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전문가 "조종사 과실보다 기체결함 가능성 높아"

[파이낸셜투데이=김상범 기자]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착륙 사고를 낸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착륙에 앞서 관제탑에 응급 차량 대기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전문가들은 조종사의 과실보다는 기체 자체에 결함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종사가 사전에 응급 차량을 요청한 점, 그리고 다른 항공기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평소와 다른 활주로를 이용했던 점 역시 기체 결함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아울러 지금까지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번 참사 와중에 아시아나항공 측의 신속한 대응 조치가 추가적인 피해를 막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시아나는 윤영두 사장이 7일 오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착륙사고에 대해 긴급 브리핑을 준비하는 한편, 샌프란시스코로 출발하는 특별기에 국토교통부 조사단과 아시아나 사고 대책반, 피해가족, 기자단 등을 급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 역시 사고와 관련해 브리핑을 진행하고 4명의 인원을 현지에 급파하는 한편, 아시아나항공에도 항공안전감독관을 파견애 협조체계를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 원인은 기체 결함?

7일 오전(한국시각)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활주로에 충돌한 사고와 관련, 항공 전문가들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기체 결함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강자영 항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비행기가 착륙할 때 꼬리가 먼저 닿는데 이때 중력과 양력의 차이가 작도록 해야 충격 없이 착륙을 한다"며 "꼬리 부분이 활주로에 부딪혔다는 것은 비행기의 중력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평상시 자동으로 착륙을 제어하기 때문에 이번 사고는 기체 결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비행기의 사고 원인은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아직은 사고 원인을 단정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기내에 발생한 화재는 비행기의 인위적 충격으로 연료가 유출되고 여기에 불똥이 튀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신상준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꼬리 날개가 먼저 바닥에 닿으면서 떨어져 나갔다고 하는데 이는 착륙 당시 비행기의 앞부분이 정상보다 더 올라갔다는 뜻"이라며 "꼬리 날개는 비행기의 자세를 정확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데 이 부분에 문제가 발생했을 확률이 있다"고 분석했다.

윤광준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조종사가 사전에 구급차를 준비시킨 것은 기체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착륙을 위한 랜딩기어에 이상이 생겨 꼬리 부분이 먼저 활주로에 부딪힌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샌프란시스코 공항이 태평양과 연결된 만에 위치해 있어 착륙이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조종사 실수 가능성은 적다고 입을 모았다.

윤 교수는 "이미 조종사가 사전 통보를 한 만큼 운전 미숙은 아닌 것으로 본다"며 "많이 이용하는 활주로가 아닌 다른 활주로를 이용했다고 하던데 아마 다른 비행기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신 교수도 "바다에 인접한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다른 공항과 달리 바람이 세고 고도와 위치를 가늠할만한 구조물도 적기 때문에 다른 항공보다 상대적으로 착륙 환경이 좋지 않은 편이지만 특별히 사고가 잦은 공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당국은 우선 사고기의 잔해 수거와 블랙박스 등 정보를 수집해 사고 원인 파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사상자 가족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고 참모진에게 연방 정부와 캘리포니아주 정부,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공무원들과 긴밀하게 연락하면서 조사 과정을 살피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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