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보험을 판매하거나 가입할 때 보험사와 가입자가 주의해야 할 것이 있는데, 불완전판매가 그것이다. ‘불완전판매(mis-selling)’는 상품의 기본 내용 및 투자 위험성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보험에서 불완전판매는 보험사(이하 GA, 보험설계사 포함)가 소비자에게 상품의 중요내용에 대하여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다. 한 마디로 사실대로 설명하지 않고 속여 파는 것이다.

필자는 보험가입자 피해구제 상담을 하면서 현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불완전판매 사례를 수시 접하고 있는데, 마음이 상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의 묻지 마 보험 가입도 문제이지만, 보험사가 불완전판매를 한 경우가 많고, 그 이면에 판매수수료가 많은 상품들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자주 발생되는 불완전판매 사례 몇 가지를 들어 본다. 첫째, 종신보험에서 불완전판매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 사업비를 30~35%로 가장 많이 떼므로 원금에 도달하려면 25~30년 걸리고 중도 해지 시 원금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이 사업비를 확보하려고 사망 보장의 종신보험(보장성보험)에 연금전환특약을 붙여 저축(연금)으로 변칙 판매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목돈 마련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종신보험이 불필요한 비혼자에게도 종신보험을 마구잡이로 판매한다. 경찰에게 저축으로 속여 팔아 대량 민원이 발생했고, 약사들에게 지원금 제공을 약속하며 저축으로 변칙 판매하였다. 자유입출금 통장이라며 판매하고 “종신보험으로 종잣돈 1억 만들기”라며 판매하다니 크게 잘못됐다. 공시이율이 은행 이율보다 2~3배 높다며 반복 강조할 뿐, 사업비와 보장보험료를 뗀 나머지 저축보험료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가입 후 공시이율이 떨어지면 보험금도 낮아진다는 사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

둘째, 변액보험도 불완전판매가 자주 발생한다. 최근에 “증시 호황에 변액보험 인기”라며 판매 확대에 나섰기 때문이다. 변액보험은 장기 유지가 필수이므로 단기 해지할 경우 쳐다보지 말아야 하는데, 보험사들의 미사여구에 많은 소비자들이 현혹돼 서둘러 청약서에 싸인한다. 변액의 뜻을 모르고 내는 보험료에서 사업비가 얼마나 빠지는지 잘 모르며 펀드 변경도 잘 모른다. 나중에 돈이 궁하면 서둘러 해지해서 또다시 손실을 자초한 후 보험사와 보험설계사에게 욕을 한다.

