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 자영업자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돈을 못 벌게 된 것을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집합금지로 인한 손해가 왜 자영업자들에게만 집중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아야 하니까 집합금지,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영업을 금지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왜 조치가 거기에서 끝나고 마느냐는 것이다.

청원인은 “자영업자들은 코로나로 버티기 위해 또는 기타 이유로 대출을 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다. 그리고 그 원리금을 매달 갚아야 한다. 또 매월 임대료, 전기세, 기타 공과금을 납부해야 한다”며 “사용한 만큼 지불하는 건 당영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규제 때문에 사용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자영업자만 그 책임을 다 지고 납부해야 하는 상황은 솔직히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로 집합금지가 되면 돈을 납부할 모든 게 집합금지 기간만큼 같이 정지돼야 한다”면서 “매장의 시설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발생한 비용과 대출 원리금은 그래도 지출되고 있다. 결국 마이너스가 엄청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마이너스는 같이 책임져야 하는 부분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왜 코로나 전쟁에 자영업자만 총알받이로 내몰려야 하나? 왜 자영업자만 희생이 이리 커야 하나”라고 절규했다.

그는 “이제 대출도 안 되고 집도 줄이고 가진 거 다 팔아가면서 거의 10개월을 버텨왔다. 죽기 일보 직전”이라며 “같이 집합금지를 시켜야 한다. 대출원리금, 임대료, 집합금지 때문에 사용 못 하고 내는 공과금. 이런 부분 같이 멈춰야 한다. 마지막 생명줄마저 끊어지기 전에 절규하며 호소한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지난 7일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14일 현재 14만515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결국 영업제한 조치로 돈을 벌지 못하는 상황에서 임대료, 대출원리금, 각종 공과금 납부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으로 “죽기 일보 직전”이니, 집합금지 조치 피해를 자영업자들에게만 지우지 말고 나누자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청원인의 현실만은 아닐 것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외식업종 결제금액은 전년동기대비 10%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확산으로 배달이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10%나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전국 2단계, 수도권 2.5단계가 다시 적용된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 가중은 불 보듯 뻔하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카페학살을 멈춰달라’, ‘왜 자영업자만 죽어야 하느냐’, ‘영업정지 업종의 월세 인하 대책을 마련해달라’ 등 청원인의 글과 비슷한 청원이 줄을 잇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지원은 변화가 없다.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없는 정부 지원은 재난지원금 정도. 그나마도 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전국민 지급’이 아닌 일부 대상에게만 지급하는 ‘선별 지급’이다. 통계로도 밝혀졌듯이 ‘선별 지급’ 방식이었던 2차 재난지원금은 경제적 효과가 미미했고, 정말 도움이 필요한 자영업자들에게 도달하지 못했다. 겉으로는 “지원이 필요한 곳에 두텁게 지원한다”는 취지라고 하지만,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데 부담을 느낀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3차 재난지원금은 2차 때와 비슷하거나 적을 것이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 심지어 언제, 누구에게, 얼마나 지급될지는 정해지지도 않았다. 정부는 내년 설 전 지급이라는 큰 틀 아래, 3차 대유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정할 계획이다. 자영업자들은 당장 죽어나가게 생겼는데, 참으로 느긋하다. 결국은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기 전까지, 그리고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자영업자들은 빚을 늘려 알아서 버티라는 말밖에 안 된다. 그나마 저리로 빌릴 수 있으니 감사해야 하는 일일까? “나도 힘들어 죽겠는데, 왜 안 주나?”, “정부 조치로 자영업자들의 소득은 보장이 안 되는데, 왜 임대인들의 임대소득은 보장돼야 하나?”, “은행은 왜 따박따박 이자를 챙겨가나?” 이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때 정부의 지원은 기업에 집중됐다.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많은 직장인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지만, 정부의 지원은 없었다. 우리나라는 결과적으로 외환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외형 성장은 이뤘지만, 비정규직 양산, 양극화 심화라는 사회적 문제를 낳았다. 기업들의 소득은 빠르게 회복된 반면, 가계 소득은 정체됐고, 그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한 번 무너진 가계 경제를 되살리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전대미문의 전염병이 촉발한 위기를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대미문의 대응책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와 사회는 경제학 교과서에 없는 방식으로 경제위기에 대응했고, 그것의 효과가 매우 좋다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재정건전성 등 겉으로 보여지는 경제 모습이 아무리 좋아도 가계 경제가 힘들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현 정부가 강조하는 사회통합 차원에서도 결코 좋지 않다. 모두가 힘들지만, 두 번이나 영업 제한‧금지 조치를 당한 자영업자들의 사정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 피해와 부담을 조금씩 나눈다면 코로나19 위기를 헤쳐나가는 데 힘이 덜 부치지 않을까. 자영업자에 대한 정부의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선재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