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도 증가세 이어가…“고액자산가 은행으로 눈돌려”

[파이낸셜투데이=황병준 기자] 국내 프라이빗 뱅킹(PB) 고객들이 은행에 맡겨놓은 돈이 올해 상반기에 처음으로 150조원을 넘어섰다.

9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재경(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국내 14개 예금은행의 PB고객 수(은행 간 중복 고객 수 포함)는 2,601만명이며 이들이 예·적금, 펀드 등에 예치한 돈은 모두 153조5,486억원이다.

PB고객의 예금은 2010년 말 126조4,473억원에서 2011년 135조3,004억원, 지난해 말 148조5,322억원으로 계속 늘어나는 등 2010년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21.4%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부채가 843조3,000억원에서 961조6,000억원으로 14.0%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빠른 속도다.

100억원 이상을 은행에 넣어놓은 이른바 ‘슈퍼리치’ 고객은 올해 상반기 현재 505명으로 전체 PB고객의 0.0019%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이 예치한 돈은 모두 10조1,486억원으로 PB고객 예치금의 6.6%에 달했다. 1인당 평균 201억원 꼴이다. 슈퍼리치 고객의 예금 또한 2010년(8조2,338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사이 23.2% 늘었다.

은행별로는 강만수 전 회장 시절 소매금융 확대에 주력했던 산업은행의 슈퍼리치 예금이 같은 기간 1,354억원에서 7,016억원으로 400% 이상 증가했고 역시 소매금융 확대에 주력해 온 기업은행의 슈퍼리치 예금도 268억원에서 817억원으로 200%이상 늘었다. 이에 비해 신한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슈퍼리치 자산가들의 예금은 줄어들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증권과 보험 등에 투자했던 고액 자산가들이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은행으로 눈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식시장 부진으로 PB고객이 투자하고 있는 펀드 수익률(설정일부터 기준일까지의 평균수익률)은 부진했다.

김재경 의원은 “슈퍼리치의 증가세는 부의 양극화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시중 잉여자금이 안전자산에만 머무는 것보다 생산과 투자에 활용되는 것이 좋기 때문에 이를 위한 상품과 투자처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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