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사고파는 행위로 돈 벌 수 있어”, 우후죽순 생기는 이상한 업체들
몽키레전드 활동 계정만 ‘10만’개로 추측…“절대 사기 아냐”
금감원 “사실상 다단계 업체”, 경찰도 ‘모니터링’ 중

몽키레전드 사이트. 사진=몽키레전드 홈페이지 캡처
몽키레전드 사이트. 사진=몽키레전드 홈페이지 캡처

개인과 개인 간의 거래를 표방하며 사실상 다단계 금융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플랫폼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P2P업체가 아님에도 신개념 P2P 플랫폼이라고 홍보하면서 고수익을 미끼로 고객을 모으고 있지만 금융당국 차원의 관리가 이뤄지고 있지 않아 개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고수익 나는 재태크”, 고객 현혹하는 이상한 플랫폼

최근 개인과 개인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캐릭터를 사고파는 행위로 수익을 내는 것이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홍보되고 있다. 캐릭터는 사실상 플랫폼 밖에서 아무런 가치가 없지만, 노인이나 중장년층, 주부 등이 손쉽게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홍보에 현혹돼 캐릭터 거래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표적인 사이트로는 몽키레전드가 꼽히며, 드래곤스타, 리플맘 등 몽키레전드로부터 파생된 유사한 사이트들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몽키레전드의 경우 현재 10만계정이 활동 중인 것으로 추측되는데, 한 개의 전화번호 당 계정을 최대 15개까지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6700여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몽키레전드 고객이면서 다른 고객들이 참여한 오픈채팅방을 운영하는 A씨는 “지금 한 10만 계정 정도가 활동 중이다. 몽키레전드는 작년 11월에 처음 생겼고 한국에는 1월에 오픈됐다”며 “중국, 말레이시아, 일본, 인도네시아 등 7개 국가에서 서비스 중이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는 캐릭터를 사고파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고객이 캐릭터를 하나 구매하면, 며칠 뒤 이자를 붙여 다른 고객에게 판매한다. 캐릭터를 산 다른 고객은 며칠 뒤 또 다른 고객에게 이자를 붙여서 판매한다. 캐릭터 금액대가 일정 수준 이상 높아지면 가격을 쪼개 여러 명의 구매자들에게 판매한다.

여기서 플랫폼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매칭해 거래가 성사되도록 관리하고 수수료를 챙긴다. 돈은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직접 오간다.

A씨는 “예를 들어 캐릭터를 1만원에 사면 다른 사람이 1만1200원에 산다. 캐릭터를 1만1200원에 산 사람은 또 이자를 12% 붙여 다른 사람에게 판다. 캐릭터 가격이 크게 오르면 1명이 아닌 3명의 구매자에게 판매된다”고 설명했다.

또 이러한 업체는 서버나 본사가 해외에 있는 경우가 대다수며 운영자의 실체가 명확하지도 않다. 몽키레전드 역시 서버는 미국, 본사는 태국, 사무실은 말레이시아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거래 매칭이 이뤄지지 않거나 업체가 갑자기 사이트를 폐쇄하고 잠적해 버리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임에도 몽키레전드 고객들은 수익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판매자보다 구매자가 많아 캐릭터가 100% 판매되기 때문에 원금 손실 날 걱정이 없다는 주장이다.

A씨는 “보통 캐릭터 10개를 구매 예약하면 4~5개만 살 수 있다. 판매보다 구매 수요가 더 많아서 판매는 100% 이뤄진다”며 “몽키레전드에는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업체에는 건당 2500원에서 7500원까지 수수료만 지불하면 된다”고 밝혔다.

사진=금감원
사진=금감원

◆금감원 “P2P업체 아닌 온라인 다단계 업체에 가까워”

이들 업체는 스스로를 ‘P2P업체’라고 소개한다. 캐릭터 판매 대금을 구매자와 판매자가 직접 주고받기 때문이다.

A씨는 “고객들은 플랫폼에 돈을 넣어두는 게 아니라 구매자와 판매자 간 매칭이 이뤄지면 구매자가 직접 판매자에 돈을 입금한다. 그래서 P2P거래다”고 설명했다.

이는 금융권에서 지칭하는 P2P금융과는 엄연히 다르다. P2P금융은 개인과 개인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금융거래를 하는 것으로, 여기서 개인은 투자자와 대출 신청자를 의미한다. 대출이 필요한 사람은 P2P 플랫폼에서 대출을 신청하고, 투자자들은 플랫폼을 통해 대출 채권에 투자한다.

몽키레전드를 비롯한 업체들은 한마디로 캐릭터를 매개로 고객들 사이에서 돈을 돌려막는 식으로 운영하는 온라인 다단계 업체에 가깝다. 폰지사기와 비슷한 구조라는 지적이다. 폰지사기는 어떠한 이윤 창출 없이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을 제공하는 다단계 금융사기다.

하지만 이러한 업체와 관련된 투자는 빠르게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점조직처럼 기존 고객은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채팅방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모으고 정보를 교류한다. 자신을 통해 새로운 고객이 플랫폼에 가입하면 거래 수익의 6%를 인센티브로 받을 수 있어서다. 또 보유 중인 캐릭터를 판매하려면 새로운 고객이 계속해서 증가해야 하기 때문에 입소문을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는 지인이 추천하는데 몽키레전드와 같은 사이트를 가입해도 되냐는 문의 글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A씨도 “처음엔 저도 지인이 소개해줬는데 이렇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그런데 초기 투자금 1000만원을 넣고 한 달 만에 800만원을 벌었다”며 “거의 두 배를 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P2P금융과는 전혀 상관없는 업체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금융당국 차원의 개입은 이뤄지고 있지 않다. 신종 온라인 다단계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분명하지 않고 아직 피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아서다. 다만 이런 업체들이 성행하는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두지 않으면 추후 겉잡을 수 없는 피해가 예상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이런 업체들은 캐릭터 상품을 매개로 한 다단계성이 강하다. 마치 다단계를 온라인으로 옮겨 놓은 것 같은 모습이다”며 “P2P업체는 채권자와 채무자가 있다. P2P업체라고 홍보하지만 전자상거래를 빙자한 다단계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캐릭터라는 상품거래가 수반돼서 적용할 수 있는 법률이 명확하지 않아 어려운 측면이 있다. 나중에 금융과 관련해서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경찰 고발 조치가 이뤄질 수 있지만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며 “경찰에서도 이와 관련해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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