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진성 기자
사진=정진성 기자

지난 8일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영보드 제도’ 개편을 통해 MZ세대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현장을 비롯한 다양한 부서의 보다 젊고 생생한 목소리가 CEO에게 직접 전달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했다는 것이다.

해당 소식은 오후에 전해졌다. 그런데 같은 날 오전,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는 협력업체 직원 A씨가 설비에 몸이 끼여 숨졌다. 최정우 회장이 “생산보다 안전이 경영활동의 최우선”이라고 선언한 지 불과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서 전해진 소식이다.

포항제철소에서 직원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오전께 나왔으나, 이후 포스코의 소식면과 포털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젊은 직원들과 셀카를 찍고 있는 최정우 회장의 모습이었다. 안전사고를 막겠다고 했던 포스코, 최 회장의 다짐은 사고를 막는 것이 아닌 ‘사고 소식’을 막는 듯 보였다.

지난해 말부터 포스코에서는 거의 매달 노동자의 사망·사고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광양제철소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포스코 직원 1명과 협력업체 직원 2명이 숨졌으며, 이어 12월에는 포항제철소에서 배관 보강공사를 하던 협력업체 직원이 추락해 숨졌다.

이어진 8일 포항제철소 사고는 최 회장이 ‘안전경영’을 천명하고 난 직후 일어났기에 더 지적을 받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3일 열린 그룹운영회의에서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작업 지시를 받거나, 신체적 혹은 정서적 요인으로 인해 일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으면 작업자들은 이에 대한 거부를 요청할 수 있고, 이는 직원들의 권리로 확실히 보장되어야 한다”며 작업 중지권을 직원들에게 적극 안내하고 철저히 실행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당부에도 사고는 곧바로 발생했다. 지난 1일 협력사의 안전관리를 전담 지원하기 위해 신설된 ‘협력안전지원섹션’도 유명무실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에서도 형식적이고 일방적인 대책만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포스코에서는 총 9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최 회장의 부임 후 3년간 총 19명이 명을 달리했다. 안전사고는 이어지고 있으나 확실한 방지책은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물론 현장의 안전상 책임을 윗선에만 강요하는 것이 얼핏 보면 부조리할 수 있다. 현장 업무에 가장 숙달된 것도 현장 노동자며, 안전상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달려갈 수 있는 것도 현장 관리자다.

사측이 모든 안전사고를 막고, 감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 빈도를 줄일 수는 있고 사고의 경중을 최소화할 수는 있다. 사측의 적절한 조치와 변화는 현장 노동자의 목숨과 직결된다. 이번 사고도 막을 수 있는 사고였을지도 모른다.

MZ세대와의 소통은 강조하지만, 현장 일선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일까? 분명 사고 이전부터 예정된 소식이었을 것이다. ‘현장 직군 영보드’를 통해 현장과 소통하는 최 회장의 모습은 올해 초 천명한 ‘안전경영’의 시작으로 보일 수 있다. 이 소식이 사망사고 직후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의구심은 샘솟을 수밖에 없다. ‘안전경영’을 강조하는 포스코가 막는 것은 ‘사고’인가, 아니면 ‘부고’인가.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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