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내 부동산 시장, 금리 인하 영향…올해 금리동결 기조 강화요인
국제, 다보스포럼서 금융시장 과열 지적에 부채 경계심↑…금리인하 주춤 요인

한국은행이 지난 17일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가운데 국내 통화시장의 올 한해 방향과 이에 영향을 미치는 국내외 요인들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국내적으론 부동산 시장이, 국외적으론 국제관계·이슈 등을 토대로 한 다보스포럼 주요 발언과 주요국 환율 결정이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7일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가운데 국내 통화시장이 올 한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이에 영향을 미치는 국내외 요인들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은은 지난해 7월과 10월 각각 0.25%p 금리인하 조치로 연1.25%인 기준금리를 당분간 그대로 유지할 전망이다.

앞서 금융시장에서도 지난해 금리 인하를 거듭 단행한 만큼 그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고 최근 일부 경제 지표가 개선되고 있어 금리동결을 예상한 바 있다. 반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은 직전보다 1명이 더 늘어난 2명이 됐다.

앞으로 국내 통화시장을 좌우하는 기준금리 결정 기회는 7번 남았다. 국내 부동산 시장 뿐 아니라 국제동향 등을 토대로 한 다보스포럼 전망 등 올해 통화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대내외 요인을 살펴본다.

사진=연합뉴스

◆ 작년 국내 부동산 과열, 금리 인하 영향 커…올해 금리동결 기조 강화요인

지난해 10만건이 넘는 부동산 허위매물이 신고된 가운데 절반 이상인 5만9368건이 실제 허위매물인 걸로 집계됐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다는 얘기다.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금리인하 결정과 맞물린 효과로 부동산 시장은 보다 타올랐지만 이내 강력한 연말 부동산 규제가 내려져 그 효과는 상쇄될 걸로 전망됐다. 부동산 과열 문제는 결국 올해 금리인하를 고려하면서도 동결 기조를 강화하는 요인이 됐다.

정부는 지난달 15억원을 넘는 아파트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 등이 담긴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그 후에도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당국의 의지는 거듭 표명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의 대책이 시효를 다했다고 판단되면 보다 강력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금리동결을 결정한 요인은 이러한 정책 기조에 맞물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자극을 피하기 위한 측면이 커 보인다. 금리를 낮추면 시중에 돈이 풀리는 효과가 발생해 투자가 활성화되는데 국내에는 특히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받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7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저금리가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을 인정하며 “완화적 금융여건은 가계의 비용을 낮춰주기 때문에 주택 수요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면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금리가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치지만 금리 이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며 “주택시장에서 수요와 공급, 시장 참여자들이 향후 가격을 어떻게 예상하는지 등 가격 기대심리, 정부 정책 등 요인들도 같이 작용한다”고 말했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글로벌자산배분팀장은 “국내 부동산 경기 과열에 대한 부담 등이 있어 금통위는 올해 내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며 “금리를 추가로 내리려면 성장률이나 물가 상승률이 크게 낮아지는 변화가 수반돼야 하지만 세계경기가 더 나빠지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도 “정부가 집값을 잡는다는 의지는 강력하나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긴 어려운 만큼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지연된다는 판단에 금통위가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집값 상승세가 다시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금리인하에 금통위가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금리인하에 제약을 주는 게 아닌지에 대해 이 총재는 “현재 통화정책은 완화 기조이며 현 정책과 성충하지 않는다”며 “현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으로 앞으로 거시 경제 흐름과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겠다”고 말했다.

종합해보면 현 부동산 정책 하에서도 인하 여력은 남아있다. 경기 회복이 더디면 인하 카드도 나올 수 있으나 동결 흐름이 강세라는 분석이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 인하 기대가 있지만 단행되지 않으면 동결 쪽으로 점차 기울 것”이라며 “작년엔 무역 분쟁, 낮은 물가상승률로 금리 인하 기대가 컸던 반면 올해는 기업부채, 가계 부채, 부동산 쪽으로 관심이 옮겨가 그 기대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영증권 조용구 연구원도 “지난해 11월 전망 이후 최근 완만한 경기 회복 흐름의 급변동 가능성은 높지 않고 금통위 내 의견 대립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단시일 내 전격적인 인하가 아니라면 점차 동결 가능성을 높여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국제, 다보스포럼서 금융시장 과열 지적에 부채 경계심↑…금리인하 주춤 요인

미·중 무역 갈등 완화 등으로 국제적으로도 경기 완화 기조는 이어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난 22일 개최된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금융업계 큰손들은 지구촌 증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고 있다.

