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대신 리테일 수익 방어 역할 …ELS 자체헤지 상쇄 효과 등
2분기 완화 전망 나오지만 변수 많아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수익 분산, 리스크 대응 능력 가장 중요”

올해 증권사 1분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먹구름이 꼈다.

여의도 금융가.사진=연합뉴스
여의도 금융가.사진=연합뉴스

특히 IB 전략을 표방했던 대형 증권사들은 해외 시장 위축에 타격을 크게 받으면서 전년 분기 대비 1분기 성과가 좋지 못했다. 다만 2분기엔 글로벌 지수가 회복되면서 점차 ‘흐린 뒤 맑음’일 것이란 실적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1분기 증권사 순이익 추이. 사진=각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취합 
1분기 증권사 순이익 추이. 사진=각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취합 

◆ 1분기, 대신·유진·현대차 외 하락폭 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지금까지 나온 20개 증권사들의 1분기 당기순이익 결과에 따르면, 대신증권·유진투자증권·현대차증권 등 3곳을 제외한 증권사들은 전년 동기 대비 하락세를 보였다.

이번에 유일하게 순이익을 나타낸 곳은 중소형 증권사인 대신증권·유진투자증권·현대차증권이다. 대신증권은 1분기 47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전년도 1분기 453억원보다 4.2% 늘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1분기 135억원보다 28.4% 높아진 173억원 당기순이익을 내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현대차증권도 올해 1분기 24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면서 전년 동기 대비 23.3% 증가했다.

이번 실적에서 적자를 기록한 증권사들은 20곳 중 6곳이었다. 이중 한화투자증권은 순이익 하락폭이 최대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1분기 294억원에서 올해 –361억원으로 –223% 하락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적자폭이 두드러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33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당기순이익 2186억원보다 –161.2% 떨어진 당기순손실을 나타냈다. 이외에도 SK증권(–148.3%), , KTB투자증권(-130.5%), KB증권(-116.8%), 교보증권(-107.2%) 순으로 높은 하락폭을 보여 1분기 적자 전환을 보여줬다.

특히 대형사 중엔 순익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큰 하락폭을 보인 증권사들이 많았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1071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지난해 1분기 1682억원보다는 36.3% 하락한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증권도 지난해 1172억원에서 올해 1분기 154억원으로 86.8% 하락했으며, NH투자증권도 1711억원에서 올해 1분기 311억원으로 81.8% 순이익이 줄어들었다. 키움증권도 지난해 1587억원에서 67억원으로 –95.8% 떨어져 하락폭이 크게 나타났다.

◆ 주춤한 IB 대신 ‘리테일’ 등 수익 방어 역할…2분기 기대감으로 이어져

증권업계는 이번 실적에 주가연계증권(ELS)의 자체헤지비용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했다. 주가연계증권을 발행하면 증권사는 사전에 약정된 조건의 수익을 상환 시점에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하므로 가치변동을 헤지하게 된다.

증권사는 자산의 가치변동에 따른 위험을 제거하고자 백투백 헤지 혹은 자체헤지의 방식을 사용한다. 자체헤지는 증권사가 직접 채권, 예금, 주식, 장내외파생상품 등을 매매하면서 리스크를 자체적으로 줄이는 방법이다. 증권사들은 코로나19로 지수 급락 등으로 인한 우발적인 손실이 늘면서 이를 보전하기 위한 비용을 더 소모하게 됐다.

현재 증권 매매 등을 통한 수탁수수료의 비중은 매년 줄어들고, IB 등으로 얻는 인수·주선수수료 등은 비중을 늘리는 추세에서 앞으로의 2분기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키움증권을 제외하고는 증권사들의 수탁수수료 수익은 모두 감소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로 IB가 위축된 대신, 이번 1분기엔 ‘저가 매수’를 노린 개인투자자(개미)들이 크게 유입되는 변수로 리테일 부문에서 헤지비용 상쇄 효과 등을 가져왔다. 개미들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매도 흐름에 맞서 매수를 이어가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이름이 붙을 만큼 시장을 움직이는데 한몫을 했다. 지난 3월부터 이들을 대상으로 증권사들이 신규계좌 개설 및 계좌 이동 시 현금 등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집중적으로 펼친 것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IB보다는 ‘리테일’ 비중이 더 높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1분기 실적이 더 좋았다는 점도 이를 잘 보여준다. 유진투자증권은 1분기 자산관리(WM) 신규계좌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7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증권도 1분기 리테일 부문의 영업이익이 480억원으로 전년 동기(291억원) 대비 64.79% 늘었다. 현대차증권도 신규투자자가 크게 늘어 전년 동기보다 23% 늘어난 1분기 최대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리테일 부문은 1분기 실적 부진이 보다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방어 및 손실의 상쇄 효과를 가져왔다. 다만 리테일 부문은 수수료의 무료화, 사업 비중의 축소 등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2분기 선방을 위해서는 리스크 관리와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브로커리지에서 수익을 얻기는 했지만 그 비중이 크진 않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며 “이번 실적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결국 중형사든 대형사든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수익 구조의 분산과 위기에 대응하는 리스크 관리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코로나19는 여전한 큰 변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석유의 공급 과잉 등 이밖에 변수도 많다. 다만 국내·외 정부 당국이 시장 안정화 지원책에 나서는 등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2분기엔 상황이 완화될 것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 운용손익 및 금융수지가 회복되면서 IB 및 금융상품의 판매수익 부진을 만회할 것”이라며 “하반기부터 ELS조기상환액 반등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김현기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삼성증권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삼성증권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운용부문 실적 부진이 전체적인 실적 저하로 나타났지만, 2분기에는 글로벌 지수 회복으로 트레이딩 및 상품 운용 손익은 개선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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