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증선위 심의 예정대로 진행…결과는 또 연기
6월 초 증선위서 최종 결정…과징금 규모 ‘주목’

농협은행이 OEM펀드와 관련 판매사 제재의 선례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농협은행도 징계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사진=파이낸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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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정례회의에서 증권신고서 미제출 등과 관련 농협은행에 대한 심의를 열었다. 농협은행은 지난 3월 미국 증권법의 개정 사례를 들어 당국의 심의를 연기하도록 요청했지만,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된 것이다.

하지만 제재 심의 결과는 결국 나오지 않았다. 또한 은행은 지난해부터 ‘법의 소급적용이다, 법규가 명확하지 않다, 고객의 손실이 없었다’ 등을 주장하며 ‘과징금 줄이기’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였다.

◆ OEM펀드란 ?

OEM펀드는 판매사가 운용사에 직접 펀드 구조를 제시하고 펀드 설정과 운용에까지 관여하는 펀드로 현재 자본시장법상 불법으로 알려져 있다.

자본시장법상 규제가 적용되는 펀드는 공모펀드다. 이는 펀드투자자가 49명을 초과할 경우에 해당된다. 이 공모펀드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분산투자 등 자산운용규제, 투자설명서 설명·교부의무, 외부감사 등 엄격한 규제가 적용된다.

반면 투자자의 수가 49인 이하로 제한되는 사모펀드는 규제가 면제되거나 상대적으로 완화돼있다. 이 같은 차이 때문에 일부 금융사들은 규제를 피하도록 공모펀드를 사모펀드 형태로 나누어 판매하거나, 공모펀드임에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편법을 이용해 법 위반의 문제가 발생해왔다.

OEM펀드를 규제하는 법은 2016년 미래에셋대우와 관련한 사건을 통해 구체화된 바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2016년 베트남 ‘랜드마크72’ 빌딩에 대한 3000억원의 자산유동화증권(ABS)를 발행하면서 15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SPC당 49인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하고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혐의로 당시 과징금 20억원을 물게 됐다. 이로 인해 기존에 있던 법안을 활용한 관련 법이 2017년 10월 31일 도입됐으며, 재발 방지 차원에서 사명을 붙인 일명 ‘미래에셋방지법’으로 불리게 됐다.

‘미래에셋방지법’의 기초가 된 자본시장법 제119조 중 제8항은 자금조달 계획의 동일성 등 둘 이상의 증권의 발행 또는 매도가 사실상 동일한 증권의 발행 또는 매도로 인정되는 경우 하나의 증권의 발행 또는 매도로 보아 ‘모집 또는 매출의 신고’의 내용인 제1항을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제1항은 증권의 모집 또는 매출은 발행인이 그 모집 또는 매출에 관한 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는 증권신고서 제출에 관한 규정으로, 2008년 2월 29일 신설됐다.

◆ 농협은행, 지난해부터 ‘과징금 줄이기’ 위해 갖은 주장 펼쳐

농협은행은 지난해부터 OEM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미래에셋방지법’을 위반한 혐의로 금융당국의 조사와 심의 등을 받아왔다.

앞서 농협은행은 2016년부터 2018년 3월까지 2년간 시리즈펀드 형식으로 OEM펀드를 판매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이 펀드의 판매사인 NH농협은행이 펀드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연대해 위반했을 뿐 아니라 자산운용사가 투자자 수, 투자대상을 정하는 과정에 NH농협은행이 개입한 책임이 있다고 평가했다.

원래 증권신고서 제출의무는 발행인인 운용사에 있다. 그 때문에 앞서 일부 영업정지와 과태료 부과 등의 중징계 처벌은 지난해 11월 27일 파인아시아자산운용과 아람자산운용에게만 내려졌다.

하지만 금감원은 농협은행이 실질적인 발행의 ‘주선인’으로 운용·지시 등을 내린 것으로 보고 과징금 100억원을 부과하도록 제재심 의견을 확정했다. 이후 지난 20일 증선위의 최종 심의가 있었으나 결과는 미뤄졌다. 관련 결정은 오는 6월 첫째주에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확정 지어질 것이라고 알려졌다.

지난 20일 증선위 심의와 관련해 참여 관계자에 따르면, 농협은행이 펀드의 주선인이라는 데는 1년여 시간을 거쳐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과징금 규모를 두고는 은행과 당국 간의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협은행은 과징금을 줄이기 위해 법의 소급적용, 미국 규제 참고 등을 논리로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은 법의 소급적용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앞서 미래에셋대우의 경우에도 관련 법이 제정되기 전 증권신고서 미제출에 따라 과징금을 낸 바 있다. 이와 관련 농협 관계자는 “사안이 다른 데다가 OEM 판매사 제재 논의가 커지는 가운데 선례가 되도록 소급적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농협은행은 지난 16일 한국증권법학회가 개최한 자본시장 규제 관련 정기세미나에서 거론된 의견들을 통해 농협은행에 대한 시리즈펀드 제재가 어렵다는 의견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특히 농협은행은 미래에셋방지법이 모체로 삼았던 미국 증권법의 ‘거래통합기준’이 선의의 시장참여자(발행인, 펀드판매회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정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농협은행의 시리즈펀드는 고객 손실이 전혀 없었고, 관련 법규 역시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과징금 부과는 무리한 법 집행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 18일 농협은행은 지난 3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자금모집 규정을 완화하는 개정이 생긴 것 등을 감안해 금융당국에 예정된 심의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국내법에 당장 적용되는 사안도 아니며, 미국과 한국의 법체계는 차이가 있다는 게 관련 전문가의 설명이다.

