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호실적 냈는데”…주가 상승 기대
‘연말 배당’도 매력 요소, 투자자 금융주에 눈길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리 상승 불가피”

여의도 금융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의도 금융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평가받던 금융주에 훈풍이 분다. 호실적은 물론 연말 배당과 기준금리 상승 등에 대한 기대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4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최근 한 달간 약 15% 내외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금융주가 치고 올라오고 있는 모습이다.

4주 동안 가장 큰 상승폭을 보인 곳은 하나금융지주다. 지난달 16일 종가 2만9100원을 기록했던 하나금융은 지난 13일 3만4650원을 기록했다. 이는 19.07% 상승한 수준이다. 그 다음으로 우리금융지주의 주가가 8410원에서 9770원으로 16.17% 확대됐다. 같은 기간 신한지주 주가가 2만7950원에서 3만2250원으로 15.38% 확대됐으며 KB금융은 3만9400원에서 4만4950원으로 14.0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던 주가가 지난해 말 수준으로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지난해 말일 기준 4대 금융지주 주가는 신한지주 4만3350원, KB금융 4만7650원, 하나금융 3만6900원, 우리금융 1만1600원이었으나, 코로나19 이후 사상 최저 기준금리 등으로 하락세에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1.25% 수준이던 기준금리는 올해 0.50%까지 하향조정됐다.

이들 금융지주 주가가 상승한 데에는 견조한 실적이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코로나19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에서도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성적을 거둔 것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올해 3분기까지 4대 금융지주가 거둬들인 총 누적 순이익은 9조746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동기(9조3792억원)에 비해 3.2% 줄었지만, 코로나19와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대손충당금을 확대한 점 등을 고려하면 올해도 호실적을 기록했다는 평가다.

신한금융이 2조9502억원을 기록했고, 이어 KB금융이 2조8779억원을 시현했다. 하나금융은 2조1061억원을 달성했으며 우리금융은 1조1404억원의 순이익을 거둬들였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의 경우 이번 3분기에만 각각 1조1447억원, 1조1666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1조원을 넘어섰다.

이렇듯 금융지주가 높은 실적을 내자, 연말 배당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주주친화 정책의 일환으로 배당 성향을 높게 잡을 수 있다는 기대다. 물론, 금융당국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배당을 자제하고 손실흡수능력을 확보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부진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지난해 수준의 배당성향은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20% 중반 수준이었다. 배당성향은 순이익 대비 배당금의 비율로, 신한금융이 25%, KB금융이 26%, 우리금융이 26.6%, 하나금융이 25.6%였다.

김기환 KB금융 재무총괄(CFO) 부사장은 컨퍼런스콜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로 공격적인 배당 확대는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적어도 올해에는 작년 수준의 배당 성향은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향후 중간배당도 확대도 기대된다.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중간배당을 실행했던 하나금융은, 올해 상반기 이후에도 주당 500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금융당국의 자제 권고가 있었지만 상반기 높은 성과를 낸 만큼 중간배당을 이어간 것이다. 신한금융도 내년 3월 개최될 주주총회에서 분기별로 배당을 할 수 있도록 정관 변경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정관상 신한금융은 1년에 한 번 중간배당을 실시할 수 있다.

아울러 미국 대선 결과도 금융주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조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함에 따라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부양책으로 미국의 대규모 국채 발행이 이뤄지면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이에 영향을 받아 우리나라 국채금리도 올라 결국 시장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리 상승으로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높아지면 실적 역시 덩달아 확대될 수 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국내 기관의 은행주 매수세에 불이 붙었다. 국내 기관은 한 주간 코스피를 3360억원 순매도하면서도 은행주를 1500억원이나 순매수했다”며 “외국인도 2주째 연속 은행주 순매수를 지속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노이즈는 있겠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향후 시중금리 상승은 불가피한 현상이고 경기 개선 기대감도 점차 커질 것이라는 점에서 은행 이익 규모가 현재보다 크게 급증하지 않더라도 주가가 상승하는 Re-rating 국면에 도래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은행주의 추가 상승 기대감을 시사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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