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보험상품은 복잡하고 어려워 소비자들이 직접 골라서 가입하기 보다 보험설계사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보험설계사를 대면(對面)해서 보험을 가입하는 방법을 대면채널이라 한다. 보험사 전속설계사, 대리점 설계사, 은행창구 직원이 대면채널에 해당된다. 반면에, 보험설계사를 만나지 않고 보험을 가입하는 방법을 비대면(非對面)채널이라 하는데, 전화·TV홈쇼핑·인터넷 등으로 가입하는 경우다. 2000년대 이후 전화(TM), TV홈쇼핑, 온라인(다이렉트) 등의 비대면 채널이 등장한 후 판매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일상 생활의 많은 부분이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보험업계도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보험설계사들의 대면영업을 자제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비대면 보험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어, 이에 대해 소비자들이 올바로 알아야 할 상황이다.

비대면 보험의 가장 큰 장점은 보험료가 저렴한 것이다. 보험료가 대면 보험 보다 10~15% 정도 저렴한데, 보험설계사 수수료나 지점 임대료 같은 중간 비용이 대폭 절약되기 때문이다. 정기 보험이나 암보험을 온라인으로 가입하면 대면 채널 보다 15~30% 저렴하다.

또한 비대면 보험은 빠르고 편하게 가입할 수 있다. 대면 보험은 보험설계사를 최소 2~3회 만나 상담하고 가입할 수 있는데, 비대면 보험은 전화나 컴퓨터로 가입하므로 빠르고 편하다. 온라인 보험은 보험사 홈페이지를 접속하면 언제든지 직접 가입이 가능하다. 온라인에 익숙한 2030세대는 인터넷, 모바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설계사 만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연령을 불문하고 비대면 보험이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비대면 보험은 단점도 있다. 가입자가 불완전판매 위험에 더 노출되고 보험 가입 후 여러가지 불편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첫째, 비대면 보험은 보험료가 싸지 않은 경우가 있다. 소비자들의 상식과 기대와 달리 일부 온라인 보험은 설계사 보험료와 동일하거나 1%만 저렴한 경우가 있고, 일부는 더 비싼 것으로 알려지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말만 믿고 섣불리 가입하면 보험료 바가지를 쓸 수 있다. 보험료가 실제로 저렴한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온라인 보험의 보험료가 더 비싸다면 보험사가 당초부터 사업비를 높게 책정했기 때문일 것이고, 이것이 아니라면 보험사가 책정한 위험률과 사업비, 판매정책 등이 판매 채널별로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보험사들이 상품을 올바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하므로 불완전판매 위험에 더 휘둘려 나중에 피해를 볼 수 있다. 전화, TV홈쇼핑의 불완전판매율은 설계사 채널보다 월등히 높고 청약 철회율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비대면 보험이 불완전판매 위험이 더 큰 것이다. 특히, TV홈쇼핑은 제한된 시간에 상품을 판매하므로 특징과 장점만 설명할 뿐, 단점과 유의사항은 없거나 있더라도 소홀하다. 여기에 상담만 받아도 선물 준다고 현혹하므로 불완전판매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셋째, 소비자가 직접 가입하므로 상품 적합성과 이해도가 떨어져 피해 볼 수 있다. 가입 목적과 다른 상품을 가입하거나, 목적에 부합하는 보험을 가입하더라도 약관의 중요내용, 면책기간, 보상하지 않는 사고, 피해구제 제도를 잘 모른 채 지나칠 수 있으며, 특히 고지의무를 소홀히 하면 보험금을 받지 못한다. 특히, 온라인 보험은 PC 화면의 설명만 보고 ‘예’를 클릭하고 ‘잘 알고 가입한다’고 답변하지만, 실제로 잘 모르면서 넘어가므로 상품내용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볼 수 없다. 이처럼 비대면 보험은 현실적으로 상품 설명의 분명한 한계가 있으므로 분쟁 가능성이 높고 그 피해는 가입자가 감수해야 한다.

