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진성 기자
사진=정진성 기자

지난 1월 26일 신세계그룹이 SK텔레콤으로부터 SK와이번스 야구단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관련 MOU 체결로 신세계는 SK와이번스 지분 100%를 인수했다. 급작스러운 소식이었지만 고용과 연고지(인천)는 그대로 승계됐다.

사실 처음 해당 소식을 들었을 당시에는 여러모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전혀 낌새도 없었고 ‘브랜드가치’를 알리기 위한 야구단 운영은 SK텔레콤과 SK그룹에게 전혀 손해될 것이 없다고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통상 기업이 야구단을 운영하면서 연간 200억~300억원의 고정비용을 지출한다고는 하지만 SK그룹, SK텔레콤만 따로 봐도 그 정도 손익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SK와이번스의 2019년 연간 운영비용은 약 353억원이었다. SK텔레콤의 매출액 규모 등을 고려해보면 부담은 매우 적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2020년) SK텔레콤의 연간 영업이익은 1조3493억원으로 전년 대비 21.8%가 늘었다.

지금까지 적용되던 ‘국내 프로야구단 매각=모기업의 경영난’이라는 수식이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매각 후문에 의하면 여전히 경영난으로 흔들리고 있는 모 기업은, 다 팔았지만 끝까지 야구단은 놓지 않았다. 그만큼 와이번스의 매각이 놀라운 것이다.

이는 국내 프로야구 운영이 가져다주는 혜택의 감소, 그리고 SK텔레콤을 위시한 SK그룹의 경영 방향성이 변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거 1980년대 국내에서 프로야구가 태동할 당시 야구단은 각 기업의 이름을 알리기 바빴다. 삼성은 가전을, 롯데와 해태, 빙그레는 제과류를 팔았고 OB는 주류업체로 이름을 알렸다. 관람객을 타겟으로 마케팅 효과 증폭을 노려본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삼미, 청보, 태평양, 현대를 거쳐 구단을 맡은 SK텔레콤은 본격적인 ICT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기존의 이동통신 사업에 더해 미디어와 보안, 커머스, 모빌리티 등 다양한 사업으로 뻗어 나가려는 것이다. 야구단으로 무언가를 홍보하는 것은 SK텔레콤에게 있어 이제 옛이야기가 됐다.

결과적으로 이제 SK텔레콤, SK의 이름을 모르는 국민은 거의 없다. 되려 야구단 내에서 문제가 생겼을 경우 모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에 오는 피해가 더욱 크다. 신세계가 야구단 인수 타진 의사를 넌지시 던졌을 때, 여러 기업이 매각 의사를 밝혀왔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광고 효과를 완전히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과거에 비교하면 이익보다는 손해가 더욱 크다는 말이다. 프로야구 출범 이래 강산이 네 번 가까이 바뀌는 동안, 국내 기업들의 사업 범위가 내수가 아닌 해외로 뻗어나간 점도 한몫을 한다.

그렇다면 이제와서 신세계는 왜 야구단을 인수한 것일까. 신세계는 온·오프라인의 통합과 온라인 시장의 확장을 위함이라 설명했다. 기존 고객과 야구팬들의 교차점, 공유 경험이 커 서로 간의 시너지 창출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과거 소비재 기업들이 야구단으로 자사를 홍보 해왔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이번 야구단 인수로 신세계는 온·오프라인 소매유통 관련 고객기반 확장과 고객 충성도를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야구를 보는 팬층 중 20대와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점, 이들이 모바일과 온라인 쪽으로 능통한 것도 큰 몫을 한다. 신세계가 홈구장 내에 이마트24, 신세계 푸드 외식 브랜드, 스타벅스 등의 자사 점포를 입점하는 것도 기대되는 포인트다.

더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이 야구단을 인수해 더 많은 지원과, 팬들의 보는 재미를 살릴 수 있다면 환영이다. 새롭게 ‘다이노스’라는 야구단을 창단한 엔씨소프트가 대표적이다. 야구 사랑이 가득한 김택진 대표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야구장을 찾을 정도로 광팬을 자처한다. 모기업의 적극 지원과 관심으로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엔씨 다이노스는 우승컵, 아니 그들만의 트로피인 ‘집행검’을 들어올리기도 했다.

그러면 여기서 다시 SK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왜 야구단을 매각한 것일까? 최태원 회장이 최근까지 계속 강조해오는 그룹의 목표는 바로 ‘사회적 가치 창출’이다. 기업이 이윤의 극대화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주목하는 것이다.

SK그룹 측에서는 비인기 종목에 대한 투자·지원 확대 등을 위한 결정이라는 설명이지만, 야구단 운영으로도 이뤄낼 수 있는 사회적 가치는 분명 존재한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두가 어려울 당시 최 회장은 “스포츠야말로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며, “그룹도 적극 지원할테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해달라”라고 전한 바 있다. 스포츠 선수로서 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에 대한 당부도 전했다.

이러한 최 회장의 당부를 고려하면 갑자기 매각된 와이번스는 사뭇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재무적 문제도 아니고, 기업의 슬로건에 크게 반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앞으로의 사업 행보에 있어 ‘홍보 효과’가 인수하는 신세계에 비해 적을 뿐이다.

고정비 약 300억원, 매각 비용 1300여억원으로 판매하기에, 와이번스를 좋아하는 팬과 얽힌 이해관계자, 이로부터 창출되는 사회적 가치는 아직까지 건재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창고에서 나오지 못한 수많은 SK와이번스 유니폼처럼 말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