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미지․신뢰성 실추 불가피…향후 배상 규모 놓고 법적 공방 예상

▲사건이 최초 발생한 수유 5지점 새마을 금고 모습(본지 현장 촬영).

[파이낸셜투데이=황병준 기자] 고객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할 경비업체 직원이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은행에 침입해 현금을 훔쳐 달아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고객의 믿음을 저버린 곳은 국내 대표적 보안업체인 ADT캡스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지난 17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새마을금고 지점 2곳에서 현금 7,700만원을 훔쳐 달아난 용의자 강모(28)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강 씨는 지난 17일 오전 10시 11분쯤 수유5동지점에서 3,900만원, 40분후 700여m 거리에 있는 수유2동지점에서 3,800만원을 각각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두 지점이 연쇄적으로 도난 사고가 발생한 것과 외부 침입 흔적이 없는 것을 수상이 여겨 내부 구조를 잘 아는 사람의 소행인 것으로 판단, 수사력을 집중했다.

보안업체직원 강 씨는 토요일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는다는 것을 파악하고 금고열쇠를 사전에 복제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보안업체인 캡스의 직원 관리 및 보안 문제에도 구멍이 뚫린 것으로 나타났다. 경비를 주 업무로 하고 있는 보안업체가 자신의 고객 돈을 훔쳐 달아나면서 보안업체와 고객 간의 신뢰에 큰 금이 갔다. 일각에서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셈”이라는 비아냥의 시선으로 캡스를 바라보고 있다.

또한 캡스의 늑장 출동도 도마에 올랐다. 이와 관련, 도난당한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 통화에서 “비상벨이 울리고 나서 보안업체가 도착할 때 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경찰관계자도 “늑장 출동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1차 도난사건 발생후 40분후 2차 범행이 이뤄진 수유 2지점 모습.

여기에 보안업체 직원들이 현장에 도착해 외부 침입흔적이 없고 금고에 손상이 없다고 판단하고 철수 한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보안업체의 한 관계자는 “비상벨이 울리고 외부 파손 등 침입 흔적이 없을 땐 내부 침입 등 다양한 침입 경로를 확인해야 하지만 이를 확인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새마을금고 측도 이틀 뒤인 19일 직원들이 출근한 후에야 도난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강 씨가 평소 가까이에서 현금을 보면서 범행 충동을 느꼈고 틈틈이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ADT캡스가 새마을금고에 대해 배상 규모를 놓고도 한바탕 홍역이 예상된다. 새마을금고도 이번 사건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배상을 ADT캡스에 요구할 가능성도 커졌다.

이와 관련, 새마을금고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 경찰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보안업체와 관리 부실 등이 논의된다면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해당 금고가 공제조합 등에 가입되어 있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늦장 지연 등 보안업체의 과실이 인정되면 배상 등 법적 책임이 가해지기도 한다”며 “보안업체 직원이 범행을 저질렀다면 보안업체는 물질적 손해 이상의 이미지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큐리티 기업으로 명성을 올리고 있는 ADT캡스는 이번 사건으로 도덕적 해이 논란을 비롯해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이다.

이번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기자가 지난 23일부터 ADT캡스측과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담당자 부재 등의 이유로 연락을 받지 않았다. 심지어는 27일에도 홍보실에 통화했으나 연락 자체가 되질 않고 있다.

고객의 재산을 보호하고 지켜야 할 보안업체가 되레 고객의 돈을 계획적으로 홈쳤다는 것은 상당히 충격적일이다. 여기에 이것을 해명하고 사과해야 될 보안업체는 언론의 취재에 무 대응한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기 식의 행태는 더더욱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글로벌 시큐리티 기업으로 명성을 올리고 있는 ADT캡스는 이번 사건으로 도덕적 해이 논란을 비롯해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이다.

ADT캡스는 지난 1971년 한국보안공사로 설립해 99년 美 타이코그룹의 시큐리티 전문기업 ADT사의 한국법인으로 편입돼 국내 보안시장을 대표해 왔다. 하지만 이번 새마을금고 도난사건으로 ADT캡스의 신뢰에 치명타를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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