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최희남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싱가폴로 출장을 떠난다고 알렸다.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11개월 만의 해외 출장이란 설명과 함께였다.

이는 다소 새삼스러운 소식이기도 하다.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 기업 인사들의 해외 출장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간 국내 대기업 총수나 임원들은 눈에 띄게 해외 출장을 줄이고 비대면 화상회의로 행사 참석을 대체해왔다.

그래서일까. ‘이시국’에 최 사장은 꼭 싱가폴 출장을 가야만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공기업인 한국투자공사가 보인 이같은 행보는 민간기업이 비대면을 적극 활용해온 모습과 대조적이다. 확진자에 대한 철저한 추적 관리로 ‘K-방역’이란 높은 평가를 받지만, 입출국은 크게 제한하지 않는 정부 방역 대책과 같은 맥락일까. 국내에선 일일 확진자가 600명에 달하는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본격 시행되고 있는 상황인데, 공기업으로서 출국에 관대한 모습이다. 

물론 출국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싱가폴은 지난 6월 이후 코로나19 봉쇄정책 ‘서킷 브레이커’를 종료하고 일부 국가의 입국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준 외교부에 따르면, 싱가폴은 지난 3월 24일부터 단기 방문객의 입국 및 경유를 불허하고 장기 체류비자 소지자에 한해 입국 전 사전 승인과 2주간 격리 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더욱이 비즈니스 목적의 경우 입국 후 의무격리를 면제하는 입국절차 간소화(신속통로)를 이용할 수 있기에 절차상 문제는 없다. 최 사장 역시 신속통로 절차를 통해 이번 단기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다만 불편한 시선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은 해외 출장의 당위성 측면이다. 방문이 꼭 필요한 행사였냐는 것이다. 

최 사장은 지난 5일 싱가포르로 출국했지만, 실제 공식 일정은 8일부터 11일까지다. 최 사장은 7일부터 11일까지 밀켄(Milken) 연구소가 주최하는 ‘아시아 서밋(Milken Asia Summit)’과 이와 연계된 ‘싱가포르 금융인의 밤 행사’ 등에 참석해 지난 11월 임명된 금융협력대사로서 ‘금융외교 세일즈’를 위한 일정을 바쁘게 소화한단 계획이다. 

지난 4일 최 사장은 이번 방문에 대해 “최근 대한민국이라는 K브랜드의 위상이 높아지고, 금융인프라 측면에서도 상당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며 “활발한 대면 소통을 통해 싱가포르의 강점을 벤치마킹하고, 우리나라의 우수성도 홍보하면서 금융산업의 마중물 역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투자공사 측의 관련 답변은 출장 당위성에 보다 의문을 품도록 만들었다. 최 사장의 방문이 언제부터 계획된 것인지,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무엇이고 이를 글로벌 자산운용사와의 개별 면담을 통해 어떻게 홍보하겠다는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공사 관계자는 “방문이 언제부터 계획된 건지 정확한 시점을 특정하긴 어렵다”며 “물어보신 부분을 직접적으로 확인하긴 어렵고 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려울 수 있단 점도 참고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 참가도 가능한데 출장을 결정한 이유와 관련해선, 이 관계자는 “그렇게 판단하시는 부분은 잘 알겠다”면서도 “확인 가능한 범위에서 나중에 답을 드리겠다”는 답변에 그쳤다. 

코로나 시국이 아니라면 해외 출장이 굳이 문제가 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또한, 해외투자전문 공기업 대표로서 중대한 행사 참여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설명이 있었다면 불편한 의문은 들지 않았을 것이다. 문득 행정조직의 병폐인 ‘무사안일주의’란 단어도 머릿속에 떠오른다. 일부 공기업이 지탄받는바, 피동적이고 소극적으로 현상을 유지하려는 행동성향 말이다. 

한편 싱가폴 보건당국에 따르면, 11월 이후 싱가폴 내 신규 지역감염은 현재 1명 내지 0명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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