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대규모 품질 비용 반영으로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현대차
정의선 회장 취임 후 첫 분기 적자, 품질경영인가? 지배구조 개편 포석인가?
‘코나 화재’에서도 품질 비용 반영 시 또다시 적자 전망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4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정식 취임하면서 ‘정의선 시대’의 막이 올랐다. 하지만 취임 후 첫 분기인 3분기 현대차의 실적은 적자를 기록했는데, 세타2 GDI 엔진 등 품질 비용 충당금 2조1000억원이 적용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기아차에는 1조3000억원이 설정됐다.

이는 2011년 이후 분기 기준 첫 영업적자다. 현대차의 3분기 매출은 27조5758억원, 영업손실 3138억원, 당기순손실은 188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의선 회장 취임 후 ‘품질경영’을 더욱 앞세우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따르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향후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포석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순환출자 구조를 지니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특성상, 현대·기아차가 아닌 현대글로비스의 영향력이 높아져야 정의선 회장의 지배구조를 강화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 4대 그룹 유일 ‘순환출자 구조’, 지배구조 개편 임박?

현대차그룹은 4대 그룹, 나아가 10대 대기업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1999년 기아차의 인수, 2000년 현대그룹에서의 계열 분리 이후 지속 유지돼온 해당 구조는 정부의 재벌 구조개혁안 등으로 인해 최근 들어 더욱 개편을 요구받는 상황이 됐다.

크게 보면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의 21.43%를, 현대차는 기아차의 지분 33.88%를 가지고 있고 기아차는 다시 현대모비스의 지분 17.28%를 갖고 있는 형태다. 정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 일가는 여기서 주요 계열사를 보유하고, 이들을 통해 나머지 계열사의 지분을 간접적으로 소유해 계열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에 대한 정 회장의 지분은 각각 2.62%, 1.74%, 0.32%에 불과하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인 현대차 5.33%, 현대모비스 7.13%를 물려받아도 채 10%가 되지 않아 외부 투기 자본 등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정 회장은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의향을 드러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정 회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 2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질문에 대해 “고민 중”이라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경제 3법 등 정부의 재벌 지배구조 개편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도 이러한 고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장 빠른 방법은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 핵심 계열사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약 23.7%)를 정 회장이 매입하는 방법이다. 여기에 정몽구 회장의 7.13%가 더해지면 30%가 넘어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지분 매입을 위한 자금 마련 방법이다. 2018년 정 회장이 시도했던 분할합병안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지분 매입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이것이 아니라면 지분 매입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품질 비용 충당’, 품질경영의 선언인가? 지배구조 개편의 포석인가?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 23.7%를 매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5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현금 자산의 마련이 필요한데, 처분 과정에서 손실과 세금 등을 감안하면 마련할 수 있는 현금은 약 3조원 가량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현대엔지니어링 등 비상장사의 IPO도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비용을 모두 충당하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용 자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가치를 높여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정 회장 입장에서는 가장 최선이다. 현재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23.29%를 가지고 있기에, 기업의 주식 가치가 올라간다면 자연스레 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맞물려 현대글로비스 대비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등의 주가가 낮아져야 유리하다. 그래야만 더 적은 지분을 통해 더 많은 현대모비스 주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의 가치 상승을 위한 사전 작업은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현대글로비스는 최근까지 미래 신사업으로 수소운반선, 전기차 배터리 렌탈 사업, 중고차 유통사업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기대감에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정 회장의 취임 직후 22만2000원선(10월 19일)까지 급등한 바 있다. 반대로 집중된 사업 방향으로 인해 시선이 현대글로비스에 쏠리다 보니, 그간 주력이었던 현대·기아차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세타2 엔진 등 품질 비용 충당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고 있다. 품질 비용 충당으로 인해 현대·기아차의 영업이익에 손해가 발생했고, 현대차그룹 측이 이를 통해 현대·기아차의 주식 가치를 낮춰 지배구조 개편을 용이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27일에는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가 품질 비용 충당에 대해 “그룹사가 신임회장 취임선물 비용을 떠맡았다”며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다.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글로비스 몸집 불리기, 일감 몰아주기가 후유증을 키우고 있다”며, “현대모비스 지분을 적법하게 매수해서 경영을 투명하게 정상화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 ‘코나 전기차 화재는 누구 탓?’ 품질 비용 또 적용될까

이후 맞물리는 것은 ‘코나 전기차 화재’의 책임 소재다. 정 회장의 취임 직전 터진 해당 사건에 대해 현대차와 국토부 측은 “LG화학 중국 난징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 셀에서 공급받아 충주공장에서 조립한 배터리 팩이 탑자된 일부 차량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리콜 조치를 실시했다.

리콜 규모는 국내 2만5564대, 북미 1만1000여대 등 총 7만7000여대 규모인데, 문제는 LG화학 측에서 “배터리 셀 불량이 화재 원인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는 것이다. 코나 화재가 잇따라 발생한 지 한달여가 지난 지금 시점에서도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사이에 남겨진 차주들의 속은 타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지난 6월 4대 그룹 총수가 모두 만나며 잡았던 협력관계가 미묘한 기류를 탈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LG화학과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한쪽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관계를 악화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코나 전기차로 인한 품질 비용이 설정될 수도 있다. 리콜 이후 배터리 관리 시스템 업데이트로만 해당 문제가 종식된다면 다행이지만, 만일 배터리팩 교체 등 예방 조치가 불가피할 경우 또다시 높은 품질 비용이 적용될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리포트를 통해 “향후 화재 예방 조치로 배터리팩 교체가 불가피한 것으로 판명될 경우 최대 수천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하며, 관련 회사(현대차 또는 LG화학)별 귀책 수준에 따라 비용 분담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더욱이 코나EV는 현재 현대차그룹 내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보이는 전기차 모델이며, 품질 이슈가 확대될 경우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다시 대규모 품질 비용 충당이 발생한다면 4분기에도 현대·기아차의 실적에는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품질 비용 반영이 과연 ‘품질경영’을 위한 것일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포석일지는 향후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