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청사 논란에 알바생 사망까지

 

▲한국농어촌공사.

[파이낸셜투데이=황병준 기자] 국가의 농지 및 물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가 때 아닌 홍역을 앓고 있다. 공사가 발주한 경북 문경의 한 저수지에서 배수관 공사 중 아르바이트 대학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는가 하면 새롭게 짓고 있는 파주 신청사는 호화청사 논란에 휩싸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달 22일 퇴임한 박재순 사장 후임으로 사장 인선에 대한 공모절차가 진행 중에 있지만 아직 완료되지 않아 사장 부재가 장기화되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투데이>는 한국농어촌공사의 최근 논란을 살펴봤다. 

지난 20일 국회 정론관에서는 배수관 안전점검 작업 중 숨진 대학생 이 모씨와 관련해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가 한국농어촌공사에 보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민주당 장하나 의원, 노동건강연대, 알바노조 등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고는 로봇이 해야 하는 일을 사람에게 시켰기 때문에 발생한 명백한 인재”라며 “용역의 안전관리책임을 방기한 농어촌공사는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타까운 죽음

대학생 이 씨는 방학을 맞아 강원도의 한 환경업체에 일용직으로 고용돼 저수지 안전점검 작업을 해 왔으며 이 업체는 한국농어촌공사가 발주한 사업을 원청업체로부터 하청 받아 작업을 벌여왔다.

사건은 지난달 5일 발생했다. 경북 문경시 산북면 회룡리 소재의 회룡저수지 관로 결함여부 등을 조사하던 환경업체는 배수관의 누수와 균열 상태 등을 로봇카메라로 촬영하던 중 로봇이 장애물에 막혀 더 이상 전진을 못하자 이 씨를 직접 투입했다.

길이 80m, 폭 1.5m 지하 배수관에 투입된 이 씨는 10여분 만에 60m 지점에서 갑자기 쓰러진 후 사망했다. 사망원인은 유독가스 등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된다. 작업현장의 책임자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안전장비도 없이 배수관 진입을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경 대학생 사망사건 기자회견.

 유족들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공사를 지시한 책임자들에 대한 명확한 민형사상 책임 소재를 물어 처벌하기를 희망 한다”며 “공사를 발주한 한국농어촌 공사의 사과를 강력히 원한다”고 주장했다.

농어촌공사의 한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 “도의적인 책임은 통감하지만 법적 책임은 없다”며 “공기업은 정부의 예산으로 이뤄지는 만큼 법적 근거를 통해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가족 등이 공사에 대해 보상을 촉구하고 있지만 법적 근거를 적용해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용역업체 알바생 작업 중 사망…농公 “법적 책임없다” 발뺌
최악의 가뭄에 농심 바닥났는데 파주지사 호화청사 구설수

장하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업이 생산현장의 위험관리를 강화토록 하는 일명 ‘기업살인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과 기업살인법 제정을 통해 발주처의 안전 관리의무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호화 청사 논란

한국농어촌공사가 질타를 받고 있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새롭게 청사를 짓고 있는 파주신사옥에 대해 호화청사 논란이 불고 있다.

공사는 지난 1979년 지은 파주지사 청사 노후로 인해 지난 2011년 6월부터 공사를 진행해 내달 완공을 앞두고 있다. 신축되는 사옥은 파주시 금촌동 778일대 6,783㎡ 부지에 건축면적 1,987㎡, 연면적 2,505㎡ 크기의 4층 규모로 66억3,500여만원의 예산을 들였다. 신축사옥에는 대회의실과 지역개발팀, 유지관리 팀 등으로 쓰여질 예정이다.

호화청사 논란은 파주지사에 근무하고 있는 상시직원들이 신사옥 예산에 비해 턱 없이 적기 때문이다. 현재 파주지사에는 총 82명이 근무를 하고 있지만 이중 28명은 지소 및 출장소 등에서 근무하고 있어 신사옥에 근무하는 인원은 54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직원 수에 비해 지나친 예산이 투입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66억 투입해 54명 근무

한국농어촌공사의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호화청사가 결코 아니다”며 “혈세를 낭비해 무분별하게 신사옥을 짓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인력 수요 등을 감안해 신청사를 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청사 일부는 지역 농민들의 회의공간과 휴게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농민의 마음은 편하지 못하다. 최악의 가뭄과 사상 유례없는 폭염으로 농촌이 더욱 힘들어 지고 있는 가운데 농민을 대표하는 공기업인 농촌공사가 호화청사 논란을 빚고 있는데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농민은 “최악의 가뭄으로 농심이 흉흉해지고 있는 가운데 농민을 대표할 수 있는 공공기관에서 지역 지나친 예산을 사용해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성토했다.

한편,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달 전임 박재순 사장 사임으로 인해 사장이 공석으로 있다. 공사는 이달 16일까지 사장 공모를 실시해 정관계 인사와 내부 임원 등 10여명의 사장 후보를 선정했다. 임추위는 추천 대상자를 5명으로 압축해 농림축산식품부에 추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차기 농어촌공사 사장 임명은 내달 중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농어촌공사가 사장 부재 등으로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아르바이트생 사망사건과 호화청사 논란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망사건의 경우 보상에 앞서 유가족들에게 진심어린 사과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