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찍은 빌 윈터스 회장
코로나19에도 ‘방한’, 인터넷은행부터 금융당국까지 만나
국내 핀테크와 SC그룹 ‘협력’관계 구축할까

빌 윈터스 회장. 사진=SC제일은행
빌 윈터스 회장. 사진=SC제일은행

빌 윈터스 스탠다드차타드그룹 회장이 한국에 깜짝 방문해 눈길을 끈다.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SC그룹의 회장이 여러 국가 중 한국에 방문하자, 그 배경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특히 국내 핀테크 회사를 방문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SC그룹의 디지털 사업에 한국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SC그룹은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 유럽, 미주 등 59개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금융그룹이다. 윈터스 회장은 지난 30일 한국에 입국해 국내 디지털 금융 환경을 살피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수장과 회동하는 등 일정을 소화 중이다. 방한 기간은 한 달 정도로, 이달 말 출국이 예정돼 있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윈터스 회장이 한국 시장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해 거듭 강조해 왔고 코로나19에 대처하는 한국의 차별화된 방역 시스템도 가까이 살펴보기를 원했다”며 “이번 한국 근무 기회를 통해 윈터스 회장이 한국 비즈니스 환경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SC그룹 경영 전략에도 반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윈터스 회장이 한국에 입국하자, 의아한 시선이 쏟아졌다. 지난달 15일을 기점으로 코로나19가 빠르게 재확산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되는 시점에 입국했기 때문이다. 물론 방한 일정은 사전에 계획됐고, 한국이 코로나19 성공적인 방역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에도 일정을 취소하지 않고 ‘한 달 살기’를 결정한 행보는 이목을 끌었다.

이에 대해 당시 SC제일은행 관계자는 “방역지침을 준수하고 따르면서 주요 고객, 임직원들과 소통하고 핀테크 환경을 살피려고 한다”며 “최대한 언택트 방식으로 진행하고, 자가격리가 면제됐지만 2주간은 자가격리에 준해서 활동을 최소화해 일정을 진행한다”고 답했다.

일반적으로 해외에서 입국을 하면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지만, 윈터스 회장의 경우 자가격리 없이 입국했다. 이는 자가격리 면제에 따른 것으로 기업인의 경우 사전 신청을 통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 없이 입국할 수 있다. 다만 윈터스 회장은 코로나19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 약 2주 동안 스스로 외부 일정을 최소화하고 대면 활동을 자제했다.

이 기간 동안 윈터스 회장은 국내 대학생과 비대면 멘토링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 9일 금융권 취업을 꿈꾸는 대학생 13명과 화상 시스템을 통해 ‘언택트 커리어 멘토링’을 실시한 것. 윈터스 회장은 대학생들에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응을 강조했다.

윈터스 회장은 “미래 금융인을 꿈꾼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할 수 있도록 소셜 파이낸스(Social Finance)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환경 오염 문제나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금융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입국한 지 2주를 넘긴 시점부터는 각종 미팅 일정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 관계자와 미팅은 물론 핀테크 업계의 대표 기업들을 방문하면서 한국의 디지털 인프라와 핀테크 현장을 직접 살폈다. 현재 국내 금융권에서 디지털 전환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디지털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특히 핀테크 기업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상황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17일 윈터스 회장은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을 만나 브렉시트와 글로벌 핀테크 트렌드, 코로나19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후 카카오뱅크를 찾아 윤호영 대표와 한국의 인터넷은행 환경을 살폈다.

카카오뱅크는 국내 인터넷은행업계의 선두주자로, 이번 소통을 통해 양사가 관련 분야에서 협력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 아니냐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SC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 진출의 초석을 마련하고, SC그룹은 카카오뱅크의 운영 노하우를 참고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SC그룹의 경우 대만과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인터넷은행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SC제일은행이 출범을 준비 중인 토스뱅크의 지분 6.67%를 보유하고 있다.

18일에는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와 페이코를 찾아 이승건 토스 대표와 정연훈 페이코 대표와 미팅을 진행했다. 이렇듯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핀테크 기업을 방문하는 행보에서 SC그룹이 디지털 사업을 중요하게 다룬다는 점이 엿보인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토스와 토스뱅크 주주인 SC제일은행이 향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미팅이 이뤄졌다. 비공개 회의로 상세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카카오뱅크 측과는 SC제일은행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카카오뱅크의 차별화된 노하우, 서비스, 플랫폼을 바탕으로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협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대화가 오갔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는 22일에는 윈터스 회장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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