넷째, 상품의 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선택의 폭이 좁다. 대형 보험사들은 통상적으로 주력상품을 다양하게 준비하여 전속설계사들에게 판매하게 하지만, 비대면 채널은 비 주력상품을 판매하므로 덜 좋은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같은 보험사에서 보장내용이 동일한 상품을 다른 채널에서 판매하지 않는데, 보험료 차이로 인한 채널간 마찰과 갈등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반면 일부 중소형 보험사들은 비대면 채널에 주력상품을 집중 판매하기도 한다. 비대면 채널은 사업비 절감으로 대면채널 보다 보험료가 저렴하지만, 대면 보험과 동일한 상품을 판매하지 않으므로 소비자가 양자의 보험료를 비교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

다섯째, 보험료가 저렴한 만큼 가입자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담당 보험설계사가 없으므로 보험 가입은 물론 보험 가입 후에도 계약관리를 스스로 해야 한다. 보험료 납입, 계약 변경, 펀드 변경 등 필요한 안내를 받지 못한다. 보험금 청구도 설계사가 없으므로 가입자가 직접 뛰어야 한다.

갈수록 금융산업 전반에 온라인 채널이 급격히 부상하고 있지만, 보험업계는 여전히 보험설계사를 통한 대면 가입이 압도적이다. 올 3월 기준 생보사 95.8%, 손보사 86.4%에 이른다. 그나마 손해보험은 자동차보험, 실손의료보험 등 1년짜리 단기상품이 많고 상품내용이 상대적으로 간단하므로 생명보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단기에 온라인보험의 증가율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온라인보험 이제는 대세”, “보험 가입은 ‘인터넷’ 대세”, “보험도 온라인 대세”라고 호들갑스럽게 보도하는 것은 명백한 가짜 뉴스다. 이런 뉴스를 더 이상 올리지 말아야 하고, 소비자들도 이런 기사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비대면 보험은 보험을 잘 아는 소비자가 가입하는 보험이다. 보험 문외한이면 처음부터 경험 많은 설계사를 통해 안전하게 대면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상책이다. 특히 보험기간이 길거나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어려운 변액보험과 연금보험, 질병이나 사고를 보장받는 보험은 대면으로 가입해야 한다. 두꺼운 보험약관을 정독할 자신이 없는 경우에도 보험설계사를 통해 상품 설명을 충분히 듣고 가입해야 한다. 생보사들의 비대면 판매가 적은 것은 생보상품이 당초부터 장기 계약이고 복잡하고 어려워 보험설계사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과 같이 보험사 구분 없이 상품내용이 동일하다면 보험료가 저렴한 비대면 가입도 괜찮다. 또한 등산보험이나 여행자보험, 운전자보험이나 주택화재보험처럼 보험기간이 짧고 보장 내용이 비교적 간단한 보험도 온라인 가입이 유리하다. 보험을 잘 아는 소비자라면 보험료를 절약하기 위해 비대면 보험이 좋을 것이다.

우리 속담에 ‘싼 게 비지떡’ 이란 말이 있듯이, 싼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싸고 편한 것은 ‘비지떡’ 일 가능성이 높고, 그 만큼 불완전판매에 노출되고 가입 후 여러가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매일 접하는 TV홈쇼핑의 보험 광고는 “지금 당장 전화하라”며 전화번호를 또박또박 반복해서 알려주는데, 생각할 겨를 없이 즉흥 가입, 묻지 마 가입을 부추긴다. “당장 가입해서 보험사 먹여 살려라”는 말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싼 것이 능사가 아니므로 집착하지 말고 미사여구와 사은품에도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비대면 보험의 장단점을 명확히 알고 대처하라는 얘기다.

보험은 만만한 게 아니다. 당초부터 가입자의 상황(연령, 직업, 소득, 재산, 가족력 등)에 맞춰 가입해야 하는 상품이고 고액의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므로 묻고 따지고 비교한 후 신중하게 가입해야 한다. 다소 시간이 걸리고 번잡하더라도 나에게 꼭 필요한 보험인지, 목적에 맞는 보험인지, 소득에 맞는 적정 수준인지, 끝까지 유지해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지 따져야 한다. 이어 가입할 상품의 내용을 확실히 알고나서 청약서를 작성하고 싸인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속히 진정되어야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올 수 있는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아 걱정이다. 여기에 빅테크 기업들이 막강한 정보력을 앞세워 보험 판매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비대면 보험의 판매경쟁이 더 치열해 지고 소비자 피해도 덩달아 증가될 수 있다.

금융위, 금감원은 소비자들이 비대면 보험을 안심하고 가입할 수 있도록 보험기간이 짧고 보장 내용이 간단한 보험만 제한적으로 판매하는 내용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서 조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소비자의 알 권리 확보와 피해 예방을 위하여 비대면 보험료가 대면채널 보다 얼마나 저렴한지, 불완전판매 위험과 불편함이 무엇인지 소비자들에게 명확히 알리는 조치도 필요해 보인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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