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 ‘10조5354억원’ 벌었다”
충당금 많이 쌓고도 ‘역대급’ 실적 또 기록
신한·KB는 1위 싸움, 하나는 3위 굳히기, 농협·우리는 4위 두고 경쟁
은행 순이익 줄었지만, 비은행 계열사 성장

여의도 금융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의도 금융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내외 불안정한 여건 속에서도 5대 금융지주 실적은 상승세다. 3분기 호실적에 힘입어 연말에도 금융지주들이 높은 실적을 거둬 올해 최대 실적을 갱신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부실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올해 5대 금융지주가 벌어들인 순이익은 10조5354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동기 102조7739억원에 비하면 2.2% 줄어든 수준이나, 코로나19와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인한 대손충당금 확대 등을 고려하면 5대 금융지주는 3분기에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5대 금융지주 순이익 ‘10.5조’

이번 3분기 금융지주사는 대체적으로 전망치보다 높은 실적을 달성했다. 다만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한 신한·KB·하나·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해 실적을 추월하는 순이익을 냈다.

누적 기준으로 신한금융의 3분기 순이익은 2조950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조8960억원)보다 1.9% 증가했으며, KB금융의 경우 지난해 동기(2조7771억원)보다 3.6% 증가한 2조877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치열하게 선두 경쟁을 하고 있다. 특히 신한금융과 KB금융은 3분기에만 1조1447억원, 1조1666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는 등 1조원의 벽을 넘었다.

하나금융은 3분기 누적으로 지난해 동기(2조411억원)보다 3.2% 확대된 2조1061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했다. 3분기 순이익은 7601억원을 기록했다.

농협금융과 우리금융은 4, 5위 경쟁 중이다. 농협금융은 지난 상반기에 이어 이번 3분기에도 우리금융을 제치고 4위 자리에 앉았다. 농협금융의 올해 누적 순이익은 1조460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조3937억원)보다 4.8% 증가했으며, 3분기 순이익은 5505억원으로 나타났다.

우리금융은 홀로 지난해 3분기(1조6660억원)보다 축소된 순이익을 기록했다. 누적 기준으로는 3분기 우리금융이 벌어들인 순이익은 1조1404억원으로 31.5% 줄었다. 다만 우리금융은 3분기에 4798억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이며 전분기(1424억원) 급감했던 실적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 지난해보다 충당금 적립 규모 확대, “부실 가능성 대비”

주목할 점은 순이익뿐 아니라 대손충당금도 함께 늘었다는 것이다.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으면 그만큼 수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상황에서도 5대 금융지주가 지난해와 비슷한 순이익을 내 눈길이 쏠린다.

5대 금융지주가 올해 3분기까지 쌓은 대손충당금 전입액 규모는 지난해 1년 동안 쌓은 규모를 넘는다. 이들 지주사들은 코로나19 리스크와 사모펀드 사태 등에 관련한 이슈에 대응하고자 올해 대손충당금 규모를 크게 확대했다.

금융감독원도 향후 코로나19 부실을 대비해 충당금을 늘리도록 지도한 바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달 26일 은행장들과 함께한 간담회에서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는 등 손실흡수능력을 유지하면서 신성장산업에 자금이 원활히 공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코로나19가 발생하자 대기업부터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신규대출 확대 공급, 만기 연장, 이자상환 유예 등 다양한 금융지원에 앞장섰다. 아직까지는 금융지원을 받은 기업들로 인해 부실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의 타격으로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금융권도 건전성 악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환매 중단된 사모펀드 규모가 약 6조원으로 집계되는 등, 사모펀드 사태로 많은 피해자가 양산되면서 문제가 커지자 이와 관련한 충당금을 적립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충당금을 가장 많이 쌓아둔 곳은 신한금융이다. 신한금융은 벌써 1조원이 넘는 1조504억원을 충당금으로 적립했다. 그 뒤를 이어 KB금융이 7543억원, 하나금융이 6981억원, 우리금융이 5867억원, 농협금융이 4409억원을 쌓았다.

반면 지난해 동안 적립해둔 규모는 신한금융 9508억원, KB금융 6703억원, 하나금융 7559억원, 우리금융 3742억원, 농협금융 3582억원이었다. 하나금융을 제외한 금융지주들은 올해 1~3분기 동안 지난해 1년 동안 적립한 규모를 초월하는 충당금을 쌓은 셈이다.

◆ 비은행 계열사 활약에 주목

다른 산업군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데 금융권은 건재한 이유는 무엇일까. 당초 금융지주 역시 올해 하반기부터는 코로나19 리스크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역대급 실적 이면에는 코로나19에 따른 금융지원과 부동산 및 주식투자, 일명 ‘영끌’과 ‘빚투’ 등으로 인한 대출 확대가 있었다. 이를 통해 이자이익은 물론 증권사 수수료 이익도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비은행 계열사들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은행 순이익이 뒷걸음질 치고 있는 가운데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이 확대되면서 금융지주 역시 실적 상승을 이끌 수 있었다.

실제로 5대 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신한은행 1조7650억원 ▲KB국민은행 1조8824억원 ▲하나은행 1조6544억원 ▲우리은행 1조1586억원▲NH농협은행 1조1155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했을 때 ▲신한은행(1조9763억원) -10.7% ▲국민은행(2조67억원) -6.2% ▲하나은행(1조7913억원) -7.6% ▲우리은행(1조2925억원) -10.4% ▲농협은행(1조1922억원) -6.4% 등 은행 순이익이 감소하면서 그룹 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도 감소하고 있다.

반면 비은행 계열사의 기여도는 높아졌다. 신한금융의 경우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 비중은 지난해 말 34%에서 올해 3분기 41%까지 높아졌다. 비은행 계열사가 올해 3분기까지 거둔 순이익은 1조267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조1067억원)보다 14.5% 확대됐다.

KB금융도 지난해 말 30.8% 수준이던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 비중이 올해 3분기 40.3%까지 늘었다. 특히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을 자회사로 계열사로 편입함으로써 향후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하나금융 비은행 부문 기여도도 30%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24%던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 비중이 31.3%까지 뛴 것이다. 이에 따라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도 5750억원에서 66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농협금융에서는 비은행 계열사가 전반적으로 실적일 높인 가운데, NH투자증권과 NH농협생명, NH농협손해보험 등이 실적을 견인했다. 누적 기준으로 NH증권은 3분기 501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3591억원)보다 39.6% 증가한 수준이다.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도 지난해 동기(247억원, 40억원) 대비 160.3%, 1130% 증가한 643억원, 492억원을 순이익으로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비은행 부문이 약한 우리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인수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금융의 경우 다른 금융그룹과 달리 증권사나 보험사 등이 없다. 다만 지난해 우리자산신탁과 우리자산운용,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을 편입했으며 지난달 23일 아주캐피탈 경영권 인수를 결정하면서 아주캐피탈과 그 자회사인 아주저축은행 편입이 이뤄질 것으로 분석된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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