지난 3월 SEC는 증권신고에 대한 기준 중 일부를 변경했다. 그런데 증권사의 모집 기준을 완화하는 규정 중 하나인 ‘거래통합기준’을 개정한 것이 일부 언론 보도에선 기준이 폐기된 것으로 소개됐다. 관련 개정이 폐기됐다는 주장은 농협은행이 심의 연기를 요청하는 내용의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 관련 업계 전문가는 ‘폐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SEC는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거래통합기준이 폐지된 것이 아니라 규제를 명확히 하기 위해 개정이 이뤄진 것”이라며 “세부 기준에서 예외조항인 세이프 하버(Safe Harbor)를 하나 더 넣은 것을 폐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미국에서 해당 기준을 수십 년간 유지하다가 아예 폐기됐다고 하면 어마어마한 사건으로 이미 더 크게 보도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래통합기준은 펀드 등을 연이어 발행할 때 특정 기간을 묶어 그 전체를 하나의 발행으로 묶는 증권공모규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개념을 2017년 ‘미래에셋방지법’에 반영했지만, 미국 증권법과는 차이가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같이 공모와 사모펀드를 나누는 개념이 없다. 대신 공모 신고서를 내지 않아도 되는 사유 규정들이 마련돼있다.

그 중 하나인 ‘컨서베이션 룰’이라는 것이 거래통합기준으로, 사모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준이다. 이중 6개월 이내 증권을 발행한 것은 합산해 하나의 발행으로 인정해 신고하도록 하는 기준이 ‘30일 이내’로 변경됐다는 것이 이번 예외조항으로, 이번 농협은행 건과는 크게 상관없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설명이다.

업계 전문가는 “농협은행은 같은 상품을 매일 1년간 발행했기 때문에 증권신고서 미제출 행위를 반복적으로 하면서 위반횟수가 많아지고 과징금이 커진 것”이라며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게 시장 참가자의 하나로서 믿을 수가 없을 정도고, 침소봉대도 이런 침소봉대가 없다”고 말했다.

소급적용과 관련해선 해당 전문가는 이미 지난해부터 나온 내용이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농협은행이 주장하는 대부분의 내용들은 이미 지난해에 법령심의위원회나 증선위에서도 언급된 얘기가 많다”며 “앞서 미래에셋대우에 대해서도 과거에 법조문으로만 있었던 조항을 적용했고 이후 근거문으로 활용해 더 명확하게 만든 것이 ‘미래에셋방지법’인데, 금감원은 농협은행에 대해 이 개정 이후인 2017년 10월 이후 행위에 대해서만 법 적용한 것이기에 소급적용이라 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 판매사 제재 필요한 이유

금융위는 지난해 원금 손실이 발생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환매연기가 중단된 라임사태 등을 통해 판매사에 대한 제재를 거론해왔다. 다만 그간 운용사 위주의 제재만 규정돼있어 금융위는 향후 OEM펀드 판매사를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알려왔다.

지난해 11월 14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판매사 중심으로 고위험상품 설계가 이루어지면 판매수수료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요인이 높아질 것”이라며 “앞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펀드’ 관련 판매사에 대해서도 제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OEM 펀드 적용기준을 최대한 폭넓게 해석·적용해 엄격하게 규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DLF와 라임사태로 인해 원금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대부분 판매사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잘못된 상품을 팔고 판매 수수료만 챙긴 판매사들이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물건에 하자가 있으면 판매사가 환불 또는 교환을 해주는 것은 유통·산업계에선 상식이었지만, 금융계에선 관련 규정이 명확히 없다는 이유로 상식이 잘 통하지 않았다. 또한, 이는 오랫동안 암묵적으로 제기돼온 근본 문제였다.

그런 만큼 펀드를 판매한 판매사에게도 운용 등의 책임을 요구하는 ‘OEM펀드’ 관련 법이 신설되는 것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농협은행이 제재를 달게 받아 차후의 판매사들을 통해 야기되는 금융사고를 줄이는 선례가 될지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농협은행 측은 “과징금 100억원은 금감원의 주장”이라며 제재를 반기지 않고 있다. 또한 “이번 증선위의 결정 결과는 금감원의 결정 외에도 다양하게 반영될 것”이라며 “증선위나 법률 심의위원회에서 제재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낸 바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농협은행이 과징금 규모를 과하게 줄이거나 제재를 없던 일로 만든다고 하면 이에 따른 파장도 클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현 금융위원장이 사석에서 형님으로 부른다고 알고 있다”며 “시리즈펀드에 대한 제재를 막거나 축소하려고만 한다면 앞으로 이러한 문제는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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