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변인호 기자
사진=변인호 기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음악 저작권료를 두고 이해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작 단계에 불과한 국내 OTT 업계가 경쟁해야 하는 글로벌 OTT 공룡 넷플릭스나 진출을 앞둔 디즈니 플러스 등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수준의 저작권료 징수 요율이 산정돼야 한다는 것에 국내 OTT 기업들이 모인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이하 음대협)뿐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도 동의하고 있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의 말을 더 경청한 모양새다.

문체부는 지난 11일 음저협이 지난 7월 제출한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에 ‘영상물 전송서비스’ 조항을 신설해 OTT 내 콘텐츠 중 음악저작물이 부수적으로 사용되면 1.5% 요율을, 주로 사용되면 3% 요율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1.5% 요율은 연차계수가 적용돼 점차 증가하며, 2026년이 되면 1.9995%가 된다.

그동안 음저협과 음대협은 수개월 간 징수요율에 관해 계속 의견 충돌이 있었다. 저작권 사용료를 내는 음대협이 저작권 사용료를 내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음저협이 넷플릭스에 적용된 요율 2.5%를 국내 OTT 업체들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에는 너무 높다며 반발하고 있다. 음저협은 음대협이 OTT에도 VOD에 적용되는 방송물 재전송 서비스 요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저작권 이용허락이라는 입장이다.

음저협과 OTT 기업 간 분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국 문체부가 중재에 나선 결과가 징수요율 1.5~1.9995%다. 음대협이 징수요율이 과하다는 근거는 단순했다. 음저협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에 따르면 악극‧뮤지컬‧오페라‧발레 등 음악이 연극적 요소와 결합된 연주회의 요율이 2%다. OTT와 비슷한 성격인 IPTV의 요율은 1.2%다. 음저협은 협회가 넷플릭스와 2.5% 요율로 계약을 했기 때문에 다른 OTT도 동일하게 가야 한다고 한다.

여기서 음대협은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 문화콘텐츠산업에서 저작권자의 권리는 무엇보다 중요하게 보호해야 하고, 음저협은 저작권자로부터 권리를 위탁받은 신탁관리단체다. 음대협도 저작권 사용료를 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요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저작권 신탁관리단체가 넷플릭스 요율을 적용하라고 나왔을 때 협상에 사용할 카드가 사실상 없다. 징수규정은 음저협이 관련 기업과 협의한 뒤 문체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적용되고, 협의가 성립되지 않으면 문체부 조정에 따르게 돼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정부가 국내 OTT 산업을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에 대항할 수 있도록 육성을 위해 범부처 OTT 정책협의체를 구성하고, 관련 모태펀드를 조성하는 등의 정책방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일 열린 OTT 사업자의 음악저작권 적정 요율에 관한 토론회에 참석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들도 권리자 보호뿐 아니라 산업 진흥을 모두 고려한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토론회 당시 김준동 과기정통부 방송산업정책과 팀장은 “최소 규제 원칙을 가지고 OTT의 성장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것이 과기정통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음악사용료율 역시 사업 초기인 OTT의 성장 지원을 위해 적절한 수준의 타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수경 방송통신위원회 OTT정책협력팀장도 “저작권법은 저작권자 보호와 문화산업 발전이라는 두 가지 목적이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권리자 보호에만 치중되다 보면 음악시장이 위축되고 오히려 저작권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이미 VOD, AOD 등에서 음악을 제거하는 등 시장 위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음저협은 이번 문체부 결정에 관해 “국내 OTT 사업자들을 많이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며 “이는 관련 산업의 올바른 성장방식이라고 볼 수 없어 문체부에 의견서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견 수렴 및 심의 과정에서 음저협이 2.5%에 대한 상세 근거로 제시한 국내·외 10여개의 계약 선례들과 20여개 국가의 해외 규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음대협은 “문체부와 음저협은 교묘하게 1.5%라고 발표했지만, 사실상 2%로 이용자와 권리자 사이 합리적 균형점을 찾기는커녕 최소한의 기계적 중립도 지키지 못했다”고 반발했다. 문체부는 OTT서비스 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 필수경비를 고려한 공제계수조차 받아들이지 않음에 따라 향후 이용자와 음저협 간의 분쟁 소지를 남겨뒀다는 것이다. 음대협 관계자는 “문체부의 이같은 일방적인 징수기준 결정은 향후 국내 콘텐츠산업과 OTT 플랫폼 산업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되며, 향후 미디어콘텐츠 산업 전반의 이해관계자 및 저작권자, 전문가들과 함께 대응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과정이 어찌 됐든 문체부가 요율을 발표했고, 징수규정은 개정됐다. 범정부 OTT 정책협의체는 ‘범정부’ 기능을 하지 못했다. 방통위가 웨이브, 티빙, 시즌, 왓챠 등 국내 OTT 사업자들과 만든 K-OTT 민관협의체는 문체부와 반대편에 선 모양새다. 결국 음대협 소속인 웨이브는 문체부에 저작권위원회 심의보고서 등 3건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다른 소속사들과 함께 행정소송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기업을 향한 법과 제도‧규정이 거대 글로벌 기업에게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역차별 문제도 우려된다.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점유율을 급격히 늘리고 있고, 디즈니 플러스의 국내 상륙이 임박했다. 아무리 국내 대기업이 운영하는 OTT라고 해도 넷플릭스나 디즈니만큼의 투자는 어렵다. 그렇지 않은 OTT도 있다. 국내 OTT와 글로벌 OTT는 진출한 시장의 규모도 다르다. 국내 OTT를 자력으로 살아남게 놔둘 것이 아니라면 정부의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국내 OTT 육성을 위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 갈림길에 섰다.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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