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지 기자
김은지 기자

금융위원회가 한국은행과 때아닌 갈등을 벌이고 있다. 핀테크 지급결제 권한을 두고서다.

금융위는 올 초 업무계획에서 주요 추진 과제 중 하나로 핀테크와 디지털금융 혁신과제를 발표했다.

그간 금융위는 핀테크 정책 주무 부처로서 지급 결제 분야를 특히 주목했다. 전세계적으로 핀테크 중심의 금융혁신이 활발히 진행되는 가운데, 금융 결제부문에서 혁신과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국내 전자지급결제 업체들이 알리바바나 페이팔 등과 같은 글로벌 금융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현재의 낡은 금융결제 인프라를 혁신해야 한다며, 폐쇄적인 금융결제 시스템과 경직적 규제 체계 등을 한계로 지적해왔다. 이에 글로벌 추세에 맞춰 금융결제 인프라의 전반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게 금융위의 정책 기조다.

그러나 지난달 발의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포함된 전자지급거래 청산기관 감독권을 둘러싸고 금융위는 한국은행과 충돌을 빚게 됐다. 한은은 중앙은행 고유업무인 지급결제에 금융위가 과도하게 간섭을 한단 주장이다.

한은법 28조에 따르면, 한은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는 지급결제제도의 원활한 운영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관장할 수 있다. 한은은 지급결제시스템이 중앙은행의 태생적인 역할인 만큼, 전금법에 포함된 금융결제원에 대한 감독 기능 역시 한은의 소관이란 인식이 크다.

반면 금융위는 지급결제에 대해 어느 한 기관이 독점하거나 배타적으로 관리할 수 없단 입장이다. 한은법 81조 1항과 2항에서 한은 외의 자가 운영하는 지급제도에 대해 필요한 경우 해당 운영기관 또는 감독기관에 운영기준 개선 등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근거 삼아서다.

전금법 개정안에 한은과 연결된 금결원 업무는 금융위가 손을 대지 못하도록 하는 절충안이 담겼지만, 한은은 여전히 반박하는 양상이다. 이는 원칙적으로 금융위가 지급결제를 관할하고 부칙에서 한은에 위임하는 것과 같은 모양새로, 결국 중앙은행 지급결제와 충돌한다는 게 한은의 주장이다.

한은의 반응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금결원은 1986년 한은의 결제업무를 맡은 비영리사단법인에서 출발해 사실상 그간 한은의 권한 영역에 속했는데, 한은의 영향력이 작아지게 된 셈이 됐기 때문이다.

반면 기획재정부에서 갈라져 나온 금융위의 권한은 실로 넓어지고 있다. 현재 증권과 외환의 결제와 청산은 예탁결제원을 비롯한 금융위 산하 공공기관이 이미 주도적 역할을 맡고 있다.

이뿐 아니라 금융위 출신들은 최근 손해보험협회, 은행연합회, 서울보증보험 사장직까지 모두 점령했다. 최근 한국 거래소 이사장 후보에도 손병두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내정됐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관피아가 완벽히 부활하고 있는 게 아니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한 감염병 예방 및 통제를 위해 정부의 역할이 커진 가운데, 정부가 금융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제는 ‘정경유착’에서 ‘정금유착’이 되고 있단 말까지 나온다. 금융위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관치금융으로 기울거나 중앙은행의 권한이 과도하게 침범되지 않도록 사회의 날카로운 견제와 감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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