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진성 기자
사진=정진성 기자

최근 경·재계가 떠들썩하다. 코로나19의 재확산이 미치는 영향도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국회서 줄줄이 통과되고 있는 법안들의 영향이 크다.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 감독법 제정안 등 ‘공정경제 3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 이어 정부·여당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의 처리에도 속도를 내고 있어 경·재계 단체들의 반발이 더욱 심해지는 상황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의 기술력 경쟁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차전지, 태양광설비 등 친환경 산업과 더불어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그리고 AI·로봇 등 이른바 4차산업혁명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차세대 먹거리 선점을 위한 기업들의 경쟁에는 비단 국내 기업뿐만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사들까지 참전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기술력 확보·확대가 중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 쇼크’는 기존 산업의 지지기반까지 흔들었다. 다수의 기업들이 실적 방어에 나섰고, 생존을 위해 지분과 자산의 매각까지 감행했다. 확진자가 나온 기업의 공장은 줄줄이 생산을 멈췄다.

새로운 먹거리를 선점하기도 바쁜 상황에서 기존 먹거리까지 방어해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통과시킨 법안은 그 의도만 본다면 긍정적이다. ‘부의 분배’를 위한 정책이라 볼 수 있을 정도로 각 기업들, 특히 대기업들의 사익편취와 재산의 대물림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체를 살펴보면 허점이 너무나 많다. ‘과하다’ 싶을 정도의 규제도 동반하거니와, 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기업들에게 과중한 부담이 가해지는 것이다. A를 얻기 위한 시도가 꼭 A라는 결과만을 불러오지 않듯, 이번에 통과한 ‘공정경제 3법’, 그리고 앞으로 추진될 ‘중대재해법’ 모두가, 가져올 부작용이 더 커보인다.

예컨대 상법 개정안은 글로벌 투기자본과 해외 경쟁사의 경영권 침해를 야기할 수 있고,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기업들의 지분 처분으로 그 피해가 소액주주들에게 돌아가게 만들 수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규제 대상에 포함될 56개 상장사가 처분할 주식 규모는 10조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 이들 지분의 처분 시 주식 시장에 혼란이 올 것은 자명하다.

차세대 먹거리 선점과 더불어 코로나 쇼크로 인한 실적의 방어까지 신경 써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엎친데 덮친격’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신경 써야 할 곳이 더욱 늘어나고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다.

이번 법안의 통과는 코로나19와 더불어 올해 내내 국내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부동산 정책을 떠올리게 한다. 집값을 잡겠다고 내놓은 수십개의 정책에 결국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서민들이다. 집값은 계속해서 치솟고 이익을 보는 것은 ‘집을 가진자’다. 집이 없는 이들을 위해 내놓은 정책이 결과적으로 그 반대 집단의 이익만을 가져온 것이다.

‘부동산의 분배’를 가져오겠다던 정책은 되려 결과적으로 서민들의 부담만을 가중시켰다.

‘공정경제 3법’도 마찬가지다. 그 의도는 기업들을 향해있으나, 칼날이 향하는 곳은 국내 경제가 될지도 모른다. 기업을 옥죄는 정책은 이어 기업 하청과 그 직원, 가족들로 불씨가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법안의 효율성과 영향을 떠나 이번 법안의 통과가 하필 이 시기여야 하는 의문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올해는 코로나 쇼크로 인해 모든 기업이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의도를 행하는 것은 신념만으로는 안된다. 정확한 체크와 향후 결과에 대한 계산과 분석, 그리고 생길 수 있는 허점을 메울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 긍정적인 영향만이 아니라 부정적인 영향도 예측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현 상황을 돌아볼 수 있는 넓은 시각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선한 의도가 꼭 선한 결과만을 낳지는 않는다. 이미 우리는 이러한 결과를 수십 차례 보지 않았던가.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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