주요 의견 중에는 약 20년 전 ‘닷컴 버블(dot-com bubble)’ 현상이 일어난 당시와 같은 시장 과열이 두드러진단 주장이 제기됐다. 닷컴버블은 1995년부터 2000년에 걸쳐 인터넷 관련 분야가 성장함에 따라 주식 지분 가격이 급속도로 상승한 거품 경제 현상을 말한다.

당시 미국에서 제일 큰 인터넷 사업자로 주가가 1000억불이 넘기도 한 AOL은 세계적 미디어그룹 타임워너와의 합병으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거란 전망이 나왔지만 미흡한 서비스와 관련 기업 주가 폭등이 이어지며 무산돼 파산에 이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억만장자이자 전설적인 헤지펀드 매니저로 알려진 튜더 인베스트먼트 창업자 폴 튜더 존스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통화 완화와 재정 부양이 맞물리자 금융시장에 폭발적인 결과를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가 폭등하다가 한순간 폭락이 이어질 수 있는 사태는 지금도 예외가 아니란 얘기다.

그는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서야 하냐는 질문엔 ‘강세장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반대하면서도 최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해 미국 발병 첫 사례가 확인된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를 변수로 들어 ‘주가 급락 반전이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등 한 해를 강타한 전염병은 세계 경제를 휘청이게 해왔다. 업계에선 아시아지역 GDP 성장률을 약 0.6%p 떨어뜨린 2003년 사스보다 이번 ‘우한 폐렴’이 세계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포럼에선 모든 자산이 고평가돼 매입할 만한 투자처를 찾기 어렵단 얘기도 흘러나왔다. 스티브 슈워츠만 블랙스톤 창업자는 이를 지적하며 ‘모든 자산시장이 드라마틱하게 뛰어 가치를 발굴하는 일이 올해 특히 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수 기회를 찾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수익 창출보다는 부채 등을 우려한 셈이다.

빌 포드 제너럴 애틀란틱 최고경영자도 자산시장 기업가치평가(밸류에이션)가 부담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가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건 기업 자체의 성장성과 수익성 뿐임을 역설했다.

종합적으로 대규모 부채에 대한 경고 발언도 나온 걸로 알려졌다. 특히 1조달러에 이르는 미국 재정적자에 대해 정책자들과 투자자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기적인 저금리 기조에서 리스크는 관리 및 일정 선에서 차단되고 있지만 경기 한파가 닥치면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같은 흐름들은 주요국들이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인하를 고심하면서도 동결을 유지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일 대출우대금리(LPR)를 동결했는데 이는 시장 예상을 뒤집은 결과다. 고정금리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에서 실질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를 동결한 배경에는 금융당국이 부채상황 등을 고려해 금리를 정밀하게 제어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걸로 알려졌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1년 만기 LPR과 5년 만기 LPR은 지난달 20일 발표와 동일하게 각각 4.15%, 4.8%였다. 앞서 시장에서는 지급준비율 인하 영향으로 LPR이 소폭 인하될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일본은행(BOJ) 역시 지난 21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1%로 동결하고 국채매입 규모를 유지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20년 회계연도의 GDP증가율 전망치가 0.7%에서 0.9%로 상향됐으며 미중 무역합의로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내수 흐름도 견조하게 이어져 완만한 경제 성장이 지속될 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23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와 미국 연방준비은행(Fed·연준)에서도 기준금리 동결이 결정돼 당분간 주요국들이 현 수준을 유지할 걸로 점쳐지는 상황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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