셋째, 무해지 환급형보험은 표준형 보다 보험료가 20% 저렴하고 보험료를 완납하면 환급금이 납입 보험료 보다 높다. 그런데 “낸 보험료를 전부 돌려주고 이자로 사망보험금을 준다”며 보장성 보험을 장기 적금으로 변칙 판매했다. 그러나 보험료 납입기간 중에는 해지하면 환급금이 없고, 대출받을 수 없으며 예금자 보호도 안된다. 보험료 납입이 완료될 때까지 유지되는 계약이 드물 것이므로 장기 저축도 어렵다. 이에 금감원이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고, 금융위는 완납후 환급률을 낮췄는데, 보험사 일부 관계자는 자신의 허물(불완전판매)을 감추고 소비자선택권이 제한된다며 금융위에 책임을 전가했으니 뻔뻔하고 적반하장이다. 금감원이 보험사들에게 판매 자제를 당부했음에도 많은 보험사들이 “무해지보험 마지막 기회!”라며 절판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넷째, 달러보험은 상대적 안전자산인 달러에 투자해 안정성, 환차익 기대, 장기 유지 시 이자수익 비과세혜택 등 장점이 있다. 그러나 판매·관리 수수료가 높고 환전수수료를 떼므로 수익률이 낮아진다. 또한 보험기간 중 환율이 상승하면 보험료 납입 부담이 커지고, 보험금 수령 시 환율이 하락하면 환차손이 생긴다. 이에 금감원이 ‘외화보험 가입 시 소비자 유의사항’을 발표(2019.7.17)해서 환테크 상품이 아니라고 밝혔고, 소비자 경보(주의)를 발령(2020.10.25)했는데, 보험사들은 여전히 “초저금리에 외화보험 인기 절정”, “고이율에 환차익까지”라고 호들갑 떨며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금도 TV 홈쇼핑에서는 온종일 보험상품을 무차별적으로 광고하며 “상담 완료 시 사은품 드립니다”, “일찍 가입할수록 유리합니다”, “지금 당장 전화하세요”라며 생각할 겨를 없이 즉흥 가입을 독려한다. 그러나 어디에도 개인별 특성(성별, 연령, 직업, 소득, 병력 및 가족력 등)에 따라 가입할 보험이 달라야 하고 묻고 따지며 신중히 가입하라는 말은 없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불완전판매를 하는 이유는 손쉽게 돈벌이하기 위해서다. 즉, 보험사 운영에 필요한 정도로 상품을 팔아야 경비(사업비, 수수료)가 확보되므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보험, 필요하더라도 가입 목적과 다른 보험, 수수료 많은 보험을 의도적으로 우선 판매하는 것이다. 특히 판매 중심, 초기 선지급으로 요약되는 보험설계사 수수료규정으로 인해 현장에서 판매 중심으로 설계사 교육이 진행되고 수수료 많은 상품을 우선 판매하도록 독려한다. 소비자 편익과 보다 보험사 실적 달성과 사업비 확보가 앞서므로 판매자 윤리는 실종된 채 상품의 특징과 장점을 부풀리고 단점과 유의사항을 감추거나 부실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완전판매는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고 부담이다. 양두구육(羊頭狗肉 : 양 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판다)처럼 겉은 그럴싸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보험 가입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하고 금전적 피해를 주므로 잔인하다. 보험사에게는 계약 이탈에 따른 수입보험료 단절, 보험사 신뢰 하락을 초래하고, 나이가 ‘보험 = 불신’이라는 인식을 낳아 보험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한다. 보험사가 해서는 안되는 일이므로 보험업법에서도 불완전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불완전판매는 정보 비대칭(격차)으로 발생한다. 보험상품이 소비자에게 복잡하고 어려워 잘 모르고 가입하고, 보험사들이 상품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허위·과장으로 속여 팔기 때문이다. 보험업법 제97조에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관한 금지행위가 있지만 범위와 방법이 불명확하고 모호하며, 보험약관에 보험사 의무(3대 기본지키기, 완전판매 모니터링, 청약철회 및 계약취소제도)가 있고 불완전판매율이 공시되고 있지만 현장에서 형식적이고 부실하게 운영되기 때문에 발생된다. 또한 금감원·금융위의 관리감독 부실과 솜방망이 처벌로 발생하고, 보험 관련 허위·과장 광고와 기사, 게시물들이 시중에 여과 없이 난무해서 불완전판매가 발생한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불완전판매를 강력 제재한다.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므로 보험사들은 천문학적 과징금이 무서워 불완전판매를 스스로 자제한다. 미국 내 1위 보험사 메트라이프는 1999년 17억달러(1조8000억원)을 소비자들에게 배상했다. 영업사원들이 종신보험을 연금 저축인 것처럼 속여서 판매해 피해를 줬기 때문이다. 영국은 2000년대 초부터 불완전판매를 개선하려고 2012년에 판매원 보상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판매량 외에 소비자 만족도, 철회건수, 민원건수 등을 반영해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소비자 보호 보다 보험사 중심으로 운영되어 설계사 수수료가 판매실적에 편중돼 지급되고 초년도에 선지급되므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다. 보험설계사들은 구조적으로 보험사가 독려하는 대로 상품 판매에만 몰두하고 수수료 많은 상품에 매달릴 뿐, 맞춤형 상품 판매와 기 계약자 관리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수수료만 챙기고 그만두거나 돈 많이 주는 곳으로 옮겨 다니는 철새설계사로 인해 기 가입자들은 졸지에 고아계약으로 전락돼 피해를 본다.

소비자들은 신중해야 한다. 보험은 저축이 아니고 즉흥 가입 상품이 아니므로 중도 해지할 보험은 처음부터 가입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미국 속담에 “한 번 속으면 속인 자가 잘못이지만, 두 번 속으면 속는 자가 문제”라는 말이 있다. 절대로 두 번 속지 말아야 한다. 보험을 가입하려면 나에게 꼭 필요하고 보장 목적에 맞는 보험인지 살펴야 하고, 5가지(보장 제외내용, 원금 손실, 사업비, 총납입보험료, 피해구제 방법)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보험사들은 보험이 소비자에게 독이 아니라 약이 되도록 정직하게 팔아야 한다. 불완전판매는

내 배를 먼저 채우려고 소비자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배신하는 행위이므로 중단해야 마땅하다. 기본적으로 상품을 단순화하여 쉽게 만들고,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보험을 맞춤형으로 가입시키되, 상품내용을 올바로 설명하고, 사실대로 설명해야 한다. 설계사들에게 사업비(수수료) 많은 상품 보다 맞춤형으로 판매하도록 규정을 바꿔 교육하고 판매자 윤리도 적극 가르쳐야 한다.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융위·금감원이 나서야 한다. 불완전판매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고 행위자를 강력 처벌해야 한다. 불완전판매가 많은 상품의 판매를 중단시키고 GA설계사의 불완전판매를 보험사가 책임지도록 한 황당한 법규도 당장 고쳐야 한다. 또한 설계사 수수료규정을 선진국처럼 판매실적을 줄이고 유지율을 점차 높게 반영하도록 유도하고, 소비자들에게 불완전판매를 당하지 않도록 ‘불완전판매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설명하고 점검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울러 빨간딱지 제도도 필요하고 금융위· 금감원이 불량 보험사를 발표하고 정기적으로 호출해서 개별 관리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오는 3월에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므로 보험사들의 불완전판매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불완전판매 근절을 위한 금융위·금감원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행여, 적발할 의지가 없거나 적발하더라도 솜방망이로 처벌한다면 애써 만든 법이 무용지물로 전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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