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정희 기자
사진=임정희 기자

P2P금융업이 혁신으로 인정받으면서 새로운 금융업으로 제도권에 편입됐다. 하지만 대다수 업체들이 온투법 허들을 넘지 못하고 등록을 망설이고 있다. 그만큼 기준 미달인 곳이 많다는 얘기다.

처음 P2P금융이 등장했을 때, 금융당국은 고민에 빠졌다. 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인 P2P금융을 기존 법과 제도로 관리·지도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P2P금융은 저소득·저신용자들에게 중금리 대출을 활발히 공급하고 높은 수익을 얻고자 하는 투자자들에게 좋은 투자처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다며 혁신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이와 관련한 법·제도가 미비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우선 대부업법 아래 P2P금융을 두고 P2P만을 위한 법과 제도를 준비했다. 공청회와 세미나 등 자리를 만들고 업계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업계는 P2P금융을 위한 길을 터달라 요청했고, 금융당국은 이에 화답하며 세계 최초로 P2P를 하나의 금융업으로 인정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을 제정하고 지난 8월 법 시행을 알렸다.

온투법은 P2P업체가 최소 자기자본 5억원(연계대출 규모에 따라 자기자본 규모 5억원, 10억원, 30억원)을 충족해야 하며, 사업계획과 내부통제 장치, 전산·물적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영·재무현황과 연체, 투자금 예치 상황은 물론 금융사고가 발생하거나 연체율 15% 초과, 부실채권 매각 등의 내용은 반드시 공시해야 하고 연체율 20%를 초과하는 경우 관리방안을 마련해 보고토록 하는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P2P금융이 금융권 메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과 달리 제대로 뛸 준비가 된 곳은 일부에 불과했다. 금융당국의 지도에 따라 P2P업체는 내년 8월까지 온투법에서 요구하는 요건을 갖춰 금융당국에 등록을 완료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신청업체는 2곳뿐이다.

지난 9월 금융당국 1차 전수조사 결과, 대부업법에 따라 등록된 P2P업체 237개사 중 대출채권에 대한 회계법인 감사보고서를 제출해 적정 의견을 받은 곳은 78곳이었다. 이중 최근 금감원과 사전면담을 진행한 곳은, 등록신청을 마친 2곳을 포함해 총 12곳에 그쳤다. 즉, 내년 정식으로 등록이 예상되는 업체 수가 기껏해야 12개사 안팎이라는 뜻이다. 반면 온투법 이후 폐업한 업체는 237개사 중 약 50곳에 이른다.

이렇듯 대다수 업체는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기준을 넘지 못하고, 줄폐업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등록 업체가 소수에 그칠 것으로 파악되자, 과연 P2P금융이 금융권에 무사 안착할 수 있겠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새 업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는데 김이 새는 부분이다.

사실 지금은 P2P업계가 건전하게 굴러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도기다. 일각에서는 온투법 허들이 높은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지만, 오히려 문턱을 높여 옥석 가리기를 해야 할 때다.

그동안 P2P금융은 각종 사기와 횡령, 돌려막기 등 불법으로 소비자 피해를 유발했다. 유망한 업체로 이름을 알린 곳들이 하루아침에 폐업하거나, 대표 구속·잠적으로 논란이 되는 사건이 잊을만하면 벌어졌다. 올해 3월에는 높은 연체율 탓에 금융감독원이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최근 업계 평균 연체율도 약 19%로 타 업권에 비해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온투법은 P2P금융업을 안전하게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요구한다. 제도권 내에서 영위되는 금융업이라면 응당 이러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금융소비자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 혁신이라는 명목 아래에 최소한의 안전핀도 없는 업체들이 버젓이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향후 커다란 금융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나무도 병든 가지는 쳐내야 하듯 자격이 되지 않는 곳은 걸러내는 것이 맞다. 당장은 진통을 겪겠지만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건전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금융당국은 지금처럼 심사를 강화해 자격 있는 업체만 골라내길 바란다. P2P업계도 위기를 기회 삼아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노력을 할 때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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