형 포스코 경영전략실장은 “사업분야로는 당장 두 분야(수소·2차전지 소재사업)에 집중할 것이며, M&A에 대해서도 열어놓고 검토할 계획이다”라며, “선택한 분야의 M&A 기회가 나타나면 적극 검토할 것이며, 그 외 분야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벤처투자를 통해서 새로운 신성장 동력이 발굴된다면 그 부분 투자를 시작으로 해서 M&A 를 가져갈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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