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건설, 10일 대호개발 등 3개 계열사 통해 한진칼 지분 8.28%로 늘려
조현아 전 부사장과 접촉 사실도 알려져, 조원태 회장 자리 ‘흔들’
경영권에서 오너 일가 전체 배제될 가능성도 있어

대한항공 본사. 사진=연합뉴스

한진家의 경영권 분쟁이 또다시 전환 국면을 맞게 됐다. 반도건설이 한진칼 보유 지분을 8.28%로 늘리며 본격적으로 경영권 분쟁에 참전한 것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건설은 대호개발 등 3개 계열사를 통해 한 달 만에 지분을 2%나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반도건설은 지난해 10월 한진칼 지분 5.06% 보유를 공시한 뒤 지분 1.22%를 추가 매수, 이후 재차 2%를 높였다.

이번 지분 상승으로 반도건설은 한진 일가를 제외한 단일 주주로는 KCGI, 델타항공에 이은 3대 주주에 등극했다.

지분 매입 사실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매수한 목적이다. 반도건설은 이날 “향후 회사의 업무 진행과 관련한 사항이 발생할 경우 적법한 절차·방법에 따라 주주로서 관련 행위를 검토하겠다”고 공시했다. 여기서 ‘관련 행위’로는 임원의 선임 및 해임, 직무정지 등이 거론됐기에, 지분 매수 목적이 ‘단순 취득’이 아닌 ‘경영 참여’임이 확실시됐다.

한진 일가의 총 지분율은 28.94%이다. 일가 전체 지분율은 높은 편이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6.52%,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49% 등 각자 지분은 모두 반도건설에 못 미친다.

이는 반도건설이 주주들 중 누군가와 손을 잡으면 경영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조원태 회장의 연임 여부는 오는 3월 열릴 주주총회에 달려있다. 회장직에 앉아 있지만 보유 지분이 KCGI, 델타항공 등 단일 주주보다 낮은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는 오너 일가 중 누군가의 손은 꼭 잡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조현아 전 부사장의 발표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의 불화 등이 알려지면서 그 ‘입지’가 흔들리고 있음이 드러난 상황이다.

물론 조원태 회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 이명희 고문 등과의 갈등을 추스르고,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선임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이명희 고문 자택에서 있었던 꽃병·유리창 파손 사태에 대해 양측은 사과문을 발표하며 분쟁을 봉합하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업계는 이들의 갈등이 쉽사리 봉합되지는 않을 것이라 관측하고 있다. 오너 일가의 내홍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 자체가 이명희 고문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것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최근 인사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는 점과 측근들이 주요 보직에서 배제된 것 등 갈등의 불씨 또한 여전하다.

이렇게 될 시에는 주요 주주가 어느 편에 서느냐가 관건이 된다. 반도건설의 3대 주주 등극은 이번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를 쥐게끔 만들었다. 조원태 회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이명희 고문과 갈라선 상황에서 2대 주주인 KCGI는 독자 노선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반도건설 사무실. 사진=연합뉴스

조현아 전 부사장과 이명희 고문 등 라인에 반도건설이 올라탄다면 조원태 회장의 재선임은 불투명해진다. 만약 이들이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과 명분을 앞세워 과거 故 조양호 전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됐던 델타항공과도 손을 잡는다면 사실상 지배구조를 뒤집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업계에서는 반도건설 측이 조현아 전 부사장 측과 접촉했다는 관측도 나온 상황이기에, 이러한 시나리오 또한 완전히 허황되지 않다는 분석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아예 오너 일가가 경영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있었던 오너 일가의 부정적인 여론을 바탕으로 KCGI와 반도건설, 국민연금 등이 손을 잡는 형태다. 조원태 회장의 지금껏 행보와 더불어 조현아 전 부사장과 이명희 고문이 연루된 밀수 및 불법가사 도우미 고용혐의 논란은 외부 세력에게 경영권 확보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이 손을 잡으면 한진칼 지분은 30%에 육박해 오너 일가를 충분히 위협할 수 있게 된다. 반도건설의 지분 매수 목적 변화는 이러한 상황을 의도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故 조양호 전 회장의 경우 2·4·5대 주주들의 합심으로 경영권을 잃은 바 있다.

이러한 경영권 분쟁은 어떠한 결과로 마무리되든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는 좋을 것이 없다. 경영권과 관련한 뒤숭숭한 분위기는 항공 등 한진그룹이 맡고 있는 여러 서비스 질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한항공의 경영악화와는 동떨어진 오너 일가의 경영권 다툼 지속에 비난의 목소리도 높아진 상황. 최근에는 한진家 2세들이 한진그룹 창업주인 故 조중훈 명예회장의 해외 재산에 대한 수백억원대 상속세 부과 처분에 반발해 불복 절차를 진행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대한’이라는 이름을 지니며 국내 항공사를 대표하고 있다. 하지만 오너 갑질, 범죄 연루, 고객 서비스는 도외시한 경영권 다툼 등으로 인해 그 이름값을 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만약 조원태 회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지키더라도 지금까지의 비판 여론을 쉽사리 잠재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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