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 대리경질 1년 반 만의 승진복귀

[파이낸셜투데이=김경탁 기자] 주필리핀대사였던 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 지난 7일 필리핀에서 귀국해 8일 이명박 대통령 수행 산업현장 점검을 시작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최중경 수석은 이날 첫 출근이었으나 경제수석실에는 들리지 않고, 곧바로 이 대통령과 함께 헬기를 타고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열리는 충남 천안으로 이동했으며, 회의가 끝난뒤에도 천안 테크노파크와 당진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준공식까지 이 대통령을 수행했다.

이명박정부 경제정책의 입안자인 강만수 경제특보가 아끼는 후배로 이명박정부 출범 초기부터 기획재정부 장·차관으로 손발을 맞춘 바 있는 최 수석의 복귀에 대해 강 특보는 최근 사석에서 “(최)중경의 복귀로 이제야 마음이 푹~ 놓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마음이 놓인다”는 강 특보와 달리 최 수석의 복귀를 바라보는 정치권과 경제부문의 시선은 기대보다는 우려 쪽이 더 커 보인다.


▲ 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던 지난 3월 30일 정부가 갑작스레 개각을 단행해 파장이 일었다. 청와대는 이날 이달곤 장관의 6월 지방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행정안전부 장관에 맹형규 청와대 정무특보, 윤진식 정책실장이 겸해온 청와대 경제수석에 최중경 주 필리핀 대사를 내정하는 등 소규모 개각을 전격 발표했다.

정부가 갑작스레 발표한 개각에 대해 야권은 일제히 부적절한 인사라고 입을 모았다. 대통령 최측근인 맹 특보를 선거관리 주무부처인 행안부 장관에 내정한 것은 관권선거를 하겠다는 공개선언이고, ‘환율주권론자’인 최 내정자를 경제수석에 임명한 것은 ‘관치경제’를 하겠다는 선언이라는 주장이다.

정치권의 반발이 맹 특보와 최 대사에 양분된 것과 달리 세간의 관심은 최중경 경제수석 내정자에게로 쏠렸다. 최 내정자는 2004년에는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으로, 2008년에는 기획재정부 제1차관으로 국가경제정책에서 중요한 책임을 맡은 바 있으나 두 차례 모두 정책실패의 책임을 지고 보직에서 물러난 바 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또?”

최중경 주 필리핀 대사의 청와대 경제수석 내정에 대해 참여연대는 “두 번이나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역량 부족이 드러난 최 대사를 대통령이 또다시 경제 분야 최측근의 자리에 내정한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중경 대사는 참여정부 초기인 2004년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으로 재임하면서 수출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환율이 떨어지는 것을 막는 과정에서 역외차액선물환시장(NDF)에 무리하게 개입해 1조 8천억 원의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 대사는 또한 이명박정부 1기 경제팀으로 2008년 2월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차관으로 재임용되었으나, 무리한 고환율 기조로 성장지상주의 정책을 펼친 결과 국내 물가가 급등하여 서민생활이 위기에 처하는 등 정책실패의 책임을 지고 또다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특히 2008년 7월 당시 전 사회적으로 강 장관에 대한 경질요구가 높아지자 이명박 대통령은 최 차관 경질로 여론 무마를 시도했고, ‘대리경질’이라는 따가운 여론의 평가에 대해 스스로 “장관을 대신해 경질한 게 아니라 별도의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사실상 대통령이 직접 최 차관의 역량부족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대통령은 최 전 차관을 경질한지 한 달여 만에 다시 주 필리핀 대사로 임명해 여권 내에서도 반발을 불러왔다.

야권 극력 반발…여권 침묵 “왜?”

이번 인선에 대해 야권은 일제히 반발했다. 외환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최중경 대사의 경제수석 내정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최 내정자는 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환율정책 실패에 큰 책임이 있는 인사”라며, “그런데도 그를 다시 부른 것이 강만수 경제특보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애정인지 아니면 최 내정자에 대한 맹목적 신뢰인지 도통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노 대변인은 “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환율정책 실패를 자초한 강만수-최중경 듀오가 이번에는 대통령의 경제특보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재결합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에서 재경부 차관에 올랐던 최중경 대사는 강만수 장관을 대신해 경질되는 수모를 겪다가 필리핀 대사로 발탁되었던, 둘째가라면 서운한 MB맨”이라며, “더욱이 그는 노무현정권 하에서 환율을 고정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며 국민을 실망시켰고, 결국은 막대한 환차손으로 국민을 짜증나게 했던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박선영 대변인은 또한 “필리핀에서 근무하던 지난해에는 내정간섭 논란에 휘말렸던 외교관이고, 게다가 부임한 지 2년도 안 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최 내정자는 지난해 한진중공업 필리핀 법인의 산재 사망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필리핀 상원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조사 중단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재기돼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최중경 내정자가 최틀러라 불리며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시절 차관으로 함께 일하던 당시 성장률 제고를 위해 사용한 고환율 정책으로 수많은 중소기업이 도산위기에 빠지고, 서민물가가 폭등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밝혔다.

