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보험을 가입하는 목적은 각종 위험(질병, 사고)을 보장 받기 위한 것이므로 보장성보험을 우선 가입해야 한다. 보장성보험을 충분히 가입하고 나서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저축성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순서이고 보험을 올바로 활용하는 것이다. 보장성보험 없이 저축성보험만 잔뜩 가입하는 것은 현명한 소비자가 아니다.

더구나 대부분의 가정은 수입(소득)이 한정되어 있고 여기에 장기 불황과 최근 발생한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보험료 내기가 갈수록 부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료를 한 푼이라도 절약하려면 보험료가 저렴한 보장성보험을 우선 가입해야 한다.

보험을 가입할 때 가성비(價性比, Cost-Effectiveness)를 따지게 되는데,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을 의미하는 용어다. 즉, 보장금액이 크고 사업비가 적은 보험을 가입하는 것인데, ‘보장을 키우고 보험료는 줄이고’와 같은 의미다.

동일한 종류의 보험을 가입하더라도 여러 보험회사의 보험 중에서 ‘가성비 좋은 보험’을 가입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보험료를 아끼기 위해서다. 동일한 위험을 보장받기 위해 굳이 비싼 보험료를 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가성비 좋은 보험’은 저렴하면서 돈 되는 보험이지만, 가성비 나쁜 보험은 비싸고 돈 버리는 보험인 것이다.

‘가성비 좋은 보험’을 가입하려면 크게 다음 4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보험을 가입하면 된다.

◆ 첫째, 내는 보험료 보다 받는 보험금이 많은 보험

총 납입보험료와 총 수령 보험금을 비교해서 총 납입보험료보다 보험금이 많은 보험을 골라야

한다. 간혹 총 납입보험료에 비해 보험금이 적은 상품이 있는데, 이런 것은 소비자를 위한 상품이 아니라 보험사 먹여 살리는 상품이다.

특히, 소액의 월보험료만 따질 것이 아니라 반드시 총 납입보험료를 계산해서 받을 보험금과 비교하고, 같은 보험료일 경우 보험금을 더 받는 보험을 골라야 한다. 월 보험료는 적어 보이지만 총 납입보험료(= 월보험료 × 12개월 × 납입기간)는 실제로 엄청 큰 금액이다.

예를 들어 사망보험금 1억원의 종신보험을 월보험료 30만원, 20년납으로 가입하면 총 납입보험료는 무려 7,200만원(= 월 30만원 × 12개월 × 20년)이다. 이 금액이면 벤츠나 BMW 자동차를 살 수 있다. 그러므로 월보험료 30만원은 매달 30만원씩 20년간 장기 할부로 고급 승용차를 구입하는 것과 같다. 이처럼 보험료는 고가의 보험상품을 장기 월부로 구입하는 것이다. 사망보험금 1억원을 받기 위해 총 7200만원을 내야 하는데, 이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재고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보험사(보험설계사)들이 소비자들에게 절대로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소비자가 알면 보험 가입을 기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보험료를 의도적으로 쪼개서 소액의 월보험료만 반복 설명하는 것이고, 이에 많은 소비자들이 총납입보험료를 망각한 채 서둘러 보험을 가입해서 보험사 먹여 살리기에 동참하는 것이다.

다만, 보험료가 저렴하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보험은 아니다. TM이나 온라인 보험처럼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싼 것은 보장내용이 부실하거나 필요한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싼 보험료에 매달리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 둘째, 보험료가 동일하면 보장금액이 큰 보험

같은 종류의 보험이라도 월 보험료가 동일한 수준이면 보장금액이 큰 것이 가성비가 좋다. 월보험료가 30만원인 종신보험을 가입할 때 하나는 사망보험금이 1억이고 다른 하나는 1억 1000만원이라면 당연히 후자를 가입하는 것이 낫다.

◆ 셋째, 보장금액이 동일하면 보험료가 저렴한 보험

보장금액이 동일하면 보험료가 저렴한 것이 가성비가 좋은 보험이다. 동일한 보장인데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것은 보험료에 사업비(보험사 경비)가 적게 부가된 보험이기 때문이다. 사업비가 적을수록 소비자에게 유리한 보험이고, 사업비가 많을수록 보험사 먹여 살리는 보험이다.

보험 가입 시 사업비를 모르면 보험료 바가지를 쓰기 쉽고, 알더라도 비교하지 않으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보험료를 아끼려면 반드시 사업비를 알아야 하는데, 보험사(보험설계사)들이 사업비를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으므로 소비자들이 스스로 숨은 그림(사업비)을 찾아야 한다.

