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사진=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법원이 한진칼을 상대로 KCGI가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 절차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산업은행의 자금이 한진칼로 투입될 수 있게 되면서, 본격적인 절차가 진행되는 것이다.

가처분 신청 기각 다음 날인 2일에는 대한항공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참석해 인수 계획, 향후 인력 구조조정 등 여러 질의에 대해 답하며 인수절차가 본격화될 것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앞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코로나19 직격탄으로 전세계 항공운송업은 붕괴 위기에 처했고 우리 국적사도 이대로 가면 공멸”이라며, 이번 인수합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대항항공 측도 마찬가지.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의 회생을 위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항공산업의 쇠퇴를 막기 위한 대한항공과 산업은행의 노력은 분명 칭찬받아야 마땅하건만, 왜 업계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업계에서 제기하는 여러 인수절차에 대한 의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산업은행의 이익 등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과 설명이 아닌 아시아나항공의 ‘파산’을 인질로 잡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측은 앞서 이동걸 회장이 말했듯이 아시아나항공의 ‘파산’을 막기위한 방법이 대한항공과의 통합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대로 아시아나항공을 내버려둔다면 회생의 여지 없이 파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앞서 KCGI가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법원에 제기했을 때에도, 만약 이것이 인용된다면 양사의 결합은 막히고 대한민국의 항공산업은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번 양사의 인수합병은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을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심지어 불과 두 달 전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인수합병이 추진되고 있었다. 해당 인수합병만 따진다면 대한항공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대한항공과 한진칼은 KCGI, 반도건설, 조현아 전 부사장 등과 경영권 대립을 하기 바빴다. 게다가 수익 측면에서는 화물 운송으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꽤나 짭짤한 영업이익을 올려 “조원태 회장의 결단이 빛을 발했다”며, 향후 ‘장밋빛 미래’를 전망해왔다.

산은 측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HDC현산에 타진할 당시에도 비슷한 뉘앙스다. 지난 8월 이동걸 회장은 간담회를 통해 “지난 연말 HDC현산이 아시아나의 미래를 밝게 봤듯이 지금 먹구름이 걷히면 항공업이 어둡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좋은 시장이 열릴 것이고 아시아나항공은 정상화가 가능한 기업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당장 이번 인수합병이 진행되지 않으면 아시아나항공이 파산할 것이라 단언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HDC현산이 수차례 재실사를 요구하며 아시아나항공을 떠안기가 힘들다는 것을 어필할 때는 ‘다 잘될 것이며 대한민국 항공업계의 전망은 밝다’던 그들이, 이제는 내버려두면 공멸하고 파산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인수합병이 대한항공과 산업은행, 조원태 회장과 이동걸 회장 양측의 이익만을 고려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합병에는 조원태 회장 등 한진그룹이 대한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이라는 제2 국적 항공사를 맡을 자질, 그리고 산업은행이 실패한 아시아나항공의 지난 구조조정 및 회생, 매각 실패의 사과 등 여러 전제가 빠져있다.

게다가 그저 ‘사모펀드는 투기꾼’이라고 매도하며 논외로 치고 있는 KCGI 등 3자연합을 이번 매각에서 배제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번 인수합병의 그 어디에도 한진칼 주식의 약 반절을 지닌 3자연합의 의견과 이익, 그리고 협업은 존재치 않는다.

사이에 끼인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그 임직원들은 난처할 뿐이다. 현재도 한달 벌고 두달 쉬며 일하는 그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처지를 ‘인질’로 잡고 있는 이들이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지난 8월 HDC현산과의 인수합병 논의 단계 당시에는 8월 15일 광복절 집회로 코로나19 사태도 더욱 심각하고 백신의 소식도 없어 지금보다 더 암울한 시기였다. 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걸까?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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