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박단비 기자] 중국 지린(吉林)성 더후이(德惠)시의 대형 양계·육류가공 공장에서 3일 화재가 발생, 근로자 119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아직 명확한 화인이 밝혀지지 않은 이번 화재는 지난 2000년 크리스마스에 발생해 309명의 사망자를 낸 허난(河南)성 뤄양(洛陽)시의 백화점 화재 이후 중국에서 일어난 최악의 화재 참사로 꼽히고 있다.

신화통신과 중국신문사 등 중국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오전 6시6분께 더후이시 미사쯔(米沙子)진에 있는 바오위안(寶源) 가금류 유한회사의 공장에서 발생했다.

지난 2009년 문을 연 이 회사는 병아리 부화에서부터 양계, 도축, 가공,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갖춘 축산전문기업으로 알려졌다.

콘크리트 벽체에 철제 지붕으로 된 연면적 2만㎡ 규모의 공장 안에는 불이 났을 때 300여명의 근로자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근로자들은 당시 공장 안의 2개 대형 작업장에서 근무 교대와 작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한 근로자는 "공장 보일러가 폭발하면서 불길이 빠른 속도로 번졌다"면서 "3분 만에 공장 전체가 큰 불길에 휩싸이면서 일부 근로자만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생존자들은 폭발음이 들린 직후 작업장에 전기가 끊어져 실내가 순식간에 암흑천지로 변했다고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번 화재는 공장 안에서 갑자기 발생한 폭발에 따른 것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원인이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공장 인근의 주민은 세 차례 큰 폭발음이 들린 뒤 공장에서 불길이 치솟았다고 증언했다.

현지 매체들은 공장 안에 암모니아 가스가 누출됐고 전기장치에서 불꽃이 튀면서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날 화재 현장에는 소방차 67대와 소방대원 500여명, 구급차 61대와 구조대원 270여명이 투입됐지만 유독가스가 계속 뿜어져 나오고 추가 폭발의 위험성이 있어 생존자 구조와 시신 수습에 어려움을 겪었다.

탈출한 사람 중 상당수는 유독가스 흡입에 따른 호흡기 부종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심한 화상을 입은 사람도 적지 않다.

화재 생존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날 불이 난 공장에서는 근로자들이 비좁은 출입구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상당수가 탈출에 성공하지 못하고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근로자 왕(王) 모씨는 "오전 6시 공장에 출근했을 때 2호 작업장에는 100여 명이 있었고 1호 작업장에는 얼마나 있었는지 모른다"며 "갑자기 '빨리 뛰어'라는 소리가 들려 40~50m가량 떨어진 출입구로 겨우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작업장 안에는 전기가 나가 전구가 모두 꺼진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공장에는 3개의 출입문이 있었으나 화재가 발생하자 일하던 직원들이 1개의 문으로 몰리면서 넘어지고 서로 엉키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작업장 측면에 있는 1개의 문만 열려 있고 나머지 출입구는 잠겨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출입구 개폐 여부는 명확히 가려지지 않았지만 근로자 궈(國) 모씨는 "평소 작업장 출입이 매우 엄격하게 관리됐다"고 말해 화재 당시 열려 있던 문이 적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국 당국은 회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화재 발생 경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관련 법에 따라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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