보험사들은 보장성보험의 사업비를 영업비밀이라며 감추고 있다. 그 대신 ‘보험가격지수’로 공

시하고 있어 “소비자의 알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비판 받고 있다. ‘보험가격지수’는 보험협회 홈페이지의 공시실에서 ‘상품비교 공시’를 클릭하면 보험가격지수를 확인할 수 있는데, 보험회사가 판매중인 동종 상품의 보험료를 평균해서 100으로 한 뒤, 이를 기준으로 특정 상품의 보험료 수준을 숫자로 표시한 지표다. 만약 보험가격지수가 80이면 동일 유형 상품의 평균 보험료 대비 20% 저렴하다는 의미다.

저축성보험은 협회 홈페이지나 가입설계서에서 사업비 부가내역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보험료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뺀 금액이 매월 적립된다. 사업비가 적어야 적립금이 많아지고 수익률도 높아지므로 사업비가 적은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보험가격지수는 보장 내용이 동일할 경우 사업비(보험료) 비교가 가능하다. 즉, 보장내용이 동일하면 보험가격지수가 낮을수록 사업비가 적다. 그러나 상품마다 보장내용이 다르므로 “보험가격지수가 낮으면 보험료가 저렴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보장내용이 좋으면 보험가격지수가 낮더라도 보험료가 비싸고, 반대의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남녀 40세·상해1급의 표준화 기준으로 공시하므로 가입자 연령과 계약조건이 다르면 실효성이 떨어진다. 그러므로 보험상품 가입 시 보장내용과 보험료는 물론,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불완전판매율, 장기유지율, 보험금 부지급률, 민원·소송 발생률 등도 함께 따져야 한다.

◆ 넷째, 동일한 보장을 받으면서 보험료만 줄일 수도

보험료가 부담되면 보험 종류를 바꾸고 납입기간을 길게 가입할 수도 있다. 사망 보장이 목적이면 보험료가 비싼 종신보험 대신 보험료가 저렴한 정기보험을 가입하는 것이다. 정기보험은 종신보험과 동일한 사망을 보장받지만 60세나 70세까지 등 필요한 기간만 보장 받으므로 보험료가 종신보험의 4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진다. 그러나 보험사(보험설계사)들은 돈벌이를 위해 보험료가 비싸고 사업비가 많은 종신보험 판매에만 열을 올릴 뿐, 보험료가 저렴하고 사업비(수수료)가 적은 정기보험은 권유하지 않는다.

또한 일반보험 대신 무(저)해지 환급형 보험을 고려할 수 있다. 이들 보험은 같은 보장을 받더라도 일반보험 보다 보험료가 15~25% 정도 저렴하다. 그러나 유의해야 할 것은 중도에 계약을 해지하면 해지환급금이 적거나 없다. 그러므로 계약을 끝까지 유지할 경우에만 가입해야 한다.

보장성보험은 보험료납입기간을 최대한 길게 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납입기간은 수입(소득)이 있는 경제활동기에 맞추는데, 가급적 만기까지 내는 전기납이 유리하다. 사고보험금은 납입기간과 상관없이 동일하기 때문에 납입기간을 짧게 정하면 손해를 자초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보장성보험의 보험료를 단기납으로 내는 것은 호갱님이고, 일시납으로 내면 완전 호갱님이 되는 것이다

각종 보험료 할인제도를 이용하면 동일한 보장을 받으면서 보험료를 줄일 수 있다. 자동이체 할인, 건강체 할인, 고액계약 할인, 장기유지 할인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보험료 할인제도의 이용자는 10% 미만에 불과하다. 보험사(보험설계사)들이 소비자에게 알리는데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이상을 종합하면, 소비자들이 보험을 가입할 때 보장성보험을 우선 가입하되, ‘가성비 좋은 보

험’을 가입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므로 소비자가 직접 보장성보험, ‘가성비 좋은 상품’을 골라서 가입할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지금은 과거와 달리 보험 관련 정보가 넘쳐 나고,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아무리 내용이 복잡하고 어렵더라도 소비자가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상품내용을 제대로 알고 가입할 수 있고 ‘가성비 좋은 보험’을 골라서 가입할 수 있다. 보험회사, 협회 홈페이지를 검색해서 보장내용과 보험료(사업비) 등을 확인, 비교해 보자. 스마트폰으로 ‘00보험 가입 시 유의사항’을 치면 많은 내용을 살펴 볼 수 있다. 이 경우 피해 사례도 눈 여겨 봐야 한다.

보험 가입의 득실을 따져야 하는 사람은 본인이고 보험 가입의 최종 의사 결정도 본인이 하는 것이므로 보험사(보험설계사)에게 의지하지 말고 직접 묻고 따지고 비교, 확인해야 한다. 좋은 보험을 가입하려면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No Pain, No Gain이다.

오세헌 보험소비자원 국장

파이낸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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