우위영 대변인은 “서민경제의 위기가 극심한 지금, 오직 성장위주 정책에만 골몰해 온 분이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임명된다면, 앞으로도 노동자 서민의 힘든 살림살이가 나아지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창조한국당도 대변인실 명의 논평을 통해 “천안함 사건 수습에 전념해도 부족할 이 중차대한 시점에서 최중경 주필리핀 대사를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으로 복귀시킨 이 대통령의 ‘기습인사’는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고 밝혔다.

창조한국당은 “경질 당시 ‘별도의 책임을 물었다’고 밝힌 이 대통령은 책임자를 경질 2개월 만에 국외공관장으로 파견한데 이어 청와대 수석으로 복귀시키는 ‘회전문인사’를 선보였다”며, “책임을 이런 식으로 묻다보니 장관이 참사기간 도중 노래자랑에 나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호영 특임장관의 ‘노래자랑’ 파문을 빗대어 꼬집었다.

▲ 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

여당도 ‘최틀러’ 옹호 못하는 이유

청와대 김은혜 대변인은 이번 인선에 대해 “최 수석 내정자의 국제적 감각과 상황판단 능력이 뛰어나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등 글로벌 공조와 정부내 경제부처간 협조체제 강화에도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최중경 경제수석 내정자가 금융분야 전문성을 가진 정통 경제관료로, 집권 중반기 경제현안을 효과적으로 점검·조율해 나갈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당인 한나라당은 이번 인사에 대해 전혀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고, 언론매체들의 논평요청에도 코멘트를 자제하는 분위기이다. 지난번 김중수 OECD대사의 한국은행 총재 내정 당시 야권의 반발에 맞서 우호적인 논평을 냈던 것 등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한나라당이 공식논평을 내놓지 못하는 배경에는 당대표인 정몽준 의원의 입장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정몽준 대표는 지난 2008년 8월 김중수 한은 총재와 최중경 경제수석 내정자가 재외공관장으로 선임된 것에 대해 날선 비판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최고위원이었던 정몽준 대표는 최고중진연석회의 석상에서 “분명히 문책성 인사 대상이었는데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합리적 기준이나 아무런 설득력도 없이 이런 인사를 하는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또한 “모든 신문이 기사와 사설을 통해 김중수, 최중경 인사가 잘못됐다’고 보도했다”며, “여기에 대해 자책감을 느껴야 한다. 최고위원 대표 중진들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었다.

한편 정부 관계자들은 최 내정자가 차관일 때와 청와대 경제수석일 때는 입장과 상황이 다른만큼 환율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지만 외환시장에서의 반응은 달랐다.

최중경 경제수석 내정 소식이 알려진 이튿날인 3월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1130원10전)보다 1원20전 오른 1131원3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4거래일 만의 상승 반전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외환시장에서는 최근 환율이 1130원 밑으로 내려갈 때마다 당국이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여기에 친정부적인 한은 총재 취임과 ‘고환율론자’ 경제수석의 배치는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더욱 노골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다시 증명된 ‘강만수의 힘’…차기 정책실장 예약? 

▲ 2008년 3월 3일 오후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현판제막식에서 최중경 당시 1차관과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해 8월 윤진식 당시 경제수석이 정책실장직을 겸임하게 되면서 청와대 직제에서 사라졌던 자리로, 지난 3월 23일 국무회의에서 부활이 결정된 바 있다.

이번 최중경 경제수석 내정에 앞서 3월 18일에는 이명박 정부 초대 경제수석이었던 김중수 OECD 대사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으로 내정돼 4월 1일 취임했다.

여기에 더해 6월 지방선거 출마가 확실한 것으로 관측되는 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의 후임에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이 임명될 것이라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초기 경제정책, 이른바 ‘747경제정책’을 이끌었던 ‘강만수라인’이 부활하고 있는 셈이다.

강만수 경제특보는 지난해 1월 기획재정부 장관에서 물러난 직후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에 보임된데 이어, 그해 8월 다시 청와대 경제특별보좌관을 겸임하게 되는 등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라인에서 한 번도 제외된 적이 없다.

세간의 관측대로 강 특보가 정책실장에 임명될 경우 상대적으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 다른 경제팀원들이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최중경 경제수석 내정자는 정부출범 5개월 만인 2008년 7월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 기획재정부 1차관 자리에서 경질됐고, 같은 시기 김중수 총재는 미국산 쇠고기 협상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들 두 사람은 경질 한 달여 만인 같은 해 8월 각각 주 필리핀 대사와 주 OECD 대사로 선임된 바 있어 함께 경질됐다가 동시에 재외공관장으로 임명된 후 다시 비슷한 시기에 국가 경제의 핵심 포스트에 돌아오는 기묘한 인연을 맺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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